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을 한권의 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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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 오후 6시 구산중학교 김지우(1년) 학생의 구성진 서도민요소리와 함께 기적의도서관의 ‘책을 만나다’가 시작됐다. 이어 조진우ㆍ조진서(굴포초) 어린이와 엄마가 각각 책속의 주인공이 돼 책을 낭독했다.
책 이름은 김정희 작가의 ‘장터나들이’. 70년대 옛 장터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그림책으로, 대형마트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주인공 민지가 신기하고 재미난 장터구경을 하다가 할머니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는 내용이다.
이날 특별한 시간에 함께 한 어린이는 30명 남짓. 대부분 가족과 함께 왔다. 책 낭독이 끝나고 기다리던 작가와 만남이 이어졌다. 다른 작가 초청회나 사인회와는 달리 기적의도서관의 작가와의 만남은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말해 볼 수 있는 토론의 시간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토론은 30분정도 이어졌다.
“민지가 할머니를 장터에서 잃어버리고 다시 만난 장면이 아주 감동적이었어요. 여기에 나오는 여자 어린이가 머리가 짧은데, 왜 짧아요? 그리고 수채화 맞죠? 바퀴가 세 개인 차가 있는데요, 차 이름이 궁금해요? 1학년 때 부평시장에 가서 엄마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적이 있었는데 생각이 났어요. 상인이 많은 것이 부평시장과 비슷하고 이곳에는 우시장이 없는데 볼 수 있어 좋아요”(구산초등학교 4학년 김수민)
“신발 파는 아주머니는 친절하신 것 같은데 다른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친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궁금해요”(산곡남초등학교 4학년 김혜인)
김정희 작가는 “생각이 이렇게 다양할 줄은 몰랐어요. 저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요. 우선 이 책을 만들게 된 모티브는 저희 딸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생각해낸 내용이에요. 여러분이 말 한대로 수채화이고 민지가 머리가 짧은 이유는 그 당시에는 엄마들이 일하느라 바빠서 시골 아이들은 대부분 단발머리로 머리를 잘랐던 게 기억에 나요. 그래서 머리가 짧고요…”라며, 아이들 하나하나의 질문을 메모지에 받아 적어서 성실하게 답변해줬다.
책을 낭독했던 진우ㆍ진서 엄마는 행사를 마치고 “아이들과 책을 읽으면서 같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참 많았다”며, “얼음장ㆍ닭장ㆍ우시장 장면이 나올 때마다 궁금한 게 많은지 아이들이 계속 물어보았다. 지방의 5일장도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최지혜 관장은 “지난해 1월 ‘책을 만나다’를 시작했다. 작가와의 만남이니 작가가 주인공이 아니라 어린이 이용자가 주인공이다. 이 시간을 통해 아이들의 제대로 된 토론문화를 만들고 싶었고 아이들이 발표하면서 자기 생각을 키워내다 보면 토론문화가 정착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작가들도 아이들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적의도서관의 ‘책을 만나다’는 12월을 제외하고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진행한다. 열정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 12명을 선정해놓고 그달의 책(표 참고)의 원화를 도서관에 전시한다. 사전공연과 가족 책 낭독은 미리 참가신청을 받는다.
김현희 시민기자
nayaabc@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