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규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공동위원장 강연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중국 대련시 여순박물관은 일제가 관동군사령부로 사용하던 곳으로 건물 정문에 벚꽃 문양이 달려있다. 조선총독부를 철거한 것도 나름 잘한 결정이지만 이렇게 보존하는 것도 큰 용기이다. 캠프마켓은 부끄러운 역사를 잊지 말자는 의미로 조성해야 한다.”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최용규 인천대학교 이사장은 최근 반환이 결정된 부평 미군기지 활용 방안에 대해 이같이 의견을 밝혔다.

16일 오전 부평구청에서 ‘미군부대 반환과 부평의 미래가치’를 주제로 아침문화강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부평 캠프마켓 반환이 결정된 이후 시민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자리로 의미가 컸다. 이 자리에는 차준택 부평구청장, 나상길 부평구의회 의장,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 김응호 정의당 인천시당 위원장, 노태손(민주, 부평2) 시의원, 신은호(민주, 부평1) 시의원 등이 참석했다.

최 이사장은 민선 1기 초대 부평구청장으로 임기 첫해인 1995년부터 부평 미군기지 이전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거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최 이사장은 미군기지 반환 운동을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게 노력했다. 결국 모든 정당과 시민·종교·환경단체가 참여한 범시민운동이 됐다.

1995년 8월 당시 최기선(가운데 뒤) 인천시장이 부평구를 방문해 최용규(맨앞, 당시 부평구청장) 이사장로부터 미군기지 반환 후 활용계획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 부평문화원)

같은 해 8월, 최 이사장은 당시 부평구를 방문한 최기선 인천시장에게 미군기지 반환 후 활용 계획을 설명했다. 최 시장은 이에 적극 동의하며 힘을 보탤 것을 약속했다. 최용규 이사장은 “서로 진영은 서로 달랐지만 뜻을 합친 순간이다. 이후 ‘부평미군부대공원화추진시민협의회’가 발족하고 인간띠잇기 행사를 개최하는 등, 반환운동이 탄력을 받게 됐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당시 캠프마켓 부지는 반환 후 아파트 건설 예정부지로 지정돼 있었다. 따라서 반환되더라도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없었다. 최 위원장은 인천시에 요청해 도시개발 계획을 변경했다. 이로 인해 캠프마켓 부지활용계획은 공공시설 29%, 문화공원 71%로 구성돼 시민들이 함께 반환된 캠프마켓 활용 방안을 상상할 수 있게 됐다.

부평 캠프마켓, 잊혀진 땅에서 문화중심지로

캠프마켓은 친일 역사와 관련이 깊다. 캠프마켓 인근 430만 평에 이르는 땅은 을사늑약으로 자결한 순국지사 민영환 소유였다. 이 땅은 민영환의 식객이자 정미칠적 중 한 명인 송병준에게 넘어간다. 이 땅은 송병준 손자 소유로 유지돼오다가 결국 2011년 대법원판결에 의해 국가로 귀속됐다. 판결 배경에는 최용규 이사장이 17대 국회의원 시절 추진한 ‘친일재산특별법’이 있었다.

1920년대부터 부평은 일본군 제20사단 훈련장부지로 사용된 70만8000평과 산곡동 일대 33만여 평을 매입해 조병창 부지로 조성됐다. 일제 패망 후 주한미군은 일본 주둔지를 그대로 접수하면서 내부 건물과 시설물들도 그대로 남았다. 2012년 문화재청의 ‘군주둔지 내 근대건축·시설 일제조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캠프마켓 내 건물 93동 중, 일제가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은 30여 동이다. 특히 조선인들의 식기도구를 수탈해 녹여 탄피를 만들던 일제의 주물공장 건물은 문화재청이 존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최용규 이사장은 “향후 캠프마켓을 단순 녹지공원으로 만들면 안 된다는 게 시민들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부산의 캠프 하야리아 부대처럼 모든 건물을 철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캠프 하야리아 부지는 2006년 공식 폐쇄 후 2010년 반환됐으며, 부산시는 이곳을 2014년 시민공원으로 개장했다. 아울러 필요한 기관들을 유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상주인구가 많은 부평 캠프마켓 반환부지에 인천대 예술대학을 유치하고, 인천대 평생교육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인천시 교육청은 대중문화예술고교와 학생진로교육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부평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문화예술단체는 ‘미군부대 대중문화예술고교ㆍ예술대학 유치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최용규 인천대 이사장은 16일 오전 부평구청에서 ‘미군부대 반환과 부평의 미래가치’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최 이사장은 “인천 인구가 300만인데 현재 하나 있는 시립미술관은 부족하다”며 “캠프마켓 부지에 시립 미술관을 추가로 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센터 역할을 하는 공공도서관도 만들어 캠프마켓을 문화중심지로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용규 이사장은 “미군 부대 반환이 2007년에 이뤄진다는 소식을 2002년에 들었다. 그러나 예정보다 12년이나 지난 올해서야 반환이 이뤄졌다”라며 “1995년 처음 반환운동을 시작할 때가 39살이었는데 현재 60대가 됐다. 지금이라도 시민들에게 이런 결과를 드려서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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