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재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인천투데이] 연목구어(緣木求魚)와 부화뇌동(附和雷同). 요 며칠 사이 인천시교육청ㆍ인천시ㆍ연수구 등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보며 이런 사자성어를 떠올린다. 19번 확진환자가 송도지역 대형 쇼핑몰을 다녀갔다는 소식에 시교육청은 이 지역 학교 휴업을 전격 명령했다. 시 방역당국 관계자조차 시교육청의 조치에 어리둥절한 듯하다. 연수구도 구립어린이집과 주민편의시설 문을 닫고 범인 색출하듯 접촉자를 찾기 시작했는데, 정작 시민들의 상황 질문에 대한 답변은 궁색해보였다. 얼핏 시민 눈높이에 맞는 적극적 방역 같지만, 여기저기 수소문해보아도 그 목적과 판단 근거를 알 길이 없었다. 확진환자 동선 반경 1km 이내 학교를 휴업 조치하고 있다는 서울시에 뒤지기 싫었던 게 아닌가 싶다.

물론 확진환자 동선에 인천지역 시설이 걸친 것은 나쁜 조짐이다. 그래서 결코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된다. 철저한 역학조사와 접촉자 관리에 집중해야한다. 이를 통해 지역 방역체계를 점검해볼 수도 있으니 전화위복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시교육청의 조치는 이 병의 실체와 상당한 거리가 있으며, 교육부 관련 매뉴얼 내용과도 맞지 않다. 진짜 지역사회에서 환자가 발생하고 그게 확산된다면 도대체 어찌 대응하려하는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전문가들은 신종코로나의 위력 자체를 계절 독감에 비해 크지 않다고 한다. 계절 독감은 매해 2000여 명을 사망하게 만드니, 필자도 그 주장에 동의하는 편이다. 또한 이 바이러스는 학교 안 확산 가능성도 작다. 어린 학생들의 감염률은 성인에 비해 매우 낮고, 증상 발생 이후에 전염성을 나타내므로 방역 효과와 효율성은 높다. 이와 유사한 2003년 사스 유행 시 전 세계에서 어린 학생이 사망한 사례는 없었다. 초기 방역이 완전 실패한 중국 상황은 우리와 다르다. 중국 이외 국가들에서 유행 현황을 차근히 본다면 합리적 대응이 쉬워질 수 있다. 2월 9일을 기준으로 신종코로나는 중국을 제외하고 27개국에서 발생했다. 이 국가들에서 환자 총 318명이 발생해 그중 2명이 사망했다. 확진환자들의 평균연령은 50세가량이고, 대다수 중증 사례는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다만, 새로운 위험으로서 어떻게 상황이 악화될지 모르니 총력대응으로 조기 종식해야할 것이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은 대규모 지역사회 확산의 대표적 사례다. 그런데 당시 다른 법정 감염병 발생은 오히려 줄었다고 한다. 매독과 임질 같은 성매개 감염병도 1981년 에이즈라는 병이 등장함으로써 급격히 줄었다. 에이즈가 두려우니 그제 서야 너도나도 예방수칙을 지켰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세 좋게 등장한 에이즈도 지금은 치료약이 좋아지고 바이러스는 사람에 적응해 치명률이 뚝 떨어졌다. 에이즈 환자의 수명은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보다 길고 비감염인과 차이 없다. 자고나면 흉흉한 뉴스가 쏟아져있지만 이런 정보들도 시민들에게 전해져야한다. 올해에도 법정 감염병 발생 총량은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지금과 같은 감염병 위기상황은 새로운 것도 아니고 예측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사실 필자는 평소 신종 감염병 위기 대응에 관한 몇 가지 의견을 적극 개진하곤 했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고 전문가를 삼고초려해서라도 모시자고 했고, 우리 지역에 꼭 필요한 경험 있고 헌신할 수 있는 실무 전문가를 확보해야한다고도 했다. 인천시감염병관리지원단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냈다. 필자의 이러한 의견 중 시 정책에 반영된 것은 없다. 인천시장은 인천시감염병관리지원단 직원들이 어떤 근무환경에서 감염병 위기를 대비하고 있었는지 이제라도 확인해보시기를 건의하고 싶다.

시교육청에는 책임 이행을 촉구하고 싶다. 교육부 관련 매뉴얼 내용이 그러하듯 학교 휴업은 오히려 감염병 위험환경으로 학생을 내몰 수 있다. 따라서 방역당국과 협력하고 전문가의견도 수렴해 그 타당성을 면밀히 따져야했다. 필자는 인천시학교보건위원회의 유일한 민간 공중보건 전문가다. 이번 학교 휴업을 결정하기 위해 필자에게 자문해왔다면 설명 드리고 싶은 정보가 많았을 것이다. 타당성은 미약해도 학부모들의 우려와 학사일정 관리 여유시기임을 감안해 휴업을 결정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졸속으로 결정해 허겁지겁 통보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이제 인천시학교보건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으려한다.

신종코로나는 예외 가능성이 거론되고는 있으나, 주로 증상이 나타난 환자와 근접 접촉함으로써 전염될 수 있다. 환자라고 해도 마스크를 쓰고 있거나 기침할 때 2m 이상의 거리를 유지했다면 전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한다. 손 씻기 등의 예방수칙을 잘 지키면 충분히 안전을 지킬 수 있고, 유행 초기단계에서는 초기 화재 발화점 관리하듯 환자와 접촉자를 집중 관리해 유행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확진환자 중 전파 경로와 접촉자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사례는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지금과 같은 무분별한 과잉대응과 시민들의 공포 확산이 지속된다면 자칫 지역사회 유행 확산이라는 큰 화가 현실화될 수 있어 심히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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