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겨냥한 마녀사냥

▲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질겨야 이긴다. 언제부턴가 유행하는 말이다. 사리를 따져 옳고 그름보다는 밀어붙이기식 힘의 논리가 현실에서 이기는 세태를 반영한 ‘개탄’이다.

‘불도저’를 자임하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부쩍 더하다. 이 정권의 폭력적 밀어붙이기에 여론시장을 독과점한 신문들의 여론몰이가 합세하고 있어서다.

더 황당한 일은 그들이 언제나 ‘진실’과 ‘이성’을 내세운다는 데 있다. 보라. <조선일보>는 “날조 ‘PD수첩’이 나라 뒤엎은 지 1년, 책임진 사람이 없다” 제하의 사설(2009.4.29.)에서 MBC가 방송한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 보도를 ‘날조’라고 살천스레 못 박았다.

이어 “PD수첩 파동 이후에도 MBC 보도는 나아진 게 없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날조라는 이야기다.

날조 ‘PD수첩’이 나라를 뒤엎은 지 1년?

사설은 그 근거를 “노조의 위세를 업은 PD들”이 “사실 확인과 검증 과정마저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노조’까지 싸잡아 몰아세우는 오래된 ‘수법’이다. <조선일보>만 언죽번죽 ‘진실’을 강조한 게 아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사설 “광우병 선동 1년 뒤”에서 우리 사회가 이성을 찾아야한다고 부르댔다. 사설은 “사실왜곡으로 대규모 시위를 촉발해 국가와 국민에 끼친 해악”을 준엄하게 꾸짖는다. 이어 “거짓 방송과 일부세력의 선동으로 또다시 국민이 혼란에 빠지는 사태를 막으려면 1년 전 사태에 대해 진지한 토론과 성찰이 있어야한다”고 훈계한다.

이들이 참으로 오래오래 PD수첩을 ‘날조’로 몰아세우는 근거는 단순하다. 인간광우병에 “걸렸을 수도 있다(could possibly have)”라고 한 발언을 “걸렸다”로 오역해 단정적으로 보도했다는 게 ‘증거’다. 물론, 잘못이다. 하지만 PD수첩 보도에서 전체적으로 “인간광우병이 의심되고 있다”는 내용이 반복되어 나타난다. 오직 한 번 ‘걸렸을 수도 있다’를 ‘걸렸다’로 방송했을 뿐이다. 그 이유로 방송 전체가 ‘날조’라 할 수 있을까?

저들은 또 다우너소는 “광우병 의심소”인데도 단정했다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다. 같은 보도에서 “다우너가 광우병 걸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광우병에 걸리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모두 도축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소한 잘못 꼬투리로 질기고 질긴 마녀사냥

그렇다. PD수첩에 실수는 있었다. 하지만 방송 전체를 본 시청자들도 바보가 아니다. 더구나 문화방송은 단정한 대목에 대해 시인하고 정정도 했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권 스스로 졸속협상에 사과하고 추가협상을 벌인 데는 PD수첩의 보도가 큰 몫을 했다.

문제의 핵심은 그럼에도 그 사소한 잘못을 ‘명분’으로 검찰이 줄줄이 프로듀서와 방송작가를 체포해가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PD수첩을 겨냥해 마녀사냥을 질기도록 벌이는 데 있다.

저 질긴 공세 앞에 침묵하기엔 사태가 심각하다. 저들이 아예 촛불항쟁 전반을 ‘날조된 사실’에 기반한 ‘친북좌파’들의 소동쯤으로 폄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들의 깜냥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촛불항쟁 내내 청소년과 민주시민들을 ‘친북좌파’로 몰아세워 거센 반발을 샀던 일을 ‘보상’받고 싶어서가 아닐까. 자신들이 정당했다는 사실을 합리화하고 싶은 심리가 뚝뚝 묻어난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촛불에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단체”가 참여해 촛불을 주도했다고 무람없이 쓰는 저들을 보라.

한국인 광우병 위험에 노출 가능성 더 커져가

거듭 사실만 명토박아둔다. 광우병의 위험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지금도 인간광우병 환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지금도 20개월 미만 쇠고기만 미국서 수입한다. 그렇다.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까지 전면 수입하는 결정은 검역주권과 국민건강권 훼손임이 틀림없다.

더 큰 문제는 인간광우병 환자들이 속출하는 유럽 지역의 쇠고기마저 이명박 정권이 무분별하게 수입할 가능성이 높아가는 오늘에 있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저 질긴 자들에 맞서 우리가 벅벅이 어둠을 밝혀가야 할 명백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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