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획] 행복배움교육에 딱 맞는 교육환경, 인화여자고등학교
[교육기획] 행복배움교육에 딱 맞는 교육환경, 인화여자고등학교
  • 이종선 기자
  • 승인 2019.12.27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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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투데이ㆍ인천시교육청 공동기획|
인천교육 혁신, 행복배움학교가 답이다 <23> 인화여자고등학교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가 출범한 지 5년이 지났다. 현재 행복배움학교는 62개다. 올해부터 시작한 1년 차부터 최고참 격인 5년 차까지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성공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열정만큼은 모두 같다. <인천투데이>는 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기획해 행복배움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소개한다.

인화여고 전경.(사진제공 인화여고)
인화여고는 대학 캠퍼스에 버금갈 정도로 학교환경이 좋은 편이다.(사진제공ㆍ인화여고)

인화여자고등학교는 올해 행복배움학교로 지정됐다. 부푼 꿈을 안고 교육 혁신을 시작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터. 올해는 행복하고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조성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고 수업 개선을 위해 힘썼다.

국내 최초 교과교실제로 교육 혁신

인화여고는 대학 캠퍼스에 버금갈 정도로 학교환경이 좋은 편이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만큼 본관 크기 건물이 두 개 있으며, 교내에 작은 동산과 연못이 있는 등 녹지도 넓게 조성돼있다. 봄이나 가을 화창한 날씨에는 야외수업도 자주 진행해 학생들의 심신을 달래준다. 학교에서 자연을 벗 삼을 수 있어 오래 머물러도 마음이 안정된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은다.

이런 장점을 살려 인화여고는 2009년에 국내 최초로 선진형 교과교실제를 도입했다. 교과교실제는 교사들이 각 학급을 찾아다니며 수업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교과별로 특성화한 전용 교실을 만들어 학생들이 전용 교실을 찾아 이동하며 수업을 듣는 제도다. 과목 특성에 따라 자료ㆍ준비물ㆍ기자재 등이 구비돼있어 학생들은 수업에 쉽게 집중할 수 있으며, 교사들도 별도의 연구실이 마련된 셈이라 수업의 질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2025년 시행하는 고교학점제에도 안성맞춤이다.

인화여고 교사들이 전문적학습공동체를 진행하는 모습.(사진제공 인화여고)
인화여고 교사들이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ㆍ인화여고)

교사들은 이런 환경을 살려 행복배움학교에 걸맞은 수업 혁신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수업 혁신은 매달 한 차례씩 진행하는 ‘전문적 학습공동체(전학공)’에서 논의된다. 수업만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모든 교사가 참여한다. 교사들은 교과별로 모여 수업 내용을 서로 공유하고 조언ㆍ평가 등을 주고받는 ‘수업 디자인’을 진행한다. 시간이 허락하면 수업 참관도 가능하다. 이 덕분에 교사들은 수업방식의 문제점이나 배울 점 등을 발견하며 성장한다.

다양한 교과목을 서로 묶는 ‘수업 나눔(융합수업)’을 위한 논의도 진행한다. 올해 처음 시작하다보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교사들은 1ㆍ2학년을 중심으로 거뜬히 해냈다. 대표적으로 올해 2학년 학생들은 미술과 국어를 접목한 수업을 진행했다. 국어 시간에 윤동주 시인의 작품 ‘자화상’을 배우고 미술 시간에 자신의 자화상을 그린다. 국어 시간에는 다시 미술 시간에 그린 자화상으로 본인만의 시를 쓴다.

또, 국어 시간에 자신에 대한 수필을 쓰고 이를 바탕으로 원하는 노래를 수필 내용으로 개사해 음악 시간에 가창 시험을 본다. 수학 시간에 배운 평행이동과 대칭이동 성질을 이용한 반복 패턴으로 자신만의 손거울을 디자인해 만든다. 이밖에도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과학 용어들을 한문 시간에 풀어헤쳐보며, 체육 시간에는 수학 시간에 배운 등차수열대로 줄넘기를 해보고 평가하는 식이다.

교과별 교사들의 모임이 행복배움학교 이전에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전엔 교사들을 위한 목적이 더 컸다면, 지금은 학생을 중심에 두고 수업 방식 연구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의 자발성이 돋보인다. 교사들은 교직원 회의에서 ‘전학공’ 활동을 평가하며 좀 더 발전시켜나간다.

인화여고 학생들이 공간혁신을 위한 모형을 만들어보고 있다.(사진제공 인화여고)
인화여고 학생들이 공간 혁신을 위한 모형을 만들어보고 있다.(사진제공ㆍ인화여고)

민주적 학교 분위기 조성 위해 노력

인화여고는 최근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교훈과 교가를 바꿨다. 개교한 지 오래된 만큼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모습이 과거에 만연했던 성역할 고정관념을 심어준다는 지적 때문이다. 인화여고의 옛 교훈은 ‘정숙ㆍ검소ㆍ근면’이었다. 정숙은 ‘여자로서 행실이 곧고 마음씨가 맑고 고움’이라는 의미가 있다. 학교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교훈을 ‘착한 마음 웃는 얼굴 넘치는 호기심’으로 바꿨다.

교가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된 부분은 1절의 ‘정숙한 어진 꽃이 향기 머금고’이다. 인화여고는 성차별적 요소가 있는 1절 가사를 모두 수정했다. 자칫 여성이라는 이유로 학생들의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을 억누를 수 있는 요소를 바꿔냈다. 이 과정에서 학교와 학생 간 신뢰는 두터워졌다.

인화여고는 학내 공간 혁신을 위한 사업에도 학생들이 참여하게 했다. 학교에 공간이 부족하다기보다는 오히려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이에 시교육청이 주관한 ‘공간혁신 미래교실’ 사업 공모에 신청해 학교 구성원이 함께 공간을 바꿔내는 중이다. 이로써 학교에 방송실 오픈스튜디오와 스터디카페가 생길 예정이다.

한중문화부가 진행한 교과카페.(사진제공 인화여고)
인화여고 동아리 한중문화부가 진행한 교과카페.(사진제공ㆍ인화여고)

다양하게 꽃피우는 학생자치

인화여고는 학생자치활동도 활발하다. 교과교실제 운영으로 학교 공간이 여유로워, 정규 동아리 31개를 운영한다. 정규 동아리는 교과목과 연계해 진행한다. 영어와 관련해 영어신문ㆍ토론ㆍ회화부가 있는 식이다. 이 동아리들은 종종 점심시간에 ‘교과카페’를 운영해 많은 학생이 교과 관련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수학 동아리는 부스를 차려 생활 속에 숨어있는 수학 규칙들을 학생들에게 알려준다. 한중문화부 동아리는 치파오를 입고 중국 문화를 홍보한다.

또한 학생회 자율성이 뛰어나다. 체육대회나 축제 등 큰 행사를 학생회가 기획해 진행한다. 공약이행비를 바탕으로 예산 편성도 직접 한다. 운영도 체계적이다. 학생회에 국제정보ㆍ기획행정ㆍ문화예술ㆍ생활체육안전ㆍ환경봉사부가 있는데, 부서별로 특화한 업무를 맡는다.

학생회는 올해 불필요한 학교규칙을 개정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주로 복장 규정을 바꿨다. 예전에는 교복 안에 흰색 티셔츠만 입어야했는데, 지금은 자유롭게 됐다. 그동안 금지했던 교내 슬리퍼 착용이 가능해졌고, 단발머리가 아침에 부스스해진다는 이유로 C컬 파마도 할 수 있다. 또한 예전에는 교복 상ㆍ하의를 모두 갖춰 입고 등하교를 해야 했는데, 이젠 체육복을 입고 다닐 수 있게 됐다. 올해 새로운 체육복을 선정할 때도 학생회가 참여했다. 학생회 활동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학교는 학생회 고유 직인과 깃발도 만들어줬다.

임주영 학생회장은 “지난해보다 행복배움학교로 전환한 올해 교육 선호도 조사에서 학생들이 좋은 평가를 한다. 학교가 학생들 의견을 들어주는 기회가 분명히 많아졌다”고 말했다.

최영선 교장은 인화여고에서 이뤄지는 행복배움교육은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상식이 통하지 않고 왜곡됐던 교육을 정상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누구나 바라는 교육이 이뤄지는 과정”이라며 “행복배움학교가 학업은 뒤로하고 다른 활동만 한다는 오해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 교육의 기본 취지를 살렸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인화여고 동아리 '둥지'가 보살피는 길고양이.(사진제공 인화여고)
인화여고 동아리 ‘둥지’가 보살피는 길고양이.(사진제공ㆍ인화여고)

인화여고 동아리 구성원이 된 길고양이

인화여고에는 정규 동아리 외에도 자율 동아리가 52개나 존재한다. 이중 ‘둥지’라는 동아리는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활동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깨우쳐간다. 학교를 배회하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며 정을 베풀었을 뿐인데, 어느새 학교 구성원이 됐다. 고양이들뿐만 아니라 토끼도 학생들의 보살핌을 받는다. 자연친화 학교라 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