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10여명 9일째 경로당 생활 ··· 도움 절실
“기초생활수급 대상 아니라 복지 지원 못 받아”

[인천투데이 조연주 기자] 12월 초 화재 발생으로 피해를 입은 중구 송월동 A빌라 주민들이 복지서비스를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는 지난 7일 오전 6시 30분께 A빌라 지하 1층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오전 7시께 진화했다. 이 화재로 주민 11명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 가운데 2명은 아직도 중환자실에 입원해있다. 가구 하나가 불탔고 가구 여덟 곳에 그을음과 탄내가 번졌다.

피해주민 11명 중 7명은 중구(구청장 홍인성)로부터 긴급구호물품을 받고 근처 경로당에서 일주일 째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중구의 도움으로 지정된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화재로 타버린 전기설비와 그을음 청소작업을 끝내려면 일주일가량 더 걸린다.

송월동 화재 피해주민들은 긴급구호물품을 받고 인근 경로당에서 생활하고 있다. 

인천시는 저소득 가구의 위기 상황을 신속히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인천형 SOS 복지안전벨트 사업’을 시작했다. 또, 긴급 위기 상황으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저소득층에게 생계ㆍ의료ㆍ주거비 등을 지원하는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A빌라 피해주민들은 이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충분히 가난하지 않기 때문’이다. ‘SOS 복지안전벨트’와 ‘긴급복지지원제도’ 사업은 각각 금융 1000만 원, 700만 원 이하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다.

주민 B씨는 “이곳 주민들은 저소득자(소득이 생활보장기준을 겨우 상회할 정도의 소득 수준)이지만,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라서 지원받지 못한다”라고 토로했다. 일용노동자 B씨는 아직도 기침할 때 탄 냄새가 나는 가래를 뱉지만, 치료받지 않고 있다. 암투병 중인 C씨도 화재 당시 흡입한 연기가 병을 키울까 걱정하지만, 병원에 가지는 않았다. 치료비가 걱정돼서다.

피해주민 D씨는 “인천시민보험 약관을 알아보니, 심각한 후유장애가 발생했을 때나 사망했을 때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라며 “정작 생존한 피해주민들을 도와줄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라고 한탄했다. 이어 “애매하게 가난하고 애매하게 아파서 보상받을 수 없다니, 억울한 마음이다”라고 탄식했다.

피해주민들은 “중구는 빠르게 긴급구호물품을 배부하고 경로당을 임시주거시설로 정했다. 홍인성 구청장은 경로당을 두 번 찾아 위로의 말을 전했다”라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중구와 행정복지센터가 자신들을 뒷전으로 여길까 피해주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인천시 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중구는 현재 피해주민들이 인천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서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인천투데이>가 피해주민들이 복지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는지 묻자, 김영곤 중구 안전관리과장은 “피해주민들 형편을 봐서는 (복지 지원을) 해드려야겠지만, 지원제도나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 노력해보겠다”라고 말했다.

한 피해주민의 아들은 지난 16일 인천시 온라인 시민청원 게시판에 ‘박남춘 시장님! 화재 피해자들을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인천시 중구청 관계자로부터 피해주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지원사업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라며 “빌라 거주자는 대부분 사회적ㆍ경제적 약자다. 화재사건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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