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5월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 기치를 들고 이 땅에 등장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5월 28일 스무 살이 됐다.

당시 노태우 정권은 교사들이 비합법 조직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1500여명의 교사들을 해직시켰다. 그 후 전교조 20년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10년간 비합법의 굴레 속에서 보수 세력으로부터 ‘의식화교육을 시킨다’는 색깔공세에 시달려왔고, 합법화 이후 지금까지도 그 시달림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전교조는 학생, 학부모, 교사를 교육의 주체로 세우려는 실천을 쉼 없이 전개해 교육민주화 달성에 많은 기여를 했다. 교원의 노동기본권 획득에 앞장서서 실천해 사회민주화의 지평을 넓히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전교조 투쟁의 역사 20년은 시대정신이었으며, 그 공은 높이 살 일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사회가 처한 현실 속에서 교육문제를 되돌아보고 전교조의 역할을 따져 볼 때 그간의 노력을 자축하고 있기엔 너무나 한가하다.

20년 전 전교조의 참교육 선언은 정권을 유지,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교육을 악용한 데 순응했던 교사들의 치부를 들어내고 자성하는 것이었다. 가혹한 입시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을 구원하는 참된 교사상의 선언이었다.

그러나 지금, 안타깝게도 우리사회의 교육현실은 전교조가 창립하던 20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아니 어떤 점에서는 더 나빠졌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전교조가 있어야 할 존재 이유가 20년 전보다 지금 더 절박하다. 그러하기에 전교조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한다.

전교조는 내우외환에 빠져 있다. 전교조에 무한한 신뢰를 갖고 지지 엄호했던 사회진보 세력들조차 전교조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 요구의 중심은 학생과 학부모의 눈으로 교육문제를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그에 맞는 실천과제를 설정해야한다는 것이다.

전교조 조합원들은 유인종 전 서울시 교육감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한다. 그는 <한겨레>가 마련한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과의 인터뷰에서 “전교조 초기에 그랬던 것처럼 전교조 교사들이 학교에서 열심히 학부모와 학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에 나서야한다”며 “전교조가 머리띠 두르기 전 학교개혁을 노력해봤는지, 깊은 반성을 했으면 좋겠다”고 쓴소리 했다.

전교조는 매우 이율배반적이다. 국민들의 광범위한 공감을 얻고자 하면서 어떻게 교사들의 요구조건을 앞세운 투쟁을 하는가? 전교조는 또한 ‘아전인수’격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교원평가 실시를 전제로 한 대안적 방안을 전교조가 제시하길 바라는데 전교조는 왜 대다수 국민들은 교원평가를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가? 이러한 주장으로는 결코 학생과 학부모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학생과 학부모 다수로부터 전교조의 진정성을 의심받는다면 전교조는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진정성을 스스로 의심하고 자성해야 하지 않을까. 나의 자성이 전제되지 않으면서 나의 주장이 옳다고 언제까지 주장할 것인가?

지난봄부터 참교육을 위해 헌신하다 돌아가신 분들의 묘지를 순례하고 있는 정해숙 전 전교조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전교조가 통일문제, 노동문제를 참교육 실현의 투철한 의지로 실천한 것은 훌륭한 성과이지만 이제 성년이 됐으니 내적 성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교조는 남이 아닌 나를 돌아보는 자세로 아이들과 사회변혁을 꿈꾸어야한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으니 우리 것만 고수해서는 안 된다”

해직교사를 복직시키는 어려운 결단을 했던 분이 전교조에 깊은 애정을 표현한 말이 여전히 내 가슴을 울리고 있다. 전교조가 자성하고 또 자성하길 바란다.
▲ 백준수
인천석남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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