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피해 31일 오전 귀국한 중국 우한 교민들이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수용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격렬했던 주민들의 ‘수용 반대’ 기류가 귀국한 교민을 태운 버스들이 김포공항을 출발해 아산과 진천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바뀌었다.

수용을 반대해온 진천과 아산 주민들은 ‘수용 반대’를 철회하고 교민들을 막지 않았다. 주민대책위원회는 “불만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귀국한 교민이 환자도 아니지 않나. 정부가 주민 피해가 없게 격리시설 운영을 철저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교민들이 편히 잘 쉬다 귀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상에서도 우한 교민 환영운동이 퍼졌다. 일부 아산시민은 “We are Asan. 고통과 절망 속에서 많이 힘드셨죠? 아산에서 편안히 쉬었다 가십시오.” “우한 교민도 아산 시민도 모두 대한민국이다. SNS에 지금 아산이 많은 욕을 먹고 있어 속상하다. #We are Asan! 아산에 잘 오셨습니다” 등의 글과 손 글씨 인증사진을 올렸다. 혐오와 배제가 아닌 배려와 포용의 성숙한 민주시민이 많아 다행이다.

한때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는 ‘가짜뉴스’의 영향도 받았을 것이다. 불안감과 공포를 부추긴 일부 야당 정치인의 책임도 있다. 실제 신종 코로나 정부 대응을 놓고 일부 야당 정치인의 공세가 격해졌다. ‘중국인 입국 금지’ ‘중국 관광객 본국 송환’ 등 중국 혐오 정서를 부추기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29일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지금 청와대가 ‘우한 폐렴’ 명칭이나 고치는 데 신경 쓸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우한 폐렴 확산 차단보다 반중(反中)정서 차단에 더 급급한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정부를 공격했다. 공당의 대표가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명칭 대신 굳이 ‘우한 폐렴’을 사용하면서 말이다.

원유철 의원은 중국 우한에 거주했거나 이곳을 거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게 하는 검역법 개정안을 이날 발의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중국인의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하고, 중국에서 한국에 온 중국관광객을 즉각 송환하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공당의 지도부가 외교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비현실적 대응을 주문하면서 혐오와 공포를 부추기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혐오 정서를 노골적으로 부추긴다’는 비판에도 불구, 한국당이 이처럼 공세를 강화하는 것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 때문 아닐까. 총선에서 득실을 따져볼 때 신종 코로나를 정쟁 도구로 삼는 게 이롭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안쓰럽다.

31일 오후,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4명 더 발생해 모두 11명으로 늘었다. 특히 가족 간 전파에 따른 3차 감염이 처음 발견돼,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확산 차단에 전념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더욱 필요하다. 혐오와 공포를 부추기는 언행을 신종 코로나만큼 경계하고 차단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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