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미 인천여성회 회장

홍선미 인천여성회 회장

[인천투데이] ‘성인지 감수성’은 성별에 따른 차별과 불평등 상황을 인식하고 성차별 요소를 인지하는 민감성을 말한다.

성별 차이를 머리로 인지하는 알아차림과 무엇이 문제인지, 그 문제로 인해 누가 차별받는 지 가슴으로 공감하고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 성인지 감수성이 가진 최종 목적이다.

성인지 감수성이 있는 사람은 성차별 문제를 쉽게 알아차리고 성찰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별걸 다 문제화한다며 불편하고 예민한 사람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래서 성인지 감수성, 인권 감수성, 평화 감수성 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나 훈련을 받을 때 보면 ‘불편하고 예민해져도 괜찮다’고 말한다.

언어는 사고의 표현이며, 그 사회의 의식과 문화를 반영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나누는 말을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살펴보니 툭툭 걸리는 것이 많다. 얼마 전 회의에서 있던 일이다.

60대 초반 남성이 50대 중반 여성에게 “오늘 예쁘네. 저녁에 어디 가나?”라며 웃었다. 여성 또한 웃어넘기며 서로 인사하고 넘어갔다. 내 불편함은 묻어두고 지나왔지만, 우리 일상에서 친하면 친한 대로 친하지 않아도 친한 것처럼 외모를 가지고 인사하는 게 너무 잦다. 살이 쪘느니 말랐느니, 안색이 좋다느니 좋지 않다느니, 늙어 보인다느니 젊어 보인다느니 등,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물론 마주하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게 외모여서 안부를 묻는 인사일 수 있지만, 잘 살펴보면 성차별 문화를 지속시키는 데 일조하는 면도 많다.

‘예쁘다’나 ‘멋지다’란 표현도 사전에는 성별을 구분해 쓰는 말은 아니지만 어느새 여성 또는 본인보다 어린 사람에게 ‘예쁘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외모뿐 아니라 일을 잘 수행했을 때 조차 나이가 어리면 ‘예쁘다’고 표현한다. 남성이 일을 잘했다고 예쁘다고 하지 않는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 대한 존칭으로 ○○ 양(孃), △△ 군(君)을 쓰는 경우도 있다. 존칭인데 여자에게는 계집애 ‘양’자를, 남자에겐 임금 ‘군’을 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라는 말처럼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보면 전과 같지 않은 것들이 보인다.

며칠 전 참여한 교육에서 어렸을 때 고무줄 놀이 하면서 불렀던 노래가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란 가사였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놀이 중에도 반공교육을 받은 셈이다. 그런 만큼 노래나 언어 등 많은 표현에서 우리는 성인지 감수성을 높여야한다. 인천시교육청 성인식 개선팀에서 진행한 성차별적 교가ㆍ교훈 바꾸기 소식을 듣고 매우 반가웠다.

부일여중은 ‘단아하고 매운 절개 알차게 배워’를 ‘행복하고 지혜로운 생각을 배워’로, 석정여고는 ‘청순한 꿈’을 ‘원대한 꿈’으로 고쳤단다. 성인식 개선팀은 학교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미투 운동으로 만들어진 만큼, 현장 목소리를 담아 성평등한 학교문화를 만드는 데 힘차게 활동하길 기대한다.

미국 오페라단 ‘첫 여성’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김은선 지휘자는 “다음 세대 (여성)지휘자는 그냥 지휘자로 불리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익숙한 것들을 다른 시선으로 질문을 던져보면 뭐가 문제인지 보인다. 우리 생활 곳곳에 성평등 레이더를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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