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 장의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집행이 이미 사회의 지탄을 받은 가운데, 학교장의 업무추진비 또한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교육청 관료들과 학교장들이 업무추진비로 서로 경조사비 등을 주고받는 것이 일상이 돼 엄연한 교육예산인 업무추진비를 ‘돌려 나눠먹고 있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지난달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이 자신의 아들 결혼식 청첩장을 각 학교 교장과 교감, 각계 인사 등에게 배포해 물의를 일으켰다. 인천교육계의 수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아들 결혼식을 빌미로 잇속을 챙기려한다는 비난을 샀다.

<부평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알아본 결과, 2007년 나 교육감의 차남 결혼식에 인천지역 대부분의 학교장이 업무추진비로 축의금을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 아니라, 학교장들은 교육위원, 지역교육청 고위공무원 아들 등의 결혼식 축의금과 다른 학교장 장모상 조의금, 교육청 고위공무원 퇴임찬조금 등으로 1년에 수백만원 가량을 업무추진비에서 지출해왔다.

심지어 일부 학교장은 국회의원 자녀, 전 지역교육청 교육장 자녀, 언론사 기자의 아들 결혼식까지 챙겼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교장 퇴임식 비용으로 적게는 1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 원가량을 지출해왔다.

학교와 교육청, 학교장 사이의 유대를 위해 필요한 관습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학부모와 시민의 입장에서 과연 학교장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이러한 관행을 알고 있으면서도 업무추진비에 대한 권한은 학교장에게 있고, 교육청에 관련규정은 없으며, 일일이 그런 지침을 내릴 순 없다는 입장이다.

하기야,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한 사항도 수수방관하는 시교육청의 모습을 보면 시교육청에 하는 개선요구가 너무 큰 욕심인지 모른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시교육청 감사에서 임대형 민간자본유치사업(BTL)으로 신축한 학교의 시설 임대료와 운영비를 사업시행자에게 차등지급하도록 평가하는 ‘성과평가위원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요지는 성과평가위원회에 사업시행자 측과 교육청 관계자가 너무 많이 들어가 평가에 공정성을 해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이를 개선하지 않았고, 그 결과 부실공사가 드러났음에도 모든 학교의 사업시행자가 관리운영비를 전액 받아갔다.

오랜 관행을 깨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잘못된 관행을 근절할 때만 발전할 수 있고,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

학교장과 교육 관료들의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는 일을 개인에 맡겨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이를 관할하는 시교육청이 관련제도를 마련하는 등 적극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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