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인천시가 ‘2019 인천의 사회지표’를 최근 발간했다. 시는 시민들의 삶의 질과 관련한 사회지표 167개를 가지고 지난해 8월부터 9월까지 9000가구 만13세 이상 가구원을 조사한 결과와 통계청 등이 생산한 통계자료를 이용해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

사회지표는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사회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 척도다. 구성원들의 삶의 질 수준과 사회상태를 종합적으로 측정해 각종 정책을 수립하고 평가하는 한편, 학술연구를 하는 데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시는 향후 이 사회지표 조사를 매해 실시해 시민의 삶을 들여다보고 시민들의 의견을 시정 혁신의 밑거름으로 삼겠다고 했다. 시민으로서 반가운 이야기다. 그런데 혁신은 말처럼 쉽지 않다. 무엇보다 기존 관습에서 벗어나야하고 낡은 사고와 패러다임을 깨야한다.

일례로 이번 사회지표 보고서를 보면, 인천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1.01명으로 2000년대 들어서 계속 감소추세에 있다. 국내 평균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더 심각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동안 펼쳐온 정책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인천시가 올해 신규로 도입하거나 강화하겠다는 출산ㆍ육아 지원 정책은 난임 치료 지원 확대, 혁신육아복합센터(공공산후조리원+육아지원센터) 건립, 아이사랑꿈터(공동육아)와 다함께돌봄센터(아동 돌봄) 확충 등이다. 필요한 사업들이지만, 하드웨어적 보육서비스에 집중돼있다.

출산율 저하는 20세기 산업사회를 거친 대부분의 나라가 겪은 일이다. 학자들은 여성이 집을 벗어나 돈을 벌고 자기실현 욕구가 커질수록 아이 낳기를 피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출산율 저하 원인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를 꼽았다. 그래서 출산율이 바닥에 이른 나라들이 계곡을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추진한 정책은 일과 가정 양립, 보육서비스, 공공임대주택, 양육수당, 아동수당, 육아휴직 등이다.

그런데 계곡 탈출에 성공한 나라들이 있고, 여전히 계곡에 갇힌 나라들이 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다양한 제도를 시행해도 출산율 반등에 실패한 이유는 뭘까. 스웨덴을 비롯한 몇몇 나라는 저출산 문제의 핵심이 ‘남성 중심 가부장적 사고’라고 봤다. 그래서 전통적 성 역할을 해체하기 위한 성 평등 정책을 추진했다. 유치원에서부터 성적 구분이 있는 언어 사용을 자제하게 했고, 페미니즘 서적을 청소년 필독서로 지정했다. 육아휴직 일부 기간을 아빠가 사용하게 강제했고, 기업엔 성별에 따른 임금차별금지 규정을 이행하게 했다. 2000년을 기점으로 스웨덴은 출산율 반등에 성공했다. 프랑스ㆍ네덜란드ㆍ핀란드ㆍ노르웨이도 저출산 늪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한국은 많은 예산을 쏟아 붓고도 2001년 최저 출산율 1.3%를 기록한 이래 계곡에 갇혀 있다.

같은 현상, 같은 문제의 원인을 어떻게 진단하느냐에 따라 해결방법과 결과는 달라진다. 낡은 사고와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때 시정 혁신은 가능하다. 공직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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