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만송 <부평신문> 취재부장

▲ 한만송 취재부장.
부평에서 수도권 유일의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지면서 ‘부평’이 매일같이 언론에 올랐다. 선거 초반부터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의 박빙 승부가 예상되면서 양당 지도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부평을 찾아 위기에 처한 GM대우 지원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지역 유권자들의 반응은 사늘했다. 불법선거로 인해 실시되는 재선거, ‘박연차게이트’로 인한 정치권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게다.

게다가 ‘정책·인물’선거는 실종됐고, 낙하산이냐, 토박이냐는 설전과 GM대우에 대한 선심성 공약만이 공허하게 메아리쳤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후보를 선택하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부평 지역현안 공론화 안 돼

지역구의 대표를 뽑는 국회의원 선거는 많은 이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그것을 모아낼 수 있는 유의미한 열린 공간이다. 지역을 대표해 나랏일을 대신할 사람을 뽑는 것인 만큼, 국정뿐 아니라 지역 현안을 짚어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 방안을 마련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그것이 정책이다. 그 정책이 올바른지, 정책을 펼칠만한 자질과 능력이 겸비됐는지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하지만 이번 재선거에서 산적한 지역 현안은 좀처럼 거론되거나 부각되지 않았다. 적어도 거대 여당과 제1야당은 GM대우 지원책만을 가지고 표를 구걸하는 모습에 가까웠다. GM대우의 모기업인 GM의 운명을 쥐고 있는 건 미국정부인데, 마치 자신들의 후보를 뽑아주기만 하면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 ‘정부와 국회는 뭐하다가 선거 때가 되니까 이 난리야? 국회의원 한 명 뽑는다고 뭐가 바뀐대?’ 유권자들의 꾸지람도 들렸다.

그러면서 일자리와 사교육비 등 민생고 문제와 부평미군기지 이전과 오염된 환경 치유, 계양산 골프장, 경인운하, 무분별한 대형마트 입점으로 인한 지역상권 붕괴 등은 공론화되지 않았다.

지역 현안의 공론화는 어느 정당이, 어느 정당의 후보가 이러한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호흡하고 활동했는지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아울러 국정과 지방행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국회의원이 되면 이러한 현안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지, 부자의 편에 설 것인지, 노동자·서민의 입장에 설 것인지를 가늠 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양당은 ‘GM대우 문제 해결사’, ‘대우가 키운 부평 아들’만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하는 듯했다.

낙하산이냐, 토박이냐?...정책과 인물이 먼저

또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바로 낙하산이냐, 토박이냐를 놓고 벌이는 공방이다. ‘부평의 자존심’ 이야기도 나왔다. 물론 지역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람을 당 입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공천하는 것은 지역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한발 물러서 이왕이면 우리지역 출신이 낫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유권자 각자의 선택에 맡길 문제다. 유권자의 출신 지역은 각자 다르다. 하지만 유권자 모두가 지금 부평의 주인이고 국민이다.

생각해야 할 것은 ‘낙하산 공천’은 그만큼 지역에서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달리 보면 그동안 후보의 지역 활동이나 자질, 능력에 대한 평가가 선거 결과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서 일수도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정치권과 정치에 무관심한 유권자에게 있다.

선거가 끝나도 여야 지도부가 부평에 관심을 가질까, 그 놈이 그 놈 아니야, 내가 찍는다고 당선되겠어? 당연히 할 수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한마디로 비주체적인 모습 아닌가? 29일 선거는 실시되고, 누군가 당선이 돼 금배지를 단다. 그가 어째든 우리지역의 국회의원이다.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와 정당이 앞으로도 지역과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다. 그래서 투표는 미래에 투자하는 것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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