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겨울사이, 산 속 풍경 느낄 수 있는 필수 방문지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며칠 사이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어느덧 기온이 떨어지고 두꺼운 옷을 입고 옷깃을 여미는 계절로 들어섰다.

날씨가 추워졌지만, 되돌아보면 어느 때보다도 가슴이 뜨겁고 마음이 커진 해로 기억되지 않을까.

강화도 삼랑성 남문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각지에서 이를 기념하는 행사들을 개최하고, 1919년 당시 선조들이 나라 잃은 울분과 설움, 분노를 목 놓아 외쳤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기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친일의 잔재가 아직 남아 있는 이상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자각이 더욱 피어났을 것으로 본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이어지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러한 와중에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거세고, 일본 정부는 지소미아(GSOMIA,,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에 적반하장 격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경제보복 조치와 같은 수출규제를 아직 풀지 않았다.

올해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해 ‘노 재팬, 노 아베’를 외치며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마치 선조들이 일제에 대항했던 의병활동을 연상케 하며 ‘제2의 의병운동’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의병운동. 과거 서구 열강과 일본 제국주의 침탈에 맞서 저항했던 의병들을 떠올린다. 내부적으론 부조리한 봉건체제에 저항하고, 외세의 국권 침탈에 맞섰던 선조들에게 저절로 머리를 조아리게 된다.

삼랑성 동쪽 달맞이언덕

강화도를 가면 반드시 가야할 곳으로 꼽히는 전등사는 수려한 숲과 계곡을 보고, 천년 고찰의 고즈넉함을 느끼기에 좋은 곳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강화 의병들이 목숨을 걸고 일제에 맞서 혈투를 벌였던 곳으로 엄숙하고 숭고한 지역이다.

전등사는 정족산 동쪽 계곡 품에 푹 안겨있는 형세로 자리하고 있다. 전등사 산 능선은 돌로 쌓은 성곽이 있는데, 이곳을 삼랑성 또는 정족산성이라고 부른다. 주 출입구는 동쪽에 가까운 남문과 동문이 있고, 그 문을 통해 전등사로 올라갈 수 있다.

강화의병은 1907년 8월 강화진위대 강제해산에 따른 반발로 조직됐다. 해산 직후 일본군과 강화읍성에서 전투를 벌이는 등 극렬히 저항했다. 당시 의병을 이끌던 지휘관은 장교 출신 연기우와 지흥윤, 유명규 등이었다.

특히 강화의병 후기를 이끌던 인물은 의병장 이능권이었다. 이능권은 헤이그특사 일행의 호위무사를 지냈던 인물이다.

강화의병을 이끈 의장병 이능권은 1908년 10월 30~31일 전등사 일대에서 일본군과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승리했다. 그는 12월 체포돼 강도죄와 모살죄로 처형됐다

이능권은 1908년 10월 30일 의병들을 이끌고 일본군을 삼랑성으로 유인해 전등사 일대에서 전투를 벌이고 승전했다. 31일까지 혈투를 벌인 의병들은 일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였기 때문에 이후에도 게릴라 전투를 벌이며 저항했다. 이능권은 그 해 12월 체포돼 강도죄와 모살죄 명으로 교수형에 처해져 순국했다.

전등사로 올라가다보면, 마치 그날의 의병들이 진군의 북소리를 울리며 나타날 것 같은 느낌이다. 의병들의 혼이 나무숲에 깃들어 있는 듯 겨울 초입의 정족산은 더욱 짙은 갈색으로 물들어 있다.

삼랑성 남문을 통해 동문 쪽으로 가파른 길을 올라가면, 왜 이 곳에 성을 쌓았는지 알 수 있다. 가다보면 달맞이언덕이 나오는데 정상까지 가지 않더라도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여있다. 남쪽으로 길상산과 서쪽으로 마니산과 후포항, 동쪽으로는 초지진이 보이고, 북쪽을 보면 진강산과 길상면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삼랑성을 한 번 돌아보는 것은 1시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성곽 북쪽 길을 지나 서쪽으로 가면 정족사고지가 나오는데, 이 곳은 조선왕조실록과 왕실의 족보를 보관하던 곳으로 장사각과 선원보각이 지금도 잘 보존되고 있다.

정족사고지 돌담길을 돌아 내려오면 산속 정원이 나온다. 숲 속 산책을 즐기고 사색을 할 수 있는 장소로도 좋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앉아서 쉴 곳도 마련돼 있다.

전등사 한 편에는 찻집도 있다. 특히 늦은 오후에 전등사 찻집에 들려 차 한 잔을 마시다보면, 어느덧 어두워지는 전등사의 자애로운 풍경에 취한 듯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강화의병 전투지에서 바라본 전등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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