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ㆍ인천시교육청 공동기획
인천교육 혁신, 행복배움학교가 답이다 <11> 석암초등학교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가 출범한 지 5년이 지났다. 현재 행복배움학교는 62개다. 올해부터 시작한 1년차부터 최고참 격인 5년차까지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성공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열정만큼은 모두 같다. <인천투데이>는 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기획해 행복배움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소개한다.

석암초교는 수업나눔제를 도입해 동료교사들이 서로 수업을 참관한다. .

교사들은 ‘수업 나눔’, 학생들은 ‘아침 맞이’로 관계 증진

석암초등학교(교장 조수자)의 교육 혁신은 소통에서 나온다.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는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한다.

석암초교를 방문해 수업 장면을 구경했을 때, 특별한 장면이 있었다. 수업이 진행 중인 교실에서 어른 여럿이 뒤에 앉아 수업을 참관하고 있었다. 학부모들인가 했는데, 학부모가 아니라 학교 교사들이었다.

석암초교는 수업을 공개해 교사들의 수업 태도와 방식을 성찰하고 역량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동료교사끼리 ‘수업나눔제’를 운영한다. 교사들은 다른 교사의 수업을 참관하며 부족했던 점을 채우고 동료교사와 서로 조언도 나누며 수업의 질을 향상시킨다.

수업 나눔 외에도 교사들은 학년별로 학습공동체를 꾸려 함께 공부하는 모임을 운영한다. 여기서도 수업을 위한 학습을 진행한다. 1학년 교사들의 경우 그림책 수업을 공부하고 있다.

학교 구성원끼리 밀접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는 관계 증진이 필수다. 석암초교는 학생들도 유대감을 형성하고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테마가 있는 아침 맞이’를 진행한다.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한 아침 맞이 사업은 다양하다. 전 학년이 번갈아가면서 진행하는데, 학교생활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하고 음악회를 열기도 한다. 지난 5월에는 인천시교육청이 진행하는 ‘찾아가는 아침 등굣길 음악회’를 신청해 수준 높은 공연도 열렸다.

찾아가는 등굣길 음악회.(사진제공ㆍ석암초교)

학생들이 직접 방송뉴스와 영화 만들어

석암초교에는 <석암뉴스>라는 언론이 있다. 학생들이 올해 초 만든 동아리가 주로 학내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영상으로 제작해 한 달에 두 번씩 방송하는데, 실제 TV 뉴스 보도처럼 생방송으로 진행한다. 그동안 복도에서 뛰어다니는 학생들, 화장실이 더러운 문제 등을 다뤘다.

지난 7월에는 교내 텃밭이 훼손되고 미끄럼틀을 위험하게 이용하는 등, 학교시설물을 함부로 다루는 것을 보도했다. 앵커로서 뉴스를 진행하는 이정민(6학년) 학생은 “방송 이후 학생들이 캠페인도 진행했는데, 학교시설을 함부로 쓰는 학생이 줄었다. 언론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학생 동아리가 운영하는 만큼, 아이템 회의, 취재, 영상 편집, 보도 모두 학생들이 직접 한다. 이 동아리 외에도 4~6학년 학생들은 풍물ㆍ양궁ㆍ오카리나ㆍ티볼ㆍ피구ㆍ펠트ㆍ합창ㆍ영상 제작 등 다양한 영역의 동아리를 운영해 체험하고 있다.

6학년이 되면 영화도 만든다. 매해 2학기에 영상 제작 관련 사회적기업인 ‘모씨네’를 초빙해 영화 제작 수업을 10시간씩 진행한다. 여기서 배운 내용을 응용해 학급당 단편영화 두 편씩을 만든다. 학생들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시나리오ㆍ연기ㆍ촬영ㆍ편집 등을 담당해 영화 제작에 참여한다.

지난해에는 5개 학급이 모두 10편을 만들었다. 이 영화들을 갖고 매해 11월에 ‘석암 어깨동무 영화제’를 개최한다. 올해 3회째다. 지난해에는 ‘영화공간 주안’에서 열렸는데, 도성훈 인천시교육감도 영화제에 참석해 작품을 관람하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전년도에 선배들이 만든 작품을 토대로 속편을 만들기도 한다. 2017년 열린 제1회 영화제에서는 ‘좀비’라는 영화를 관람한 몇몇 후배는 영감을 얻어 지난해 ‘좀비2’를 제작했다.

<석암뉴스> 방송화면 갈무리.

학부모들 동아리 활동과 교육기부로 학교 참여

석암초교는 학생과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 학교활동도 적극적이다. 학부모들은 난타ㆍ영상제작ㆍ매듭공예ㆍ캘리그라피 등, 동아리 4개를 구성해 활동한다. 여기서 갈고 닦은 실력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 기부’를 진행한다.

이는 학부모와 학교의 문턱을 낮춘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굳이 동아리와 연계한 내용이 아니어도 학부모들은 학생들과 함께 전통놀이를 하고 김장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한다.

김미경 6학년 부장교사는 “과거에 학부모가 학교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치맛바람으로 여겨졌지만, 행복배움학교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학부모가 학교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면서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고, 그걸 교사들도 고마워한다. 게다가 학교와 학부모 소통이 늘면서 민원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2018년 ‘제2회 석암 어깨동무 영화제’에서 상영한 작품 ‘좀비 2’의 한 장면.

행복배움학교, 학생ㆍ교사ㆍ학부모 모두 만족

석암초교는 2016년에 행복배움학교로 선정돼 올해 4년차다. 행복배움학교로 전환되기 전부터 학교에 다닌 학생들은 변화를 크게 느낀다고 했다.

올해 졸업하는 김다해 학생은 “행복배움학교가 아닌 3학년 때는 수업이 지루했다. 지금은 수업이 재밌고 활기차니까 친구도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한 “선생님과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고 불편을 바로 이야기할 수 있는 편한 분위기도 좋다”고 덧붙였다.

박지호 학생은 “예전에는 수업시간에 칠판만 봐야했는데 지금은 책상을 니은 자나 디귿 자로도 앉아서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하니까 친구들과 선생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현정 석암초교 학부모회장은 “많은 학부모가 행복배움학교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만족해하지만, 맞벌이 등으로 바빠 이를 잘 모르는 학부모도 있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의 학교지원금으로 다양한 사업이 더 생기면 좋겠다. 특히, 마을공동체와 연계한 직업체험 활동을 추가로 만들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미순 교무부장은 “행복배움학교 선정 후 예산이 뒷받침되니까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해 아이와 선생님도 즐겁다. 교사의 자율성도 보장되니 업무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가 원도심에 있기도 하고 오래되다 보니 풀이 죽은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행복배움학교 선정 뒤 학교가 다시 피어났다”라며 “아이들도 자존감이 높아지고 긍정적으로 변한 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복지실 운영으로 가족기능 강화 도와

석암초교에는 기초생활수급ㆍ다문화ㆍ한부모가정 등, 교육복지 대상 학생이 221명이다. 전교생 840명 중 26%가량이나 차지한다. 이들을 위한 복지실이 학교 건물 4층에 있는데, 이곳에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복지실의 대표적 사업은 가족 기능 강화 사업 ‘행복한 우리 집’이다. 가정이 먼저 화목해야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할 수 있다는 취지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강연회ㆍ농장체험ㆍ음악회 등, 가족단위로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또한, 교육청 지원을 받아 대학생 멘토링도 운영하며, 복지실 자체 동아리도 운영해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돕는다. 학교 근처 복지관과 지역아동센터, 상담센터 등과 연계해 학생 생활상담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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