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획] 자연에서 행복한 삶을 느끼고 배우다
[교육기획] 자연에서 행복한 삶을 느끼고 배우다
  • 이종선 기자
  • 승인 2019.11.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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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투데이ㆍ인천시교육청 공동기획|
인천교육 혁신, 행복배움학교가 답이다 <18> 강화 양도초등학교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가 출범한 지 5년이 지났다. 현재 행복배움학교는 62개다. 올해부터 시작한 1년 차부터 최고참 격인 5년 차까지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성공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열정만큼은 모두 같다. <인천투데이>는 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기획해 행복배움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소개한다.

수업시간이 끝나도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는 양도초교 학생들.
수업시간이 끝나도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는 양도초교 학생들.

양도초등학교를 방문하기 위해 자동차를 한 시간 넘게 운전해 강화도 깊숙이 들어갔다. 초지대교를 건너고 진강산을 끼고 돌며 주변 경치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양도면 삼흥리 작은 학교에 도착했다.

학교는 학생들이 뛰노는 소리로 가득했다. 오후 시간대라 저학년은 하교할 시간이지만, 오후 4시 30분까지 운영하는 돌봄교실과 방과 후 학교 때문인지 학생들은 학교를 떠나지 않는다. 방과 후 수업이 없어도 정규 수업이 끝나면 학교는 학생들에게 놀이터가 된다. 학생들이 학교를 좋아하는 게 느껴진다.

1908년 개교해 111년 전통을 자랑하는 양도초교는 독립운동가 이동휘 선생이 초대 교장을 맡은 학교다. 학생 수가 많을 때는 700명이 넘기도 했지만, 농촌 인구가 줄면서 학생 수도 줄어 폐교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11년에는 전교생이 23명까지 줄어 인근 조산초교와 통합 이야기도 나왔다.

양도초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2010년 부임한 이석인 교장은 시골학교의 장점을 살렸다.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자연과 함께하는 다양한 체험학습을 기획한 것. 이때부터 학교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공동체를 가꾸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교생이 67명으로 늘어났다. 양도초교의 ‘행복 배움’이 거둔 효과다.

양도초교 학생들이 '풀빛계절학교'에서 모내기를 체험하는 모습.(사진제공 양도초교)
학생들이 풀빛계절학교에서 모내기를 체험하는 모습.(사진제공ㆍ양도초교)

사시사철 특색 있는 계절학교

양도초교 교육 목적은 ‘자연 속에서 행복한 삶을 배워가는 어린이’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계절학교다. 계절별로 풀빛ㆍ물빛ㆍ하늘빛ㆍ눈빛 계절학교로 나뉜다. 학생들은 한 주 동안 농부교실, 숲 체험, 계곡 체험, 전래놀이, 문화예술, 전통공예, 갯벌 체험 등, 계절에 맞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이 계절학교는 다른 지역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

봄에 맞춰 5월에 진행한 풀빛계절학교에서 학생들은 학교 텃밭에 고구마 모종을 심고 모내기를 체험했다. 아울러 강화 도래미 마을과 연계해 감자호떡과 전통강정 만들기도 경험했다. 학교 주변 생태체험으로 혈구산 등반도 했다.

6월에 진행하는 물빛계절학교에서는 텃밭에서 재배한 오이로 오이소박이를 만들고 갯벌체험을 했다. 마지막 날에는 ‘양도벼룩시장’을 열어 물건을 사고팔며 경제 개념을 익혔다. 지역 특수성으로 시장을 접할 기회가 부족한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9월 하늘빛계절학교에서는 풀빛계절학교에서 심은 고구마를 캐 구워 먹었다. 전통문화 체험으로 강화 특산품인 순무김치 만들기와 짚풀공예를 하고 멀리 포천까지 가서 광릉 국립수목원에서 숲 체험도 했다. 더운 날씨엔 물놀이가 빠질 수 없는데, 학교 주변 용내천에서 물놀이를 하고 곤충을 관찰한다. 우천 시에는 학교 운동장에 나가 비를 맞으며 오감을 일깨운다. 비닐을 얼굴에 대고 떨어지는 비를 느끼면서 영감을 얻고 동시를 창작하기도 한다.

눈빛계절학교에서는 한강 하구에 나가 철새들을 관찰한다. 공부한 것을 토대로 나는 새를 보며 서로 오리다 기러기다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메주를 쑤는 체험도 한다. 겨울에 만든 메주로 봄에는 간장과 된장을 담근다. 가을에는 직접 만든 된장을 맛보며 자연의 섭리를 배운다. 겨울에는 스키를 타러 멀리 떠나기도 한다.

양도초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텃밭.(사진제공 양도초교)
양도초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텃밭.(사진제공ㆍ양도초교)

언제나 자연을 가까이, 어린이 농부교실

양도초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골고루 구성한 의형제를 6개 조로 나눠 운영한다. 교육활동 대부분은 의형제 위주로 돌아간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어린이 농부교실’과 ‘강화 도보백리’다.

‘어린이 농부교실’은 계절학교 이외에 매주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상시로 텃밭 농사를 짓는 것을 말한다. 봄에는 주로 감자와 고구마를 심고, 점차 상추ㆍ고추ㆍ가지ㆍ오이ㆍ호박ㆍ깨ㆍ수박ㆍ참외 등도 기른다. 재배한 작물들을 가지고 계절학교 때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오이소박이 만들기가 그것이다.

늦여름에는 배추ㆍ무ㆍ쪽파 등을 심는데, 11월 나눔장터가 열리는 날에 판매한다. 앞서 학생들은 가격과 판매방법 등을 논의해 결정한다. 의형제 조별로 가격표도 만들고 장터 운영 역할을 나눈다. 판매ㆍ포장ㆍ배달에 이르기까지 알아서 척척 해낸다. 이웃 주민들이 찾아와 학생들의 땀이 맺힌 채소들을 사 간다. 이보다 신선한 채소가 없다.

나눔장터에서 번 돈을 어디다 어떻게 쓸 것인지는 매달 열리는 ‘다모임’에서 논의한다. 지난해에는 전액 기부했으나 올해는 절반은 학교발전기금으로 두기로 했다.

강화 도보100리.(사진제공 양도초교)
강화 도보 백리.(사진제공ㆍ양도초교)

강화 도보 백리, 함께 걷다 보면 끈끈해져

강화 도보 백리는 학생들이 2박 3일간 강화도를 걸으며 강화의 역사와 문화, 생태를 몸으로 느끼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7년째를 맞았다. 5ㆍ6학년 학생들은 길을 떠나기 전, 매해 주제에 맞는 공부를 미리 한다. 지난해에는 코스 여섯 개를 모두 완성했다. 학생들은 학교에 다니는 동안 겹치는 코스가 없어, 매번 새로운 길을 걷는다.

올해는 10월에 전교생 67명이 2박 3일 동안 32.4km를 걸었다. 학교에서 출발해 해양환경체험학습장과 갯벌센터를 들러 생태체험을 했고, 갑곶돈대와 오상리 고인돌을 방문해 역사교육을 진행했다. 2박 중 1박은 야영장에서 캠핑하며 자연 속에서 머물렀다.

도보 백리를 마치면 학생들은 강화도 역사와 문화에 자부심을 갖는다. 성취감을 느끼고 협동심을 키운다. 의형제를 중심으로 1학년이 힘들어하면 6학년이 이끌어주며 끝까지 함께한다. 다함께 도보 백리를 마치면 뿌듯함과 동시에 우애가 돈독해진다.

학부모 재능기부로 지어진 '하늘마루'에서 놀고있는 학생들.(사진제공 양도초교)
학부모 재능기부로 지은 ‘하늘마루’에서 놀고 있는 학생들.(사진제공ㆍ양도초교)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공동체 형성돼

양도초교 교사와 학부모는 혼연일체가 된다. 서로 이웃사촌이자 학교 교육을 이끌어가는 주체로서 역할을 다한다. 학부모들은 주로 독서교육에 적극 나선다. 학부모 몇몇은 매주 수요일 아침마다 교실을 찾아가 수업 전 8시 30분부터 9시까지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겨울마다 진행하는 독서캠프도 학부모가 주도한다. 올해는 그림책 출판사 ‘천개의 바람’ 대표를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행사 전 학부모와 학생들은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미리 읽었다. 출판사 대표는 책을 만드는 과정과 책들에 담긴 의미 등을 설명했다. 이 행사는 졸업생도 많이 찾아온다.

학부모들의 흔적은 학교 시설에도 남아있다. 2013년에 학부모들이 재능기부로 ‘하늘마루’라는 놀이터를 만들어줬다. 학생들도 페인트칠과 못 박기 등에 참여했다.

다른 학교들과 함께 마을공동체도 이루고 있다. 양도초교를 비롯해 강화 진강산 주변 산마을고교ㆍ동광중ㆍ조산초교가 마을을 중심으로 교류ㆍ협력한다. 학부모들은 주변 자람도서관과 연계해 학생들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교사들은 서로 모여 교육포럼과 주제 발표, 체육대회를 하기도 한다.

양도초교의 자연친화 교육은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져 다른 지역에서 체험학습을 오기도 한다. 주로 서울ㆍ경기 등 수도권에서 오는데, 지난해에는 부산에서 온 학생들이 5일간 머무르며 계절학교를 경험하기도 했다. 호기심에 계절학교를 경험하러온 몇몇 학생과 학부모는 양도초교의 매력에 빠져 아예 전학했다.

김현숙 양도초교 학부모회장은 삼형제를 모두 양도초교에 진학시켰다. 현재는 막내가 5학년으로 재학 중이다. 김 회장 가족은 원래 서울 잠실에 살았다. 우연히 강화도에 와서 양도초교를 구경했는데, 때마침 마주친 교장 선생님이 가족들을 반갑게 맞았다. 그 자리에서 김 회장은 계절학교에 관한 설명을 들었고 나중에 아이와 계절학교를 체험했다.

김 회장 가족은 7년 전, 첫째가 4학년이 될 무렵 강화도로 이사 왔다. 그는 큰아이를 처음 키울 때를 돌이켜보면 ‘극성엄마’였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학업이 아니어도 예체능 중심으로 학원을 많이 보냈는데 오히려 그게 아이에게 부담이었던 것 같다. 이곳에 오니 아이가 6학년 때 처음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도초교의 월요병 날려버리기

양도초교가 아무리 ‘행복 배움’을 실천한다 해도, 학생들이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에 등교하는 게 마냥 달가운 일은 아닐 터. 그래서 양도초교는 월요일 아침마다 ‘마음 깨우기’ 활동을 한다.

학생들은 월요일에 등교하면 바로 책을 펴지 않고 한 시간씩 선생님과 동네를 한 바퀴 산 산책한다. 몸이 근질근질한 학생들은 미리 일찍 등교해 친구들과 논다. 학생들이 신나게 놀고 있으면 교사들은 산책보다는 그냥 놀게 놔둔다. 이 덕분에 학생들은 월요병을 날려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