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운 '법률사무소 국민생각' 변호사

[인천투데이] 고등법원 존재 유무는 시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 가까운 곳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고, 고법이 관할하는 모든 사건을 재판받을 수 있게 돼 사법서비스 수요자로서 편익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또한 고법이 존재함으로써 발생하는 도시의 산업 발전과 품격 상승은 부가적 이익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울ㆍ부산ㆍ인천ㆍ대전ㆍ대구ㆍ광주ㆍ수원 중에서 고법이 없는 도시는 어디일까. 바로 인천이다. 인천지법 관할 구역인 인천과 경기도 부천ㆍ김포의 인구 합계는 430만 명에 이른다. 단일한 지법 체제로 감당하기에는 그 규모가 이미 적정선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년간 인천과 부천의 지역총생산(GRDP) 성장률은 국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인천의 지역총생산 규모가 서울에 이어 국내 2위이며, 국내 광역시 중에서 가장 넓은 지역을 관할해 그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과 부천ㆍ김포 시민들은 다른 대도시가 모두 보유하고 있는 고법이 없어 항소심 재판에서 불평등한 사법서비스를 받고 있다.

인천고법 설치 필요성은 이미 충족돼있다. 2017년도 사법연감을 보면, 제1심이 인천지법 관할이었던 사건 중에서 항소심에 이른 사건은 국내 항소심 사건의 6.8%를 차지했다. 대구고법 관내 모든 항소심 사건 6.4%보다 높았다. 대전고법 관내 항소심 사건 7.6%와도 큰 차이는 없었다. 올해 개원한 수원고법이 경기남부지역을 관할하지만, 아직도 서울고법은 인구 1800만 명이 사는 지역의 항소심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고법엔 국내 고법 법관의 60% 이상이 배치돼 국내 항소심의 63%를 소화한다. 심각한 편중현상이다.

인천은 광역시 중에서 유일하게 고법이 설치돼있지 않은데, 인천에 고법이 설치된다면 서울고법 사건 중에서 경기서부지역 사건을 담당하게 해항소심 재판 편중을 해소할 수 있다.

수원고법처럼 관할을 행정구역과 상관없이 생활권역으로 나눠 고양과 파주도 인천고법 관할로 해 경기서부지역을 관할하게 한다면, 그동안 사법서비스에서 소외된 고양ㆍ파주 시민들에게도 편익을 제공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현재 인천지역 사법서비스와 관련한 논의는 두 가지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시민들의 힘으로 얻어낸 ‘서울고법 인천 원외재판부’는 처음 약속한 재판부 세 개(민사ㆍ가사ㆍ형사)를 도입하지 못하고, 두 개(민사ㆍ가사)만 설치됐다. 대법원은 내년에 형사부도 신설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는데,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 인천에 필요한 사법서비스는 고법 설치이지, 원외재판부 하나 더 늘리는 것이 아니다.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 권리를 현실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법원 접근성, 시설, 법관의 자질, 사건 처리 속도 등을 제대로 확보해야한다. 이러한 면에서 인천과 부천ㆍ김포 시민들은 항소심 재판에서 다른 지역 주민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해소해 국민의 사법서비스 권리를 향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천고법을 설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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