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인천투데이] 수능한파를 기점으로 모처럼 찬바람 속에 눈발이 날린 걸 두고 첫눈이다 아니다,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는 속에 어느새 겨울이다. 크고 작은 행사에서도 얼마 남지 않은 한해 잘 마무리하시라는 인사말이 어색하지 않은 때다. 지나온 한해를 짚어보고 곧 다가올 새해를 가늠해야할 시기다.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기관마다 내년도 사업과 이에 따른 예산을 세우느라 분주한 때이기도 하다. 분야별로 지속해야할 사업과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느라 머리를 맞대기도 하고, 사업 수행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눈치싸움에 기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때가 때인지라 지자체마다 예술을 포함한 문화 분야 예산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세워지는지가 관심사다. 마음 같아서야 정부는 물론이고 광역과 기초 지자체 모두 큰 폭의 증액으로 국민들의 삶을 좀 더 여유롭고 풍요롭게 가꾸어갔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늘 그래왔듯이 문화 예산은 다른 분야에 비해 뒷전으로 밀리는 게 현실이다.

사업 계획 단계에서는 여러 사업을 구상하지만 예산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는 우선순위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겨우 물가상승분을 반영하거나 전체 예산이 늘어난 비율 만큼만이라도 늘어나면 다행인 상황을 마주하는 게 흔한 일이다.

심지어는 예술과 문화 분야의 사업과 예산을 불요불급한 사업으로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문화 관련 사업을 그다지 필요하지도, 급하지도 않게 바라보는 까닭에 증액은 고사하고 대폭 삭감되는 경우도 있다. 언론보도를 보면, 세종시의 경우 문화 분야 내년도 예산이 절반으로 줄어 지역 문화계와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한편에선 문화 분야 예산이 크게 늘어났지만 시민들이나 문화계가 오히려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부산시는 문화 관련 예산을 300억 원 이상 증액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장 신설 등 인프라에 치중된 예산이어서, 문화예술에 실질적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문화계의 요구를 받는 상황이다.

총액을 기준으로 문화 관련 예산 비율이 3%는 돼야 한다는 게 일반적이지만, 2%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인천시는 내년도 전체 예산의 1.15%를 문화 관련 분야 예산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 문화예술 분야는 여전히 시급하지 않은, 겨우 체면치레로 머무는 게 아닌가 싶다.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는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문화예술 관람률이 81.5%로, 처음으로 80%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영화나 축제 등을 포함한 관람률임을 감안하면 연중 내내 벌어지는 문화예술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국민이 여전히 20%나 된다는 게 오히려 안타까울 따름이다.

흔히 국민들이 체감하는 정책을 우선순위 기준으로 삼는다며 일자리를 비롯한 경제와 복지 분야를 먼저 꼽고, 문화예술 분야는 여유가 있을 때로 미루는 걸 당연시한다. 그렇게 미룬 문화예술 예산은 해가 거듭해 바뀌어도 여전히 뒷전이다.

문화와 예술을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으로 삼을 수는 없는지, 초겨울의 바람이 유난히 씁
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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