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인천투데이] 2019년 한 해 동안 국회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패스트트랙 법안을 둘러싼 동물국회, 조국정국 등, 연일 뉴스에서는 국회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 소식이 끊이질 않았다. 그랬던 20대 국회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다. 90여일 앞으로 다가온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이전 선거들과 많은 면에서 달라졌다.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며, 만18세까지 투표권이 주어졌다. 21대 국회는 다양성을 좀 더 담을 수 있고 전보다 나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만18세 투표권 관련 주장들을 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고교 교실의 정치화” “정치에 관심 갖느라 공부 못해”…. 여전히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며 공부만 해야 한다고 떠든다. 이런 말은 우리 사회가 학교와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선을 과거에 붙잡아두려고 애쓰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나아가 한국 교육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점도 보여준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시민으로서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이른바 명문대학에 들어가야만 ‘사람’이 되는 사회에서 피 터지는 무한경쟁을 벌여야만 한다. 성적표 숫자에 목숨을 걸기까지 한다. 이러한 현실을 꼬집은 드라마 ‘SKY캐슬’이 그 방증이다. 그렇게 공부하는 기계가 돼 다른 곳에 관심을 가질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초ㆍ중ㆍ고 생활 12년을 마치고 20대가 되자마자 “꿈이 없는 20대” “정치에 무관심한 20대”라는 꾸중을 듣는다.

청소년과 청년은 왜 정치에 관심 없는가.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선거철만 되면 청년을 호명하며 청년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떠든다. 청소년은 투표권이 없으니 선거철에도 등장하지 못하는 박탈감을 맛볼 뿐이다.

이쯤 되면 한국사회가 얼마나 모순적인지 알 수 있다. 19세까지는 국ㆍ영ㆍ수 중심으로 공부만하고 20세부터는 사회를 일궈갈 미래의 일꾼으로서 상상력과 꿈을 가지고 사회 전반에 관심을 가지며 스스로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라고 한다.

청소년들이 미숙하고 판단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정치적 식견을 가질 수 있게 더 일찍부터 정치와 사회, 시민교육을 하면 된다. ‘교실의 정치화’는 구태한 정치가 바뀌어야할 문제다. 한국사회처럼 ‘정치’라는 단어가 나쁘게 쓰이는 사회도 없다. 결국, 정치 무관심과 정치혐오를 만들어낸 기성세대가 바뀌어야한다.

한국사회에 민주주의가 막혀 있는 곳은 많다. 청소년들이 그러하고 학교가 그렇다. 공무원들도 정치적 권리 행사가 제한돼있다. 만18세 투표권이 막힌 민주주의를 뚫어내는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 학교가 ‘정치’를 올바르게 가르치고 배우게 하는 장이 되고, 교사와 공무원이 자신의 권리를 온당하게 행사할 수 있게 해야한다.

국가의 미래라 불리는 청소년들이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올바른 정치가 무엇인지 토론하며 정의로운 사회를 모색할 수 있는 만18세 선거권을 훨씬 더 빨리 줘야했다.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모두 자신의 소중한 권리를 잘 행사하길 바라며, 청소년들의 권리 신장과 투표권 획득을 위해 노력해온 청소년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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