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이케마츠 상점?조선미곡창고 등으로 쓰여
‘우정일식당’ 폐업 후 인천건축사회 매입…12월 개관
“지역 주민에 개방해 문화?소통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

[인천투데이 정양지 기자] 90년 된 근대 목조건축물이 대한건축사협회 인천광역시건축사회 사무실로 거듭난다.

인천건축사회는 오는 12월 기존 남동구 간석동 소재 사무실에서 중구 항동5가 1-1에 위치한 건물로 회관을 이전한다고 31일 밝혔다. 현재 해당 건물로 등기를 이전하고 내?외부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상태다.

1932년께 건립된 건물은 르네상스 디자인에 일본 건축양식을 접목한 근대 목조건물이다. 일제강점기때 ‘이케마츠 상점’과 ‘선구점’ 등으로 쓰이다가 해방 후 ‘조선미곡창고’ 사무실로, 그 뒤 ‘우정일식당’이 들어섰다.

1950년대 촬영된 건물(위)과 2019년 9월 대한건축사협회 인천시건축사회가 리모델링을 마친 모습(아래).(사진제공 손도문 인천건축사회 부회장)

‘우정일식당’은 중구 상권을 대표하는 유명한 식당으로서 30여 년간 장사했지만, 슬럼화에 따른 죽어가는 상권을 피할 수 없게 되자 지난해 문을 닫았다. 이후 건축사회 매입위원회를 담당한 손도문 건축사회 부회장이 건물이 매물로 나온 걸 발견했다.

손 부회장은 “건물에 화재가 두 차례나 발생한 적이 있어 주변에서 리모델링 비용을 우려하기도 했었다”며 “충분히 구조를 보강하면 건물을 복원할 수 있고, 건축사로서 건물의 가치를 포기할 수 없어 매입했다”고 밝혔다.

 연면적 330.63㎡의 건물은 2층으로 이뤄져있다. 건축사회는 1층을 사무국과 북카페로, 2층을 대회의실과 전시장으로 꾸몄다. 외관은 최대한 원형을 유지했으며, 내부는 기존 목조건물이 지닌 불안정한 구조를 철골구조로 바꿔 보강했다. 특히 불이 났던 흔적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 건물이 살아온 세월을 온전히 담으려 노력했다.

손 부회장은 “북카페와 전시장 등을 주민들에게 개방해 언제든 드나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리모델링해서 보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지역사회 소통 공간으로 활용해야 그 가치가 더욱 빛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축사회 회관 이전을 계기로 중구에 도시재생과 원도심 활성화가 더욱 활발히 이뤄지길 바란다”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향후 건물을 시 문화재로 등록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교수는 "자칫 철거될 수도 있었던 건축자산을 활용해 지역의 역사?문화 가치를 높인 사례”며 "앞으로 시가 나서서 근대건물을 매입하는 등 문화 생태계를 도시재생으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건축사회는 12월 11일 개관식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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