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볼모로 한 여야정쟁, “도를 넘어 지나쳐”

인천시ㆍ경기도ㆍ금융기관, 협력업체 지원 2400억 보증 MOU 체결

자금난을 겪고 있는 GM대우와 쌍용차의 협력업체들의 유동성이 다소 해갈될 전망이다.

인천시와 경기도는 원청업체의 위기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GM대우와 쌍용차 협력업체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23일 기업은행ㆍ신한은행ㆍ농협 등과 보증기금 출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지역상생협력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인천시와 경기도는 “금융위기 이후 GM대우와 쌍용자동차의 수출과 내수부진으로 유동성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협력업체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기관과 ‘1:1 매칭’으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특별 출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출연규모는 인천시와 경기도가 각각 50억원, 기업은행 34억원, 신한은행 33억원, 농협 33억원이다. 이를 통해 출연금의 12배인 2400억원을 GM대우와 쌍용자동차가 추천하는 협력업체에 지원할 예정이다.

자금이 필요한 협력업체는 GM대우와 쌍용자동차의 추천을 받아 보증기관에 신청하면 된다. 보증기관은 해당 업체를 무담보로 전액(100%) 보증하고 은행은 보증서를 발급받은 협력업체에 장기저리의 융자를 한다.

아울러 보증기관은 지역상생협력펀드 보증서 발급 시 보증수수료를 0.3%p이상 우대해 발급하고, 은행의 대출금리는 일반 보증서 담보 대출금리보다 우대해 적용키로 했으며 대출금액은 기존 여신과 상관없이 영업점장 전결로 취급해 신속히 지원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인천시 경제정책팀은 “대출이자와 구체적인 사업 시행 시기는 지식경제부와 금융권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며, 긴급한 사안인 만큼 조만간 시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덧붙여 “협력체가 담보 없이 전액보증서를 발급받고, 은행의 대출 심사 없이 장기(5년 이상)저리자금을 확보함에 따라 자금난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식경제부는 이보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현대기아차가 200억원을 내놓는 상생펀드를 통해 현대기아차 협력사에 10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현대차와 포스코, 하이닉스가 기업ㆍ신한ㆍ우리은행과 총 420억원을 출연해 협력업체에 약 7000억원을, 이달 초에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 5개 사가 최대 82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그동안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 협력사는 상생펀드 또는 상생보증프로그램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았으나, 쌍용차와 GM대우 협력사의 경우는 완성차업체가 지원 여력이 없어 자금난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이번 상생펀드 조성을 위한 MOU 체결로 유동성 지원을 받게 됐다.

부평<을> 재선거로 옮겨 붙은 추경 공방…GM대우 놓고 설전

이번 4ㆍ29 재보선의 최대격전지는 단연 부평<을>이다. 선거가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여야 간 공방도 격화되고 있다. 특히 GM대우를 볼모로 한 여야 간 설전은 도를 넘어서 지나칠 정도다.

산곡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재춘(37)씨는 “국회의원 하나가 GM대우를 살릴 수 있다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299명이면 세계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GM대우를 살리는 것은 정말 중요한 문제다. 헌데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살리기가 아니라 살리기‘쇼’를 보는 것 같다. 부평시민과 GM대우를 이용해 정치권이 서로 잇속 챙기기에 바쁘다. 당일 투표율 보면 알 수 있지 않겠냐?”고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유권자들의 사늘한 민심과는 다르게 선거를 6일 앞둔 부평<을>에서 GM대우를 둘러싼 여야 간 정쟁은 갈수로 격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23일 GM대우에 추가경정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는 GM대우에 6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민주당은 GM대우가 국내 자동차산업과 국가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번 추경에 긴급 기술개발 지원, 협력업체 지원 등 6500억원을 긴급 추가 편성할 것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그 일환으로 추경에 편성된 ‘4대 강 정비사업 예산’을 차라리 ‘GM대우 지원’에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회 예결위원장인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23일 SBS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GM대우 지원액은 이미 늦어서 추경에는 반영을 못한다”며 “GM이 통째로 날아갈지 모르는 상황까지 감안한 종합프로그램이 우선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GM대우 지분매입 대해서도 “부실채권 정리 문제는 금융기관과 정부가 최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차원에서 머물러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지원 강조하는 '홍영표' vs 한발 물러선 '이재훈' vs 고용 강조하는 '김응호'

‘GM대우 살리기’가 당초 부평<을> 재선거 최대 쟁점으로 부각됐지만 GM의 파산절차 등 미국정부의 판단이 6월로 예정돼있어 각 후보가 제시하는 공약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자 후보자들의 입장도 변하고 있다.

모든 후보가 너나 할 것 없이 GM대우 살리기를 강조했지만 가장 먼저 내세웠던 진영은 한나라당 이재훈 후보 진영이다. 한나라당은 집권 여당의 프리미엄을 이용해 이번 선거를 ‘경제 살리기’로 집중하면서 그 중심에 GM대우를 놓고 한나라당이 GM대우를 살리는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23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다소 변화된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홍영표 후보는 선거 초반 GM대우에 초점을 맞추다가 ‘MB정권 심판’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그러다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는 다시 GM대우에 대한 정부지원을 강조했다.

홍 후보는 23일 아침 MBC라디오방송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미국 본사의 운명이 결정된 이후에 GM대우의 근본적 대책이 나와야한다는 건 여야가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 당장 유동성의 위기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민주당에서 6500억 추경을 요구한 것은…. GM대우가 2000년도 위기를 잘 극복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됐다. 그래서 어떠한 상황이 와도 GM대우는 살 수 있고 살려야 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지금 필요한 이때를 놓치면 안 되는 차세대 기술개발, 이런 것에 대한 지원을 해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재훈 후보는 “지금 GM대우와 GM간 받아야 될 수출대금 같은 것을 정확하게 실사해야한다. 차를 팔고도 아직 회수하지 못한 돈이 있다. 이런 게 얼마나 되는지를 정확히 본 다음에… 그런 것들이 지금 하나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6500억이라는 규모가 나온 것 자체가 상당히 이건 너무 앞서가는 거다. 어떻게 보면 조금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 같지 않냐, 하는 생각이 든다. GM대우가 차를 팔고도 아직 회수하지 못한 돈이 얼마나 되는지를 정확히 실사한 다음에 유동성 지원에 필요한 금액이 나와야 한다”고 반대했다.

이에 맞서 홍영표 후보는 “자동차산업은 어느 나라나 국가의 가장 중요한 어떤 산업, 고용을 창출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지금 그 엄청난 부실에도 불구하고 미국마저도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려야 된다’는 지금 이런 입장을 가지고 정책을 세우고 있다. 물론 전혀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을 해선 안 되지만 지금 자동차산업을 살려나가려면 친환경미래형기술, 이걸 위한 R&D기술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훈 후보는 “미국이 GM에 대해서 140억불인가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지만 그냥 주는 게 아니라 매달 나눠서 주면서 GM의 구조조정 등 진도를 봐가면서 주고 있기 때문에 돈을 주는 데 있어선 반드시 원칙과 명분이 있어야 된다. 그 점을 염두에 둬야 되는데 미리 간다는 건 상당히 대중영합적인 얘기다”고 반박했다.

이에 반해 민주노동당 김응호 후보는 고용안정과 GM대우의 자립도를 강조하고 나섰다. 김 후보는 “GM대우의 위기 원인은 GM본사의 위기이면서 GM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 그리고 원죄는 2002년 헐값매각의 주체인 민주당 정권에 있으며 이를 부추긴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더욱 불안해진 외환시장이다. 고환율 정책으로 인한 피해가 분명한 만큼 정부에게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또 “세계 경제 불황이라 해도 공개된 것만 2조 3000억원의 수출대금을 받지 못해 유동성위기를 확대했고 또한 자금흐름의 불투명성을 안고 있는 불투명한 경영구조도 한몫 했다. 경영자의 부실로 발생한 파생상품 평가손실은 2조원 규모다. 이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은 채 무작정 지원하겠다는 현실성 없는 헛구호는 이제 부평구민들이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민주노동당은 처음부터 인천시가 나서서 할 수 있는 협력업체 지원 상생협력펀드 조성을 주장했다. 선거를 떠나 한국경제를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정부차원의 자동차산업전략기획단과 인천시의 GM대우 전담 TFT를 구성해 자동차산업과 GM대우의 장기적 대안을 세워야한다. 경제 불황시기 고용이 제일 중요하다. 정부에서 하청협력업체를 위해 고용안정지원금을 편성해 고용을 유지하고 경영진의 책임 분명한 만큼 구조조정 전에 경영진부터 구조조정한 뒤 경영 투명성을 높여 자금의 해외유출을 차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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