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학교폭력 대응제도, 이대로 괜찮은가
[시론] 학교폭력 대응제도, 이대로 괜찮은가
  • 인천투데이
  • 승인 2020.02.1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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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필운 법률사무소 국민생각 변호사
한필운 법률사무소 국민생각 변호사

[인천투데이] 얼마 전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을 당한 아이가 몇 명으로부터 일명 ‘의자 빼기’를 당해 상해를 입고 밟히고 맞고 모욕당했다고 언론이 보도한 사건에서, 피해학생을 때렸다는 학생의 변호를 맡은 적이 있다.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보호자는 학교에 신고할 수 있고, 해당 사건이 형사처벌이 될 수 있는 사항이라면 경찰에 고소할 수도 있다. 이로 인한 손해가 있다면 법원에 ‘민사 소송’도 제기할 수 있다.

위 사건은, 피해학생의 보호자가 학교에 신고하고 경찰에도 고소한 상황이었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의자를 뺀 아이와 머리로 피해학생의 등 부위를 때렸다는 아이를 가정법원에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했다.

학교폭력을 조사한 담당 교사의 기록을 보면, 장면을 목격한 반 친구 3명은 ‘때린 것이 아니라, 살며시 머리를 대고 누웠다’고 진술했고, 가해학생도 ‘때린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심지어 피해학생도 ‘머리를 대고 누웠다’고만 진술했다.

처음에 수사한 경찰은 ‘폭행은 없었다’고 판단하고 무혐의로 종결할 의사를 피력했지만, 수사관은 교체됐다. 새 수사관은 추가 조사도 없이 ‘머리를 대고 누웠던’ 학생을 ‘머리로 때렸다’는 이유로 ‘폭행’ 혐의가 인정된다며 가정법원에 송치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학생의 보호자는 지속적으로 처벌을 요구했다.

결국 법원은 ‘불처분’ 결정했다. 소년부 판사가 사건을 심리한 결과 ‘보호 처분할 수 없거나 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할 때’ 내리는 결정이다.

1년간 각급 학교에서 열리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3만 건에 이른다. 학교폭력을 강경하게 대응하기 위해 만든 학교폭력 대응 제도가 당초 취지를 넘어 이제는 사소한 다툼도 사법 판단으로 이어지게 하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교육의 역할을 배제하고 학교를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눠 분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학교폭력은 이제 변호사업계에서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 잡았고, 일부 변호사는 학폭위ㆍ형사고소ㆍ민사소송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라면서 진술의 방향을 조언하기도하고, 반대편에선 최대한 시간을 끌라고 조언하기까지 한다.

또한 학생들 사이에선 이해와 화해로 종결될 수 있었던 사건이 부모들의 감정싸움으로사법절차를 밟고, 이 와중에 아이들만 상처받기도 한다. 학교폭력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순간, 학교 안에서 화해와 이해로 성장해야 할 ‘학생들’은 사라지고, 적대관계의 ‘가해자와 피해자’만 남게 된다. 실제 학폭위 현장에서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 분쟁조정기능은 전무한채, 피해자 측의 피해감정 충족을 위한 처벌위주 처분이 이어질 뿐, 학생들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하거나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노력은 매우 부족하다.

이에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하는 학교폭력예방법은, 학폭위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고 전문성을 높인다. 경미한 학교폭력은 피해학생보호자의 동의를 조건으로 학교장이 자체 해결할 수 있게 한다. 아울러 교육부는 가해학생이 1~3호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면 다른 조치를 추가로 받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유예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과 피해학생의 피해회복을 위해서는, 진정한 갈등 해결과 화해가 무엇인지 제시할 수 있는 어른들의 성숙한 태도가 전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