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민영화 논란이 다시 점화됐다. 정부는 지난 8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민관합동회의를 열고 보건복지가족부가 보고한 의료분야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문제의 핵심인 영리 의료법인 도입 여부는 11월로 미뤄졌지만, 비영리법인의 의료채권 발행, 의료기관의 경영지원사업(MSO), 병·의원간 합병, 경제자유구역에 외국 의료기관 유치 등을 허용했다.

영리병원을 도입하는 데 필요한 사전작업을 일찌감치 마무리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정부는 의료기관의 경쟁체제가 의료서비스 수준을 높여 모든 국민에게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선진화의 밑바탕에 깔린 인식에 있다. 정부는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한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과 ‘국민에게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는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의료를 시장경쟁에 맡길 경우 영화 ‘식코’에서처럼 아파도 돈 없으면 병원 못가는 미국사회의 현실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모든 병원은 비영리법원이고 따라서 병원 경영을 통해서 이윤을 바깥으로 가져가지 못한다. 이 제도를 바꿔 병원 경영을 통해 얻은 이윤을 주주들에게 배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병원 영리법인화다. 주주는 높은 이윤을 위해 수익성 위주의 병원경영을 강요할 테고 이는 곧 병원비 폭등으로 이어진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자본의 생존방식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자본은 간접적으로 의료채권 발행 허용, 병원경영지원회사 허용의 방식으로 법인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국내병원의 ‘영리병원’화를 부추기고 이는 다시 병원비의 증가와 수익성 높은 민간보험환자를 선호하게 돼 국민건강보험의 몰락을 초래한다.

병원 영리법인화는 최대한의 이윤을 얻기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불러올 것이다. 보건의료 인력을 축소하거나 비정규직화하고 노동 강도를 강화할 것이 뻔하다.

이렇게 놓고 볼 때 의료민영화의 최대 수혜자는 대형 자본, 특히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금융자본이다. 그러나 멀리 내다볼 때 정부가 생각하는 대로 서비스산업 선진화나 이를 통한 성장 동력 형성은 어렵다. 거대 금융자본이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이고 지금의 경제위기는 미국 금융자본의 파산으로 드러나고 있다.

세계 자본주의 석학조차 신자유주의를 재검토해야한다는 이 마당에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달린 의료분야에도 신자유주의 정책만을 고집하고 있다. 과연 누굴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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