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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육 혁신, 행복배움학교가 답이다 <17> 인천남중학교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가 출범한 지 5년이 지났다. 현재 행복배움학교는 62개다. 올해부터 시작한 1년 차부터 최고참 격인 5년 차까지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성공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열정만큼은 모두 같다. <인천투데이>는 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기획해 행복배움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소개한다.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사제동행’ 봉사활동.(사진제공ㆍ인천남중)

‘내가 즐거운 학교, 우리가 행복한 학교’

인천남중학교는 지난해 행복배움학교로 지정됐다. 학교가 행복배움학교 지정 신청서를 내면 보통 준비학교인 ‘행복나눔학교’를 거친다. 하지만 인천남중은 신청한 다음해 바로 행복배움학교로 지정됐다. 교사들은 이 같은 결과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신청서를 낼 때 교직원 80% 이상이 동의할 만큼 준비가 돼있었다. 인천남중 교사들은 원도심에 있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교육 혜택을 더 주고 싶어 행복배움학교에 도전했다.

행복배움학교 첫해, 인천남중은 구성원이 모두 즐거운 학교를 만들자는 일념으로 교육비전을 ‘오늘이 즐거운 학교, 내일이 행복한 학교’로 정했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봤을 때 교육비전에 공동체성이 부족해보였다. 교사들은 다시 제안해 ‘내가 즐거운 학교, 우리가 행복한 학교’로 바꿨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교사 평가회.(사진제공ㆍ인천남중)

교육 혁신, 교사들 토론문화를 바꾸다

지난해, 한 해를 마무리하는 평가회에서 교사들은 부서별로 발표했다. 부서별로 장단점을 세 가지씩 공유함으로써 부서별 고충을 서로 알았고, 업무 조정이 자연스레 이뤄졌다. 매해 진행하는 부서 이동 시 발생할 수 있는 편중 현상을 해소할 수 있었다.

또한, 매해 초 진행하는 예산 조정회의도 상향식으로 한다. 교육연구부는 지난해 결산과 당해 부서별 예산 구성을 개괄적으로 알려준다. 그러면 교사들은 부서별로 회의를 거쳐 신청할 예산을 조율한다. 이렇게 예산을 짜면 비슷한 사업끼리 묶어 예산을 허투루 쓸 일이 줄어들고 가용 예산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만큼 학생들 지원도 알차다.

이밖에도 인천남중은 새로 전입한 교사들에게 학교 교과과정 운영을 안내하는 ‘전입 교사 간담회’, 학년별로 한 가지 주제만으로 의견을 나누는 ‘끝장 토론회’, 학교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기획회의’ 등을 진행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토론회와 협의회를 구성하면서 민주적 의사소통 문화를 조성할 수 있었다.

인천남중을 방문한 인천유나이티드 선수단.(사진제공ㆍ인천남중)

교사와 학생이 함께 다양한 체험활동

학생들과 교사들은 ‘행복배움’ 열정이 높고 서로 깊게 소통한다. 대표적으로 교사와 학생들이 방과 후나 주말에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제동행’이 있다. 교사와 학생들은 서로 시간을 내서 함께 스포츠경기ㆍ연극ㆍ공연 등을 관람하고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사제동행’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주기 위해 행복배움학교 이전부터 해온 활동이다. 행복배움학교가 되면서 사제동행은 더욱 활발해졌다.

사제동행으로 특히 인천유나이티드 축구 홈경기를 자주 관람했다. 그 결과, 올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 홈경기 최다 방문 학교 자격으로 인천유나이티드의 지역 활동 행사인 ‘파검의 습격’에 선정됐다. 학생들은 선수들과 함께 축구경기를 하는 영광을 얻었다.

다수 학생이 선수들과 뛰고 싶어 했지만, 모두 함께할 수는 없었다. 결국 일주일간 수업ㆍ생활 태도가 좋았던 학생 30여 명이 뽑혀 추억을 남겼다. 한 교사는 우스갯소리로 “그때처럼 학생들의 수업태도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인천남중은 학생과 교사 간 소통이 매우 활발하다. 12월에는 하루 ‘사제 역할 바꾸기’ 행사를 한다. 하루 동안 교사들은 학생들의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고, 학생 몇몇은 교사 역할을 맡아 과목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게임 등을 접목해 수업을 재밌게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데리고 수업하는 고충을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인천남중 학생자치회는 이 행사를 11월 3일 학생의 날을 맞이해 진행하려했지만, 교사들은 수업 진도를 걱정해 학생들과 협의했다. 결국 기말고사가 끝난 뒤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때까지 교사와 학생들은 서로 비밀작전을 짜고 있다.

공간 혁신 수업 모습.(사진제공ㆍ인천남중)

적극적 소통, 학생자치 꽃 피워

교사와 학생들이 소통을 많이 하는 만큼, 학생자치도 발전해있다. 행복배움학교 첫해 민주적 의사소통을 중점 과제로 뒀고, 올해는 학생자치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학생자치회를 전담하는 인성자치부를 신설해 담당교사를 두고 학생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 또, 학생자치실과 학생자치게시판도 마련해줬다.

이에 부응하듯 학생자치회는 적극적인 활동을 펼친다. 올해부터 학교축제인 ‘남풍제’ 기획을 전적으로 도맡아한다. 사실 이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학생들은 축제를 새롭게 기획하기 위해 인근 학교축제를 모두 조사하고 교사들 앞에서 발표까지 했다.

발표를 들은 교사들은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올해부터 학생들 중심으로 축제를 진행된다. 교사들이 운영하고 학생들이 돕던 부스도 올해부터는 학생들이 준비한다. 또, 외부 찬조공연을 확대할 계획이다. 학생들은 여학교 댄스동아리를 초청하고 싶은 마음에 들떠있다.

학생자치회 공약 이행 과정에서도 교사와 학생은 긴밀히 소통한다. 올해 공약 중 하나는 후문 개방이다. 후문 주변 인적이 드물고 허름한 건물이 많아 위험하다는 이유로 늘 닫혀있었다. 이 때문에 후문 방향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은 정문까지 돌아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런데 학생자치회는 현장을 조사하고 공약을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직접 가보니 너무 좁은 골목에 큰 차량이 자주 지나다니고 공사 중인 건물이 많아 위험해보인 모양이다. 공약을 지키진 못했지만, 학생들은 교사들이 자신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주는 모습이 고마웠고 신뢰가 커졌다.

학교 활동에 적극적인 건 학생자치회뿐만이 아니다. 3학년 학생들은 수업 과정과 연계해 공간혁신 활동을 벌인다. 특히 기술ㆍ가정시간에 학생들에게 학교의 위험한 공간을 발견하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학생들은 별관 계단이 좁고 가파르며 자주 뛰어다니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은 위험하고 먼지가 많으니 뛰지 말라 할 수도 있었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 별관 계단에 통행 방향을 나누는 중앙선을 그리고 미세먼지를 먹는 이끼 벽을 설치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교사들은 이를 적극 반영해주려 하니 서로 관계가 돈독해질 수밖에 없다.

인천남중 도서관에서 열린 북콘서트.(사진제공ㆍ인천남중)

인천남중의 오아시스, 별관 도서관

인천남중의 도서관은 시설이 나쁘진 않지만 별관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게 이 도서관에서 다양한 행사를 벌인다. 그동안 1박2일 독서캠프, 영상제, 전시회 등을 개최했다.

지난 1학기에는 주안도서관과 연계해 북콘서트도 진행했다. 올 2학기에는 골든벨 형식으로 도서관 행사를 기획 중이다. 도서관 사서교사뿐만 아니라 모든 교사가 행사를 함께 준비한다.

또, 1년에 두 번 북카페를 운영하는데, 이 날은 장애학생들이 와플을 구워주는 봉사활동을 펼친다. 와플을 먹고 싶은 학생은 하루를 되돌아보는 ‘품성일기’를 쓴 뒤 교사에게 검사를 맡으면 쿠폰을 받아 사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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