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전 부사장, “조원태 회장, 선대 회장 유훈과 다른 방향 향해”
한진 남매갈등 수면위로 부각… 한진칼 지분 엇비슷해 '변수'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올해 4월 조양호 전 회장의 별세 이후 수면아래 잠들어 있던 한진그룹 내 남매갈등이 수면 위로 부각했다.

고 조양호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3일 변호인을 통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선대 회장의 뜻과 다르게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며 반기를 들었고, 한진그룹은 같은 날 오후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차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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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부사장 복귀에 합의 없었는데 한 것처럼 대외 공표”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23일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문을 내고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원은 “조 전 부사장은 그동안의 개인적 불찰과 미흡한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을 전해왔다”며 “다만 한진칼과 그 계열사(이하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 상황과 관련해 불가피하게 법률대리인을 통해 입장을 밝히게 됐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원은 우선 “조 전 부사장은 작고한 고 조양호 회장의 상속인 중 1인이자 한진그룹의 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지에 따라 한진그룹을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고, 이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조 전 부사장은 선대 회장의 유훈에 따라 가족 간에 화합해 한진그룹을 경영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생인 조원태 주식회사 한진칼 대표이사는 물론 다른 가족들과도 공동 경영 방안에 대해 성실히 협의해 왔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조 전 부사장 측은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또 “상속인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이 결정되고 발표됐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법무법인 원은 “이에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의 상속인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한진, “기업가치 제고해 시장에 부응하는 게 유훈”

조 전 부사장의 입장 발표에 대해 한진그룹 또한 23일 입장문을 내고 “한진그룹 관련해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국민과 고객 및 주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런 뒤 “조양호 회장 작고 이후 한진그룹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국민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 및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것이 곧 고 조양호 회장의 간절한 소망이자 유훈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한진은 그러면서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하여 행사돼야 한다”며 “최근 그룹이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새로운 변화의 기초를 마련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금번 논란으로 회사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지주회사 한진칼 ‘어머니와 자식’ 지분구조 엇비슷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의 경영 복귀에 반대한 동생 조원태 회장을 향해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땅콩회항’ 사건으로 뭇매를 맞은 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2018년 4월 왕산레저개발(주)에 등기 이사로 등재하면서 경영에 복귀하려고 했으나, 조현민 전 진에어 전무의 ‘언니를 옹호하는 물벼락 갑질’ 사건이 터지면서 다시 여론이 악화됐다.

여기다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고 조양호 회장의 부인)의 ‘갑질’과 모녀들의 관세법 위반 밀수입 사건이 잇따라 터진 후, 올해 4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한진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그룹 승계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조현아 전 부사장이 반기를 들면서 내재됐던 갈등이 수면위로 올라온 양상이다. 조 전 부사장의 반격은 사실상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둔 조원태 회장을 압박하는 것이라 향후 남매간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지가 관건이다.

한진그룹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 한진칼을 지배해야 한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최대 주주로 29.96%를 가지고 있다. 나머지 우호 지분은 정석인하학원 2.73%, 정석물류학술재단 0.42%이다.

한진칼 지분구조는 조양호 전 회장 별세 전 조 회장 17.8%, 이명희 여사와 3남매 7.71%, 정석인하학원 2.14%, 정석물류학술재단 1.08% 등이었고, 별세 후 이명희 여사와 3남매가 법정 상속 비율대로 1.5대 1대 1의 비율로 상속(상속세 약 2700억 원 추산)했다.

이에 따라 조원태 회장의 지분은 2.32%에서 6.46%로, 조현아 전 부사장은 2.29%에서 6.43%로,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2.27%에서 6.42%로, 이명희 여사는 0%에서 5.27%로 각각 늘었다.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식 지분만 따지면 조원태 6.52%, 조현아 6.49%, 조현민 6.47%, 이명희 5.31%다.

즉, 고 조양호 회장의 별세로 한진칼의 지분을 이명희 여사와 3남매가 엇비슷하게 나눠 가진 만큼 내년 3월 주주총회 때 이명희 여사와 딸들의 선택이 한진그룹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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