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나라 안팎이 충격에 휩싸였고, 애도의 물결이 아직 멈추지 않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때로는 해석이 서로 극단적이기까지 하다. 중요한 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를 어떻게 정리하고 어떻게 힘을 모아 실천하는가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결코 쉽지 많은 않다. 적어도 ‘아전인수’에만 매몰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부평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가 한창이던 지난 26일 분향소를 설치하겠다며 구청 현관 앞에 있는 시민단체의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

구청장의 전 비서실장과 비서관이 비리혐의로 구속돼있는 데다 구청장의 부인 또한 민간자본유치 주차타워 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고위공무원이 사업자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시민단체는 지난 12일부터 구청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었다.

부평구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수차례에 걸쳐 구청에 분향소 설치를 요청하고 근조 현수막이라도 걸어달라는 요청을 “전례가 없다”며 거절하더니 돌연 분향소를 설치하기 위해 농성장을 철거하겠다는 통보를 시민단체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평구가 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하면서 시민단체가 농성장에 설치한 노 전 대통령 근조 현수막도 땅에 떨어졌다. 일각에선 구청장이 자신의 치부를 덮기 위해 분향소 설치를 핑계로 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했으며,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비난했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구청장이 내세운 논리다.
구청장은 자처한 구청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현재 인천연대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구청장 사퇴를 운운하며 청사 일부를 불법점거하고 주민들에게 홍보하는 등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유사한 행위가 바로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부평구의회 임시의회에서 구정질문에 답변을 하면서도 “공권력을 무력화시키는 행위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몬 것도 평상시 극단적인 세태 때문이다. ‘여론몰이’식 인민재판을 참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한 뒤, 그러한 모습이 구청에서 일어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아전인수 아닌가. 구청장은 측근들의 비리사건에 대해 시민단체가 공개 사과를 요구했지만 거부했다. 지난 2005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애인단체를 통한 불법당원모집 사건으로 비서관이 구속되고 그 비서관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부인이 구속됐을 때도 그랬다.

다행히 이번에 부인의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나더라도 측근들의 비리에 대한 구청장의 도의적 책임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전 대통령의 서거를 자신의 처지와 견주는 대단한(?) 아전인수가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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