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인천 부평 도심 한가운데 광활한 땅, 시민에겐 금단의 땅인 부평미군기지가 드디어 시민 품으로 돌아온단다. 꼭 80년만이니, 너무 오래 걸렸다.

정부는 12월 11일 미국과 한미주둔군지위협정 합동위원회를 열어 반환 절차가 장기간 지연된 미군기지 네 곳을 ‘즉시’ 반환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네 곳은 부평 캠프마켓과 원주 캠프이글ㆍ캠프롱, 동두천 캠프호비이다.

일본제국주의는 1939년, 지금의 부평미군기지 자리에 한강이남 최대 군수공장인 조병창을 지었다. 중일전쟁 병참기지인 이곳에서 수많은 조선인이 강제노동을 했다. 1945년 광복, 하지만 일제가 떠난 이곳을 미군 군수지원사령부가 차지했다. ‘애스컴 시티’로 불렸다. 미군은 1970년대 애스컴 시티를 해체한 후에도 캠프마켓(44만㎡)은 유지했다.

1996년, 부평미군기지 반환 시민운동이 본격화됐다. 캠프마켓의 미군기지 군수품 보급 역할이 축소되고 캠프마켓에 근무하는 미군가 손에 꼽힐 때였다. 지역 정치권과 국민운동단체 등은 부평미군부대공원화추진협의회를 꾸려 이전운동을 벌였고, 진보진영 시민사회단체는 ‘부평미군기지 반환 인천시민회의’를 꾸려 674일간 천막농성을 하며 반환운동을 전개했다. 시민들이 손을 잡고 기지를 에워싸는 ‘인간 띠잇기’ 행사와 24시간 기지 감시활동을 기억하는 시민이 많다.

2002년, 한국과 미국의 캠프마켓 반환 결정은 시민의 승리로 평가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17년을 더 기다렸다. 캠프마켓 빵공장이 이전할 평택 미군기지 조성이 지연됐고, 오염 정화 기준과 책임을 놓고 한국과 미국이 줄다리기를 했기 때문이다. 오염정화 문제가 해결돼서 ‘즉시 반환’ 합의가 이뤄진 건 아니다. 빵공장은 어차피 내년 8월 평택으로 간다. 환경조사와 오염정화, 그 책임을 따지는 건 역시 숙제로 남아있다.

또한 ‘즉시 반환’ 합의가 ‘당장 개방’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캠프마켓 내 야구장은 환경조사 후 이르면 내년 초 개방될 수 있다. 하지만 군수품 재활용센터가 있던 곳은 현재 복합오염 토양 정화작업 중이라, 2022년 9월까지 기다려야한다. 빵공장 부지는 이제 환경조사를 해야한다.

부평미군기지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심각하다는 건 이미 확인됐다. 다이옥신 농도가 주거지 기준치의 10배가 넘게 검출된 곳도 있다. 이런데도 미군은 자신들에게 오염 정화 책임이 없다고 버텨왔다. 미국이 요즘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허무맹랑하게 요구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환경오염 정화비용 책임 문제에서도 더 뻣뻣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시민들이 반환운동에 이어 이제는 환경오염 정화비용 청구운동을 벌여야할 상황이다. 환경오염을 정화해야하고, 그 정화비용을 미군에게 물게 해야 하고, 정말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시민 공간으로 새롭게 가꿔야하는 등, 아직 갈 길이 멀다. 시민들의 관심과 실질적인 민관 협력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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