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건 집이 아닌 삶”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건 집이 아닌 삶”
  • 정양지 기자
  • 승인 2019.09.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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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발달장애인 주거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
“주거지원 사업에 주택 ‧ 생활서비스 포함해야”

[인천투데이 정양지 기자] “발달장애인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주택을 제공하는 주거 지원 서비스뿐만 아니라, 배움 ‧ 취업 ‧ 여가 등 자립 서비스도 함께 제공해 지역사회로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인천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지난 25일 개최한 ‘발달장애인 주거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나온 목소리다.

박종혁(민주‧부평6) 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이 토론회 좌장을 맡았으며, 김성준(민주‧미추홀1) 시의원, 채성현 충현복지관 국장, 김광백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국장, 오지현 인천발달자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김은순 인천장애인부모연대 활동가, 신순호 시 장애인복지과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발달장애인 주거지원 방안 모색 토론회'가 지난 25일 인천시의회에서 열렸다.
‘인천시 발달장애인 주거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가 9월 25일 인천시의회에서 열렸다.

‘다양한’ 발달장애인의 ‘평범한’ 삶을 위한 정책 필요

최인관 광주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이 먼저 발제했다. 그는 “발달장애인의 자립은 ‘내가 살고 싶은 마을에서, 내 색깔 그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고 싶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며 “장애인이 사회에 적응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장애인에게 접근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최 사무처장은 ▲‘선(先)배치 후(後)훈련’ 방식의 지역사회 주거 모형 도입 ▲주택 공급 중심의 주거정책 수립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주거지원센터 설립 ▲시설 거주 발달장애인 탈(脫)시설 방안 수립 등을 제안했다.

그는 “기존에 시행한 ‘선훈련 후배치(=주거생활을 훈련한 뒤 지역사회 주택으로 옮기는 방식)’는 일정 수준의 자립생활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경증장애인 중심의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며 “장애인에게 주거공간을 먼저 제공하고 장애 정도나 생활 욕구에 따라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선배치 후훈련’ 정책을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거주시설 중심 발달장애인 주거정책이 지역사회 자립생활 중심 정책으로 전환돼야한다”며 “발달장애인이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주거생활을 할 수 있게 다양한 물적ㆍ인적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야한다”고 말했다.

김광백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국장은 ‘선배치 후훈련’ 정책에 동의했다. 김 국장은 “주거지원에서 제공해야하는 것은 단순히 집이 아닌, 새로운 삶이다”라며 “다양한 발달장애인의 평범한 삶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국장은 인천의 장애인 주거 지원정책이 지닌 문제점으로 ▲주거복지ㆍ주거활용 계획의 한계 ▲종합적인 장애인 자립생활 정책 부재 ▲장애인 주거 전담인력 처우 문제 등을 꼽았다.

김 국장은 “인천시가 구도심 재생사업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빈집 활용이 청년 창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빈집 활용을 지역사회 공동체 복원 관점으로 재해석해 주거복지와 장애인 지역사회 통합으로 연계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시가 종합적인 장애인 자립생활 정책을 마련해 주거지원 정책은 그 안에 포함되게끔 해야 한다”며 “아울러 최저임금이 적용되고 있는 장애인 체험홈 전담인력 인건비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발달장애인 자립생활은 생존 문제

인천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이자 재가 발달장애인인 오지현 씨는 “우리도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라며 “많은 발달장애인이 비장애인들처럼 연애ㆍ결혼ㆍ독립ㆍ취업 등을 꿈꾸지만,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욕구들이 무시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시설을 떠나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다”며 “주거 지원이 장애 정도와 특성에 따라 이뤄질 수 있게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했다.

인천장애인부모연대 활동가이자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김은순 씨는 “대부분의 부모는 발달장애인 자녀를 두고 먼저 죽는다. 그렇기에 발달장애인 독립생활은 당사자의 욕구 이전에 생존과 직결된다”라며 “발달장애인의 자립능력이 독립생활을 결정짓는 척도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참관한 주민 A씨는 “아들이 서른 살 발달장애인인데 화장실 뒤처리도 혼자 못하고 샤워도 아침저녁으로 시켜줘야 한다. 또, 자기 고집이 세고 행동이 도전적이라 독립시키고 싶어도 걱정만 앞선다”며 “다른 발달장애인보다 자립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청소년기부터 체험홈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주거지원 방안 모색 토론회'가 지난 25일 인천시의회에서 열렸다.
‘인천시 발달장애인 주거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김성준 시의원, “발달장애인 지원 조례 개정하겠다”

김성준 시의원은 “인천에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및 지원 조례’와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가 있는데, 살펴보니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다. 권리 보장 조례는 주거 지원을 명시하지 않았고, 자립생활 지원 조례는 선언적 의미로만 제정돼 구체적 지침이 없다”라며 “조례를 꼭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장애인 지원이 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고 여길 게 아니라, 인식 개선을 정책적으로 접근해야한다”며 “장애인의 자기 결정에 따른 주거 지원에서 벗어나, 사회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조례와 예산 등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신순호 시 장애인복지과장은 “올해부터 ‘지역사회 통합 지원 5개년 계획’을 시행 중인데, 인천도시공사에서 주거취약계층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한 뒤 “시에서는 1~6개월짜리 단기 체험홈을, 6~24개월짜리 자립생활 체험홈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이 체험홈에 머무는 동안 시는 자립주택을 마련해 입주를 도울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이용범(민주‧계양3) 시의회 의장, 이동규 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 조영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인천지부장을 비롯해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 등 50여 명이 함께했다. 조영실 지부장은 “인천에도 발달장애인 복지위원회가 구성돼 발달장애인 복지사업이 차근차근 이뤄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