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획] 행복배움학교로 학업과 즐거움, 모두 이루다
[교육기획] 행복배움학교로 학업과 즐거움, 모두 이루다
  • 이종선 기자
  • 승인 2019.10.11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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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투데이ㆍ인천시교육청 공동기획|
인천교육 혁신, 행복배움학교가 답이다 <14> 인천영종고등학교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가 출범한 지 5년이 지났다. 현재 행복배움학교는 62개다. 올해부터 시작한 1년 차부터 최고참 격인 5년 차까지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성공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열정만큼은 모두 같다. <인천투데이>는 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기획해 행복배움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소개한다.

인천영종고등학교는 2015년 행복배움학교 준비학교로 선정된 후 이듬해 고교에서는 유일하게 행복배움학교로 지정됐다. 입시에 제일 민감한 고교가 행복배움학교로 운영된다는 것에 주변의 걱정이 많았지만, 지금은 보란 듯이 행복배움학교 성공 사례로 꼽힌다.

행복배움학교로 지정되기 전, 영종고교는 학부모들이 자녀를 진학시키기 꺼리는 이른바 ‘기피 학교’였다. 특히 영종도에는 자율형 사립학교인 인천하늘고교와 인천과학고교, 인천국제고교가 있으며, 자율형 공립학교인 인천공항고교도 있어, 영종고교는 이 학교들과 비교되기 일쑤였다.

행복배움학교에 선정되자 교사들부터 변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유익한 수업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꾸려 다양한 방식으로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영어ㆍ미술 융합수업으로 진행한 '업사이클링' 작품.(사진제공 영종고교)
영어ㆍ미술 융합 수업으로 진행한 업사이클링 작품.(사진제공ㆍ영종고교)

수업 혁신을 위한 교사들의 끊임없는 고민

다른 행복배움학교들에서도 교사들이 수업을 함께 연구하기 위해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꾸린다. 대부분 같은 교과 교사끼리 모여 수업 방식을 고민한다면, 영종고교 교사들은 과목이 달라도 학년별로 학습공동체를 꾸렸다. 교과 간 융합 수업을 특화하기 위해서다.

융합 수업은 말 그대로 두 가지 이상의 과목을 융합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술ㆍ가정 시간에 ‘창의적 라면 끓이기’를 주제로 수업을 했다면, 이와 관련해 영어시간에는 면의 기원과 관련한 영어 지문을 함께 공부하고 조리법을 영어로 작성해본다. 영어 시간에 재활용품을 활용한 예술과 관련한 지문을 공부한 학생들은 미술 시간에 업사이클링(up-cycling) 작품을 만든다.

융합 수업은 사회 문제들과도 맞물려 진행할 수 있다. 지난 1학기에는 세월호 가족극단 ‘노란리본’을 초청해 연극을 단체로 관람했다. 배경 지식 없이 연극을 관람한다면 학생들이 관심 없어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교사들은 사회 시간에 세월호 참사에 관해 공부하고 안전교육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구성했다. 덕분에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더욱 공감하면서 연극을 관람할 수 있었다.

융합 수업으로 나온 결과물은 수행평가로도 활용되지만, 학기 말이 되면 전시회 작품이 된다. 영종고교는 동아리 활동과 수업 과정, 결과물을 발표하고 전시하는 ‘수업나눔축제’를 개최한다. 축제로 진행하는 만큼, 영종고교 구성원이 아니어도 행복배움학교에 대해 궁금한 사람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올해는 12월 27~28일 이틀간 진행한다.

또한, 학습공동체에서 교사들은 서로 수업을 공개하고 참여하며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이 과정은 교사의 수업능력 향상을 도모하는 것을 넘어선다. 한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워하는 교실이 있다면, 동료 교사들은 함께 공개 수업에 참여해 수업 방식을 진단해주기도 한다.

영종고교에서 연극을 진행한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사진제공 영종고교)
영종고교에서 진행한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연극 공연.(사진제공ㆍ영종고교)

학생과 교사가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

영종고교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가치와 다양한 활동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유네스코학교에 가입했다. 유네스코학교는 평화ㆍ자유ㆍ정의ㆍ인권과 같은 유네스코의 이념을 교육활동으로 실천하는 학교다. 현재 세계 180여 개국의 교육기관 1만여 개가 함께 활동하고 있다.

유네스코학교에 가입해도 특별한 혜택은 없다. 유네스코가 지향하는 가치를 학교 현장에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걸맞게 영종고교에는 ‘세계시민동아리’가 있으며, 이 동아리는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지난 9일 한글날에 동아리 구성원들은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책자를 직접 만들어 인천공항을 찾아가 외국인들에게 나눠주며 한글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외국인들과 인사하고 이름을 한글로 써주고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또한, 영종고교는 매해 2학기에 1박 2일간 학생과 교사가 함께 걷는 사제 동행 프로그램 ‘영종도보순례’를 진행한다. 올해는 9월 20~21일에 진행했다. 1일 차에는 1ㆍ2학년 436명과 교직원 54명이 ‘백운산~하늘도시~영종진(구읍뱃터)~씨사이드파크’ 코스 약 25km를 걸었고, 2일 차에는 2학년 학생 136명과 교직원 28명이 ‘마시안~용유~을왕~선녀바위’ 코스 약 25km를 완주했다.

이 행사는 학생들이 영종지역에 애정을 갖게 하는 의미도 있다. 이와 비슷한 의미로 봉사동아리는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으로 ‘사랑의 반찬 나눔’을 진행한다. 연극동아리는 명절 때마다 해송노인요양원을 찾아가 전래동화를 각색한 연극을 공연하기도 한다.

'세계시민동아리'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진행한 한글 홍보 프로젝트.(사진제공 영종고교)<br>
세계시민동아리’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진행한 한글 홍보 프로젝트.(사진제공ㆍ영종고교)

행복배움학교 지정 후 학업성취도 ‘쭉쭉’

행복배움학교가 공동체를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과 체험을 진행하면서 학생과 교사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경쟁위주 입시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일반고교와 달리 입시위주 수업을 하지 않는 행복배움학교의 교육제도가 불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종고교는 행복배움학교에 지정된 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높아졌고, 입학 정원 미달 문제도 많이 나아졌다. 홍경아 행복교육부장 교사는 “행복배움학교 지정 전에는 교사들이 대부분 전문대 입시위주로 지도했지만, 지금은 예체능을 포함해 다양하게 입시 지도를 하고 있다. 교사들이 학생들 공부를 직접 챙겨주기도 하니까 중학교 시절보다 내신이 좋아진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중학교 성적이 상위권에 속했던 서지원 학생은 현재 고3 수험생이다. 서지원 학생은 “주변에서 자율형 사립고교 혹은 과학고를 가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경쟁위주의 교육방식에 얽매이기 싫어서 행복배움학교에 진학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유롭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다”며 “오히려 그런 점이 생활기록부 내용을 다양하게 만들고,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면접을 볼 때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장점이 있다. 정시는 몰라도 수시에서는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종고교 연극부 라온제나 해송요양원 공연 봉사.(사진제공 영종고교)<br>
영종고교 연극동아리 ‘라온제나’의 해송노인요양원 공연 봉사.(사진제공ㆍ영종고교)

행복배움학교 중심으로 ‘우뚝’

영종도 고등학교 중 유일한 행복배움학교인 영종고교는 인천시교육청이 기능을 위임한 ‘연수원학교’로 지정됐다. 연수원학교는 한 마디로 행복배움학교를 알리는 거점 학교다. 영종고교는 행복배움학교의 창의적 학교 운영 사례를 바탕으로 다양한 직무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혁신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들은 누구나 참여해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다.

교사들뿐 아니라 행복배움학교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학부모들을 위해 ‘행복배움 학부모 워크숍’도 진행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혁신교육과 관련한 책들을 읽고 대화하며 행복배움학교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영종고교는 학생ㆍ교사ㆍ학부모를 만족시키며 행복배움학교의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영종고교의 교육혁신은 순항 중이다.

사제동행 프로그램 '영종도보순례'.(사진제공 영종고교)
영종고교 사제동행 프로그램 ‘영종도보순례’.(사진제공ㆍ영종고교)

인천영종고교에 발령을 받았다면?

영종고교에서는 매해 2월 교사들이 새로 전입하면 ‘학교 교육철학 공유 토크쇼’를 진행한다. 행복배움학교의 의미나 취지를 잘 모를 수도 있는 교사를 위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학교 역사와 다양한 에피소드를 공유한다.

새 교사들이 전입한 지 100일이 되면 고생했다는 의미로 백일잔치를 열어준다. 이 소소한 잔치는 4년째 이어져 나름 전통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