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인천투데이] 한국 사회에서 주거권은 살(Stay)권리가 아니라 살(Buy)권리인 것처럼 보인다. 부동산 불패신화에 돈 없는 사람도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지만, 월 수백만 원을 갚아야하는 하우스푸어가 되고 직장에서 잘리지 않을까 걱정하며 살아간다. 부자들은 부동산 투기로 자산을 증식한다. 이러한 투기세력의 활보는 높은 집값을 형성하고, 높은 집값은 서민 주거환경을 떨어뜨린다. 살(buy)권리는 절대적으로 보장받지만, 살(stay)권리는 경제적 수준에 따라 다르게 보장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이러한 현실은 방 쪼개기가 등장하게 했다.

건물주가 임대수익을 올리기 위해 건물을 불법으로 개조해 여러 개의 1인실로 만들어 임대하는 방식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 중, 어느 미디어가 진행한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이 스스로 주거취약계층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듣고 더 슬퍼졌다. 일시적인 것이라 생각해서일까? 많은 사람이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은, 자신이 주거취약계층인 것을 인지 조차 못하는 사회로 만들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홈리스에 해당한다. 한국사회에서 홈리스의 개념은 너무 축소돼있다. 많은 경우 ‘노숙인’으로 축소시키지만, 주거 안정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형태의 임시적 거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개인과 가족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홈리스를 보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출 요건을 완화하면 될까? 아니다. 무리한 대출은 빚을 갚는 것에 담보 잡힌 삶을 살게 만든다. ‘대출노예’인 셈이다. 그렇다면 사회주택을 늘리면 될까? 사회주택 비율이 높아지면 시세보다 낮은 금액으로 집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대기하다 순서가 돼야 들어갈 수 있다.

원하는 때에 상황에 맞는 집에서 살 수 있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 안정이 필요하다. 부동산을 자산 증식 수단으로 활용하는 구조가 유지된다면 투기세력에 의한 집값 폭등을 막을 수는 없다. 집값이 안정되려면 서울 중심으로 폭등하는 땅값이 안정돼야 하고, 땅값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모순적으로도 땅에 값을 매겨서는 안 된다.

한정된 자원인 토지에 값을 매겨 거래가 가능한 재화로 규정하는 것은 불평등을 심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노동소득보다 토지가치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이 훨씬 많다면 불평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누구에게나 권리로서 집이 필요하지만, 토지가격 폭등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주거공간을 가질 수 없게 만든다. 토지가 거래 가능한 재화가 되면서 주거권은 더 이상 인권이 아닌, 경제력에 따라 주어지는 권리가 돼버리는 게 문제다.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이 가능하기 위해서 토지 공개념은 무척 중요하고 실현해야할 과제다. 사유재산권 제한을 불온하게 여기는 현재의 경제시스템에서 주거권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토지 공개념은 사유재산권 제한이라기보다 불로소득 제한이므로, 사유재산의 정신과 부합한다.

모든 사람의 주거권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로소득으로 자산을 늘려가는 기존 질서와 권력에 도전하는 것이기도 하다. 주거권이란 단순히 집을 마련한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저마다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안정적으로 점유하고 살아갈 권리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 요소 중 하나가 주거공간이라는 것을 모두 알지만, 필수적인 것조차 보장이 어려운 것이 현대사회다. 실질적으로 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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