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인천투데이] 롤란딕 뇌전증은 소아 뇌전증 중에서 가장 흔한 형태다. 전체 뇌전증 환자의 20%를 상회한다고 한다. 소아 뇌전증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만을 따지면 훨씬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롤란딕 뇌전증은 3세에서 13세 사이에 발생하며, 대체로 15세나 16세 이전에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논문에는 만 17세 이르러 호전됐다는 보고도 있다. 롤란딕 뇌전증은 유전적 경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가족력을 확인하는 것도 예후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과거에는 뇌파가 부분 간질파로 나오는 이유 때문에 뇌전증이 영구적으로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 이해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 임상 양상이 정리 보고된 이후에는 양성 뇌전증으로 이해되고 있다. 최근 논문에서는 완치율이 거의 100%에 가깝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니 롤란딕 뇌전증으로 확인된다면 불안감보다는 안심과 반가움을 가져도 될 것이다.

최근의 이런 연구 성과에 발맞춰 양방신경과에서는 롤란딕 뇌전증이라면 항경련제 투약을 자제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듯하다. 과거에는 롤란딕 진단 후에도 경련이 두 차례 이상 발생하면 무조건 뇌전증약을 투약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경향이 줄고 있다. 특히 선진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롤란딕 뇌전증 진단을 받고 경련을 여러 차례 하더라도 위험한 수준의 경련이 아니라면 조금 더 추이를 지켜볼 것을 권유하는 의사가 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매우 올바른 것이기에 반가운 현상이다.

그러나 환자의 부모는 경련 당시 모습이 심각하기에 공포감에 휩싸여 항경련제를 찾는 경우도 많다. 한방에서는 롤란딕 뇌전증 치료에 항경련제를 직접 사용하기보다는 경련 유발 요인을 제거하고 뇌 성장 발육을 돕는 면역 영양치료로 안정적 상태를 유도하는 치료를 진행한다. 이렇게 하면 경련이 즉각 멈추지는 않지만 대체로 서서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며 점차 안정을 취한다. 그리고 2~3년 안에 안정적인 뇌파 경과를 보이면서 치료를 종결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기계적 치료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경련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게 존재한다. 수면장애, 스트레스, 성장통, 아토피, 비염과 가정환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가 결합해 뇌 흥분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연치료 과정에서는 안정 중이던 환자가 일시적으로 급격히 경련이 증가하는 경우가 나타나기도 한다.

1년 가까이 경련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던 환자가 일시적으로 두세 번 경련이 몰아서 나타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런 경우 부모 대부분은 속된 말로 ‘멘붕’에 빠지며, 경련으로 뇌가 손상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이 극대화된다. 그로인해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항경련제를 선택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종종 접한다.

부모의 안타까운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항경련제로 상황을 진정시키는 것이 올바른 치료는 아니다. 롤란딕 뇌전증은 약을 먹이든 안 먹이든 호전되는 뇌전증이기 때문이다. 항경련제를 먹여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아이에게 거의 없다. 오로지 부모의 심리적 안정감뿐이다. 부모를 위해서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것을 권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롤란딕 뇌전증 진단을 받은 환자의 부모라면 먼저 경련 공포증부터 이겨내야 한다. 빠르고 느리고 차이는 조금 있겠지만 아이는 호전될 것이다. 궁극에는 뇌파에 경련파가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건강하게 자잘 것이다.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합리적 사고와 심리적 안정감이다.

※ 김문주 원장은 소아 뇌신경질환 치료의 선구자로서 국제학술지 E-CAM에 난치성 소아 신경질환 치료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뇌성마비 한방치료 연구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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