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부평구 삼산동 지중 특고압송전선 문제가 2년 가까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매주 목요일 저녁 동네 공원에 모여 집회를 열고 전자파 피해 걱정을 해소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지중 특고압송전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피해 관련 기준이나 규정이 없다며 이렇다 할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곳 주민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은 2018년 5월, 한전이 34만5000V 송전선을 지중에 설치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부터다. 이미 15만4000V 송전선로가 땅 속에 깔려있는데, 거기다 34만5000V 송전선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15만4000V 송전선이 초등학교 담벼락 아래나 아파트단지 경계와 60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곳으로 지나가고 있었으며, 보통 지중 고압송전선은 땅 속 33미터에서 75미터로 설치되는데 이곳은 7~10미터밖에 안 됐다.

또, 지중 특고압송전선이 바로 옆으로 지나는 아파트에서 암 환자가 2명 발생하자,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암 환자 두 명 중 한 명은 중학생이었고 악성 림프종이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어린이가 전자파 0.3~0.4μT(마이크로 테슬라)에 장기간 노출되면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두 배 높아진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2000년 이후 발표된 연구결과 7건을 종합 분석한 결과 0.3μT 이상의 전자파에 노출된 어린이는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1.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런데 국립환경과학원이 2018년 12월 삼산동 일대 전자파를 측정했을 때, 아파트 실내에서 최고 1.57μT, 실외에선 최고 3.72μT나 측정됐다.

이러한 문제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한전이 지중 고압송전선은 전자파 피해가 없다며 주민들을 설득하려만 할 게 아니라, 지중 심도이설과 관련해 법률상 미비점이 있으면 주무부처를 통해 개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현행 전기사업법상 땅 속에 얕은 깊이로 설치돼있는 고압송전선을 깊은 깊이로 이설할 때는 기금 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전과 정부는 안전기준 등 제도적 보완책을 아직도 내놓지않고 있다. 이에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전기사업법이 개정되면 한전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한전도 개정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법안은 여야가 다툴만한 쟁점법안도 아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하고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일이다. 하루 속히 개정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