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민지 인천청년유니온 위원장

[인천투데이] 조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몇 달 동안 ‘조국 사퇴’와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이라는 구호와 함께 ‘청년’이라는 단어가 언론과 정치권을 장악했다. 하지만 내 주변 청년들은 ‘다시 켜진 촛불’에 반응하지 않았다.“그들만의 리그다.” “나와 관계없는 이야기다.” “가진 사람들이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한 공정성 싸움이 아니냐.” 오히려 더 큰 냉소와 무기력이 느껴졌다.

최근 <뉴스타파> 보도로 2018년 사망한 청년 배달노동자의 사례를 접했다. 면허가 없었음에도 알바 현장에서 배달 업무를 지시받아 불안하게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사망했다. 업주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벗어나 벌금 30만 원만 물었다. 한 청년이 일하다 사고로 죽었는데, 그 누구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다. 놀랍고 허탈하다.

<뉴스타파>가 기획 연재하고 있는 기사를 보면, 2016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18~24세 청년 중 오토바이 배달로 사망한 사람이 32명이나 된다. 그동안 내가 전화나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한 수많은 치킨, 피자, 중국음식 배달에서 만난 청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배달 대행업체를 통해 개인사업자처럼 일하고 있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사업장에 직접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노동’이라는 배달 앱과 배달 대행업체, 상품을 제공하는 사업주,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에서 오늘도 일하고 있다.

청년들이 일하는 현장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다. 그리고 정치권은 여전히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청년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지 않으며, 관련 시스템을 책임지고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과 관련해 진행된 일련의 과정에서 청년들의 냉소가 가슴 아픈 이유다.

지난 10월 1일 인천연구원에서 ‘인천시 청년 노동시장 지표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제안’이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여러 통계조사를 분석해 도출한 결과이고 ‘청년’ 연령을 15~29세로 정의한 한계는 있지만, 대략적인 시사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인천의 청년들은 높은 의지를 가지고 사회에 진입하지만, 청년층이 진입하는 일자리의 질은 실제로 양호하지 못하다는 내용이다. 새롭지 않은 결과지만, 청년들의 현실을 다시 확인해주는 연구 결과 앞에서 나는 잠시 무기력해질 뻔했다. 이런 통계들로 보여준 청년들의 현실이 청년들을 사회에 더 무관심하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결국 청년이 기댈 곳은 ‘청년’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제 청년들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외쳐야한다. 청년들이 겪는 문제가 사회 전반의 문제이고, 그렇기에 청년 문제 해결은 사회 문제 해소와 맞닿아있다는 고민에서 시작했지만 여전히 잠자고 있는 ‘청년기본법’을 깨워야한다. 국회통과를 위해 청년들이 나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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