[세상읽기] 코로나19가 삼켜버린 문화예술
[세상읽기] 코로나19가 삼켜버린 문화예술
  • 인천투데이
  • 승인 2020.03.0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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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인천투데이] 일기예보가 전하는 날씨의 변화는 바로 곁에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데 마음 깊이 자리한 불안과 두려움 탓에 여전히 녹지 않은 얼음이 붙은 느낌이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에 일상의 작은 활동마저 통째로 묶여버린 모양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대응대책이 쏟아지지만 숫자로 드러나는 현황에 불안을 지울 수 없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 동네는 괜찮은지 이리저리 채널을 바꿔가며 뉴스를 찾아다니고,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차치하더라도 모르는 이와 스치는 아주 잠깐 사이에도 예민한 마음으로 괜한 경계를 해댄다.

다소 요라하기 마련인 술자리는 고사하고 간단한 점심 한 끼를 먹는데도 소심하게 옆자리를 살핀다. 누군가 기침이라도 나오면 너나없이 흘겨대는 눈치를 고스란히 받기 마련이다. 행여 아무런 까닭도 없이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대규모 행사가 전면 취소되고 새 학기를 맞은 학교의 개학이 미뤄진 상황에서 대부분의 공연장도 휴관 조치에 들어갔다. 예정했던 공연들이 취소되면서 문화예술계가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해가 바뀌면서 나름의 공을 들여 준비한 공연들이 관객을 만나볼 기회조차 갖지 못한 안타까운 상황이다.

지금으로선 코로나19가 어떻게 진행될지, 언제쯤 수습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가뜩이나 어려운 문화예술계의 불황이 장기화되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 제작자와 기획자는 물론이고 출연자와 스태프, 그리고 공연장과 관객에 이르기까지 공연 관련 모든 이가 직격탄을 맞은 형국이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가 덮친 2ㆍ3월뿐만 아니라 향후 계획조차 세우기 어렵다는 점이다. 제작과 홍보 등에 짧게는 2~3개월이 필요한 공연의 특성을 감안하면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힘겹게 버텨온 지역 문화예술계는 시름이 더욱 깊다. ‘언제고 힘들지 않은 적이 있었느냐’는 어느 예술단체 대표의 자조 섞인 말에 가슴이 시리다. 게다가 공연을 기다려온 관객도 단순한 예매 취소를 넘어 상당 기간 공연장을 기피할 우려도 적지 않은 터라 지금의 상황이 수습되더라도 문화예술계의 어려움은 바로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려운 여건에서 국민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는 것이 바로 문화예술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치료는 의료계의 몫이라 할지라도 무너진 마음을 추스르고 새로이 내일을 열어가는 데에는 문화예술이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아카데미상을 포함해 세계적인 영화제를 휩쓴 ‘기생충’ 덕분에 온 국민이 환호하던 때가 불과 며칠 전이다. 예술작품 하나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충분히 실감하지 않았던가.

코로나19 여파가 하루빨리 진정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문화예술계가 불황을 이겨내고 국민들이 겪어내는 상처를 치유해주길 기대한다. 화사한 봄날을 누구라도 맘껏 마주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