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캠프마켓 토양정화사업 주민설명회서 밝혀
주민대책위 “지역 국회의원이 주민 무시하는 셈”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인천 부평을)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삼산동 아파트 단지를 지나는 특고압선에서 측정되는 전자파는 낮은 수준이며, 주민들이 과민반응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파문이 예상된다.

홍 의원은 지난 24일 부평구가 개최한 캠프마켓 토양정화사업 주민설명회에 참석해 캠프마켓 이전 문제를 비롯한 지역의 현안들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홍 의원은 “삼산동 주민들이 불안해하며 거의 2년 가까이 촛불집회도 하고, 특고압선 문제를 해결하라며 집단행동을 하고 있지만, 그 정도 사안은 아니라”라며 “삼산동 특고압선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측정해본 결과 보통 30mG(밀리가우스) 정도 수준으로 우리나라 전력설비 전자파 기준인 833mG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외국은 기준이 1000mG 이상인 곳도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한국지엠 대책 특별위원장 홍영표 국회의원(인천부평을).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특고압 설치 반대 활동을 해온 주민들과 상반된 의견으로, 최근 국정감사에서 설훈 의원과 이정미 의원이 한전을 강하게 질타한 것과 달리 옹호 발언이라 주민들로부터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삼산동 특고압 설치 반대 주민대책위원회’는 홍 의원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은옥 대책위원장은 “전자파 문제를 걱정하며 오랫동안 싸워온 주민들을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고압 문제 해결 기미가 없는 이유를 알겠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니 한전도 협상을 불성실하게 임하는 것 아니겠냐”며 홍 의원의 시각에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홍 의원이 말한 측정치 30mG는 아마 시간과 장소별로 측정한 값들의 평균치인 것 같다. 수치가 높은 곳은 100mG 가까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발언은 캠프마켓 토양정화사업 진행과 관련해 주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으로, 삼산동 특고압 문제처럼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토양정화사업을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세계보건기구나 선진국들의 전자파 기준을 기준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 한전에서 해명도 하고 있는데 주민들은 그런 기준이 필요 없고 자연상태로 만들라고 하면 답이 없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편에선 주민들이 과학적 근거도 받아들이지 않고 집값 떨어질 걱정만 한다는 말도 돈다. 한전의 해명을 주민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국립환경과학원은 삼산동 지중송전선 주변전자파 방출량을 측정했다. 야외 맨홀 주변에서는 전자파가 28.3~37.2mG 범위에서 측정됐으며, 실내 경우 전자파 노출량이 가장 높은 곳은 15.7mG로 나타났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실내 전자파 노출량이다. 홍 의원이 말한 전력설비 전자파 기준(833mG)은 세계보건기구와 국제비전리복사방호위원회(ICNIRP)가 '단기간 고노출'로부터 보호를 권고하는 기준치이다. 즉, 이는 전자파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전기노동자에게 적용하는 기준이다. 실내 일상생활에서 지속해서 노출되는 전자파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아직 지중선로 전자파와 인체 유해성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연구는 이뤄진 적이 없다. 그에 맞는 기준도 마련돼있지 않아 주민들은 전자파가 인체에 미칠 유해성을 걱정하고 있다.

부평구 삼산동 주민들이 특고압선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지난 4월에는 삼산동 고압선이 지나는 아파트에 사는 16세 여학생이 악성 림프종(임파선암) 판정을 받았다. 환자의 부모는 특고압선 때문에 암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일상생활에서 사람이 전자파에 노출되는 양을 1.5mG 정도로 보고 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최대 10배(15.7mG)나 많은 양의 전자파에 노출되고 있던 셈이다.

주민들은 현재 15만4000V의 고압선이 지나는 현재 일상생활보다 많은 양의 전자파가 나오는데, 특고압선(34만5000V)을 추가로 설치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전자파에 노출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해 5월 한전이 특고압 송전선을 추가 매설하겠다고 밝히자, 이를 반대하는 과정에서 이미 고압 송전선이 매설돼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재원 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지난 5월 삼산동 특고압선 관련 토론회에서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통상 전자파 2~4mG면 어린이 백혈병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실외에서 최고 37.2mG가 측정되는 건 심각한 수치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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