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혜진의 사소한 과학이야기 206. 면역
심혜진의 사소한 과학이야기 206. 면역
  • 심혜진 시민기자
  • 승인 2020.03.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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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투데이 심혜진 시민기자] 코로나19로 분위기가 흉흉하다. 병가나 연차도 없이 오직 몸뚱이 하나에 의지해 먹고사는 내겐, 병으로 인한 공백은 곧 ‘수입 없음’을 뜻한다. 당장 3월부터 열기로 한 글쓰기 수업을 미뤄야할지 강행해야할지 모르겠다. 병에 걸리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먹고 사는 일에 제동이 걸리는 것. 손 잘 씻고 마스크 쓰는 등 개인위생에 신경 쓰고 사람 많은 곳에 안 가는 게 최선이라 하니 일단 열심히 따른다. 그리고 내 몸뚱이의 면역체계에도 기대를 건다.

이미지 출처 아이클릭아트.
이미지 출처 아이클릭아트.

우리 몸을 보호하는 1차 방어선은 피부다. 네 개의 층으로 구성된 피부의 가장 바깥쪽인 각질층에선 분당 5만 개의 속도로 피부세포가 떨어져나가고 가장 안쪽의 기저 세포층은 분열을 반복하면서 피부 바깥 쪽으로 밀려 나와 각질층의 빈 곳을 메운다. 손상된 세포는 건강한 세포로 뒤바뀌고 이 덕분에 피부에 붙어 있는 수십억 마리의 세균은 몸속으로 침투하지 못한다.

외부와 연결된 장소가 피부만 있는 건 아니다. 숨을 쉬고 입으론 음식을 먹는다. 한 번 숨을 쉴 때마다 약 1만 마리의 세균이 폐로 들어간다. 하지만 다행히도 기도의 점액이 이를 붙잡아 처리하고, 입으로 들어온 세균은 위산이 녹여버린다. 귓구멍으론 세균이 들어오지 않을까? 그럴 리 없다.

귓속 분비샘에서 분비되는 물질인 귀지에는 지방질과 항균물질이 가득하다. 세균들이 끈끈한 귀지에 달라붙어 맥을 못 추고 귀 밖으로 밀려나간다. 눈물 역시 100가지에 달하는 단백질이 다양한 병원체로부터 눈을 보호한다. 그래도 방어선은 언제나 뚫릴 위험이 크다. 세균보다도 훨씬 작은 바이러스는 1차 방어선을 넘어 수시로 몸 안으로 들어온다.

이때를 대비해 세균과 바이러스를 잡는 또 다른 면역장치가 작동한다. 병원체에는 그들의 생존에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인체의 세포에선 결코 발견할 수 없는 PAMPs라 불리는 독특한 구조가 있다. 우리 몸의 면역계는 PAMPs를 발견하고 제거하기 위해 총력을 집중한다.

이 역할을 담당하는 건 혈액의 백혈구들이다. ‘선천성 킬러 세포’인 백혈구에는 호중구, 대식세포, 자연 살해 세포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들은 혈액을 타고 PAMPs를 찾아 온몸을 돌아다니다가 감염 조짐을 발견하면 그 즉시 병원균을 분해한다. 때론 그물과 같은 물질을 내뿜어 걸려든 세균을 모두 죽이거나 감염 경로를 차단하기도 하고, 간에 배달된 세균을 먹어 치우고, 감염된 세포가 보내는 구조 신호를 파악해 감염 세포를 죽인다.

세포가 없으면 바이러스도 살아남을 수 없기에, 낯선 바이러스를 없애는 대신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즉흥적이고 신속한 임시방편일 뿐, 특정 병원체를 장기적으로 막아내거나 질병에 늘 대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항체를 만들어 특정 병원체(항원)를 꼼짝 못하게 하는 후천적 면역 방식도 있다. 이 경우 선천적 면역 방식과 정반대로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만을 담당하기 때문에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에 대해선 속수무책이다.

이에 우리의 면역체계가 속수무책 당하는 일이 간혹 일어난다.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그리고 지금 코로나19가 그것이다. 우리나라엔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2014년 유럽 일대는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에 떨었다.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다 하니 이 사태가 쉽게 마무리되진 않을 것 같다. 어느 전문가는 이 바이러스가 독감처럼 토착화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지금 중국과 미국 등에서 후천적 면역 방식인 항체를 개발 중이라지만 이를 직접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과정이 필요하다.

한 번 살다 한 번 죽는 생. 세포보다도 훨씬 작은 바이러스에 일상이 휘청거리고 심지어 삶을 마감할 수도 있다니, 인생이 새삼 덧없이 느껴진다. 그래도 사람들은 삶을 지키려 애쓴다. 거리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가 드물다. 미세먼지가 최악이었던 날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쓴 광경을 보지 못했다. 삶의 애착이 누구라고 다를까. 이 마스크의 행렬에 누구 하나 소외되는 이 없기를. 병에 걸리더라도 회복 후 먹고 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국가적 항체’가 마련되길 바랄 뿐이다.

[참고서적] 오늘도 우리 몸은 싸우고 있다 | 면역의 과학|캐서린 커버 | 현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