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은 횡포ㆍ협박으로 주민 내쫓겨”···현재 6가구뿐
사문서 위조ㆍ계약 위반 등 부실수사와 각종 유착관계 의심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서구 한들구역 도시개발사업 과정에서 주민들이 도시개발조합(이하 조합)의 횡포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도시개발 인허가 관련 사문서가 허위로 작성되고 주민들이 부당하게 부동산 매매계약을 강요받았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사법당국이 부실수사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들구역 도시개발은 토지소유주들로 구성된 조합 주도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서구 백석동 170-3 일원 56만7567㎡에 주택 약 4800호를 지을 계획이다. 사업비 2조5000억 원이 투입된다. 토지가 수용된 토지소유주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대신 개발 완료 후 조성된 땅을 주는 ‘환지’ 방식으로 진행한다.

인천 서구 백석동 한들구역 도시개발사업 조감도.

검찰, 사문서 위조 무혐의 처분 ··· 부실수사 의혹

2016년 8월, 한들구역 한 빌라에 사는 주민 A씨는 본인이 서명해야할 ‘집단환지 지정 신청서’가 빌라 주민대표 B씨로부터 허위로 작성됐으며, 조합이 이를 갖고 개발사업 인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씨를 ‘사문서 위조와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로 인천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인천서부경찰서는 A씨와 B씨를 소환 조사했다. B씨는 ‘A씨에 전화를 걸어 허락을 받아 신청서를 대리 작성했기 때문에 위조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A씨는 허락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둘 사이 진술이 엇갈리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올해 6월 ‘혐의 없음’ 처분했다.

그러나 A씨가 검찰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수사 자료를 보면, B씨는 도시개발 사업 신속히 진행되도록 돕기 위해 A씨의 집단환지 지정 신청서를 위조하기로 모의했다. B씨는 집단환지 지정 신청서 서명란에 A씨 이름을 임의로 기재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A씨가 문의한 결과, 국토교통부 관계자와 변호사는 ‘서명을 대리한 것 자체가 재산권 침해이며 명백한 위법’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부실수사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A씨는 서구ㆍ경찰ㆍ조합의 유착도 의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민을 대표해야할 조합이 사업시행자에 의해 장악 당했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A씨는 “조합의 갖은 편법행위 때문에 과대 보상 요구자로 찍혀 제대로 된 보상도 못 받고 싸우고 있다. 다른 주민들도 대부분 협박을 못 이겨 마을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인천 서구 한들구역 도시개발 현장. 빌라에는 현재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개발사업 과정에서 거듭된 계약 위반과 횡포로 큰 피해”

2017년 3월, 빌라 주민들은 환지를 넘기는 조건으로 사업시행사와 2억4800만 원 상당의 토지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A씨는 “사업시행사가 계약금 10%를 먼저 지급하는 조건조차 지키지 않고 1000만 원만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계약 이행을 계속 미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A씨의 말을 정리하면, 조합은 올해 9월 A씨에게 새로운 계약서 작성을 요구했다. 계약서에는 토지매매계약서와 인감 등을 조합에 넘기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A씨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사업시행사와 B씨 등은 ‘계약에 응하지 않을 시 ’금전청산‘ 된다’고 주민들에게 엄포를 놨다. 금전청산을 당하면 감정평가대로 보상을 받는데, 약 1억7000만 원 수준이다. 게다가 땅값 1억1900만 원은 2~3년 뒤에 준다고 으름장을 놨다. 결국 A씨를 제외한 빌라 주민들은 새로운 계약서에 서명했다.

A씨는 “금전청산 시 건물가격을 5100만 원으로 평가한 것은 터무니없다. 이 금액으로는 대출금은 물론 세입자 보증금 반환도 못한다. 새로 정착하려해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2009년에 대한주택공사가 추진하려다 무산된 한들택지개발지구 사업의 경우, 당시 책정된 보상금이 3억5000만 원을 상회했다고 들었다. 혹은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도 있었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B씨가 사업시행사ㆍ조합과 결탁해 주민 반대편에 섰다”고 판단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조회에서 B씨의 부동산은 2억6800만 원에 거래됐다. 다른 빌라주민들이 조합과 맺은 매매계약 2억4800만 원보다 2000만 원 더 받은 것이다. A씨는 ‘B씨와 조합의 관계가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했다.

A씨는 또, “계약서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전청산 당한 일은 법률적으로나 일반상식상 이해할 수 없다. 전 재산인 주택을 공정하게 보상받을 수 없는 억울한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현재 한들구역은 개발공사가 한창이다. A씨는 매일 공사 소음에 시달린다. 주거지 앞은 잘려 나간 나무와 공사장비 등으로 어지럽다. 마을에 남은 사람은 여섯 가구 20여 명뿐이다. 함께 철거 위기에 놓인 인근 교회 목사와 신도들은 10월 29일 서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조합은 미동의 가구 ‘장애물 등의 이전 및 제거’ 인허가를 서구에 신청했다. 서구는 법적 문제가 없다며 이를 9월 30일 승인했다. 주민들이 떠나지 않으면 명도소송을 진행해 건물을 철거하겠다는 게 조합의 방침이라,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조합 관계자는 <인천투데이>와 한 전화통화에서 “몇몇 주민이 시와 서구, 의회, 국민권익위 등에 진정을 넣은 걸로 알고 있다. 그에 따라 주민들을 직접 만나 모두 설명했고 면담기록도 남아있다. 조합은 법적 근거에 따라 정상적인 절차를 따를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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