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역사·폐쇄과정 담은 ‘살다·지우다·남기다’ 책 출간
(사)인권희망 강강술래, 출간 기념 아카이브 행사 열어

[인천투데이 정양지·이보렴 기자] 인천 성매매집결지인 미추홀구 숭의동 ‘옐로우하우스’의 60년 역사와 폐쇄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한 ‘옐로우하우스 살다·지우다·남기다’가 발간됐다.

(사)인권희망 강강술래는 30일 오후 미추홀구 소재 복합문화공간 ‘틈문화창작지대’에서 책 출간을 기념해 옐로우하우스의 기억을 되돌아보고 폐쇄 과정을 살피는 '옐로우하우스, 인천 성매매 집결지 폐쇄 과정 아카이브' 행사를 열었다.

인천 성매매집결지였던 숭의동 '옐로우하우스'의 60년 역사를 기록한 책 '살다·지우다·남기다' 출간을 기념하는 아카이브 행사가 30일 틈문화창작지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명숙 강강술래 이사장, 강혜정 희희낙낙상담소 소장, 이영주 인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윤식 전 인천문화재단 대표, 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 류재형·임기성·서은미 사진작가와 시민들이 참석했다. 인천시의회 조선희(정의당 비례) 의원, 조성혜(민주 비례) 의원, 유세움(민주 비례) 의원, 김성준(민주 미추홀1) 의원, 김강래(민주 미추홀4) 의원과 이현애 시 여성가족국장도 내외빈으로 참여했다.

1961년 유신체제로부터 ‘성매매 특정지역’으로 지정받은 이후 60년 넘게 성매매업소 집결지로 유명세를 떨쳤던 옐로우하우스는 1902년 12월 5일 중구 신흥동의 ‘부도루’라는 유곽에서 그 역사를 시작했다. 유신체제는 이후 신흥동 유곽을 미추홀구 숭의동으로 이전시켰으며, 학익동(속칭 ‘끽동’) 역시 성매매 집결지로 형성됐다.

1970~80년까지 학익동에는 여성 1000명이 102개 업소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1999년 민간단체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의 조사 결과, 옐로우하우스에 입주한 34개 업소에서 176명 여성이 성매매를 했다. 이후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고 인천시가 학익동·숭의동 성매매집결지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2007년 6월 학익동 집결지가 완전 폐쇄됐으며 2010년부터 숭의동 재개발을 위한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시는 옐로우하우스가 위치한 숭의 1구역에 아파트를 지어 920세대를 분양하겠다고 밝혔다. 옐로우하우스는 올해 2월부터 철거가 진행됐으며 33개 업소 중 26개가 사라졌고 현재 6개 업소만 남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여성 착취의 온상이었던 공간이 여성 인권을 위한 곳으로 탈바꿈되지 못하고 와해되는 것에 그쳐버린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기도 했다. 2018년에는 미추홀구의회가 성매매집결지 여성들을 돕기 위한 ‘성매매피해자 자활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생계비·주거비·직업훈련비 등을 지원하기로 하자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번에 발간한 책은 이를 두고 ‘그 공간을 묵인하고 여성을 착취했던 성구매자·건물주·알선자들에 대한 비난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강강술래는 발간사에서 ‘이 책에는 강강술래의 15년간 반(反)성매매 활동과 숭의동 집결지 현장의 기록이 담겨있다. 부끄러운 역사로 여겨 외면하고 침묵했던 숭의동 집결지를 기억하고, 성 착취 현장에서 벗어나 생존한 여성들의 삶과 인권을 기억자료로 남기고자 한다’고 밝혔다.

책은 류재형·임기성·서은미 작가가 촬영한 옐로우하우스 풍경과 여성들의 흔적이 담긴 소품 등의 사진을 실었으며, 그들의 짤막한 에피소드도 소개하고 있다. 또, 강덕우 대표가 ‘숭의동 형성과정과 변천사’를, 김윤석 전 대표이사가 ‘인천의 집결지에 대한 기록들’을 주제로 글을 썼다.

“성을 사고 파는 행위가 근절될 때까지 옐로우하우스가 기억되길”

책 ‘옐로우하우스 살다·지우다·남기다’ 97쪽 사진. 서은미 작가는 이 사진을 '구두무덤'이라고 말했다.

책 소개와 간단한 음악 공연, 영상 상연으로 진행된 1부에 이어 2부는 사진기록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류재형·서은미·임기성 사진작가와 이영주 프로그래머가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류재형 작가는 “평소 인천의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여러 작업을 했는데, 그러다 이 프로젝트 제안을 받고, 사업성은 보장되지 않는 어려운 작업이라는 걸 알면서도 수락했다”며 “아픈 역사도 역사라고 생각한다. 차를 타고 다니면서 옐로우하우스를 지날 때 한 번도 마음 편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 책이 나와서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고 말했다.

임기성 작가는 “류재형 작가에게 처음 제안받았는데, 주제가 옐로우하우스라는 말에 반가웠고 평소 하고 싶었던 작업이기도 했다”며 “사진 예술이 다른 예술과 다른 점이라면 사진으로 사실을 증명하는 거라고 생각하기에 이런 역사적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은미 작가는 “책 97페이지에 있는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업형으로 운영되던 업소가 이사가고 난 후에 이층에서 내려다보였던 풍경이다”라며 “자세히 보면 종사자들이 신던 신발들이다. 이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통째로 이전한다. 촬영 갔을 때는 이사가려고 준비하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참가 작가들은 성매매를 하지말라고 집결지를 단속하며 항상 여성을 문제 삼으면서도 성을 구매한 남성이 당당한 점은 문제라며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주 프로그래머는 “성매매집결지에서 함께 울고 웃었던 여성들과 강강술래 활동가들에게 응원의 말을 보내고 싶다”며 “재개발로 인해 집결지는 곧 사라지지만, 인간의 성을 사고파는 행위가 근절될 때까지 후대 사람들이 옐로우하우스를 기억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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