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ㆍ인천시교육청 공동기획
인천교육 혁신, 행복배움학교가 답이다 <10> 도림초등학교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가 출범한 지 5년이 지났다. 현재 행복배움학교는 62개다. 올해부터 시작한 1년 차부터 최고참 격인 5년 차까지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성공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열정만큼은 모두 같다. <인천투데이>는 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기획해 행복배움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소개한다.

도림초교 학교생활규칙 만들기 공청회.(사진제공ㆍ도림초교)

 도림초등학교 교육과정과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제일 먼저 찾은 곳은 학교가 아닌 선학국제빙상경기장이다. 9월 4일 오전에 방문했을 때,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는 체험교육으로 5학년 2반 학생들의 컬링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무더위는 한풀 꺾였지만, 한낮엔 아직 햇볕이 뜨겁다. 바깥 풍경과 다르게 학생들은 겨울옷으로 무장한 채 동계스포츠를 즐기고 있었다.

강사의 설명을 귀 기울여 듣고 팀을 나눠 시합한다. 학생들은 빙판이 미끄러워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고, 스톤을 굴리는데 헛손질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쉬는 시간에는 각자 보온병에 준비해온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몸을 데운다. 발이 시리다며 칭얼거리기도 하지만, 몸을 녹이고 다시 컬링에 푹 빠진다. 누군가는 이색체험을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 담임선생에게 사진을 찍어달라며 어리광 피우기도 한다. ‘즐거운 배움’을 교육의 기본 원리로 삼는 도림초교의 교육철학이 엿보인다.

도림초교는 2014년 말 행복배움학교로 지정돼 2015년부터 그에 걸맞은 교육을 실천했다. 4년 후 제2기 행복배움학교 선정 때도 다시 지정받았다.

‘온책읽기’로 진행한 창작 뮤지컬 공연.(사진제공ㆍ도림초교)

학생과 교사 누구든, 스스로 함께 자치활동

도림초교에는 보통 전교 회장과 학급 반장 등으로 구성되는 학생회가 없다. 대표를 뽑아 감투를 씌워주는 대신 누구나 신청해 활동할 수 있는 대의원회를 뒀다. 최대한 모든 분야에 수평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만큼, 학생자치조직에도 그러한 방침을 적용하려한다. 대의원회에서도 직책은 없으며, 각자 맡은 사업만 있다.

대의원회는 도림초교를 대표하는 학생자치 기구다. 대의원회 활동을 하고 싶은 4~6학년 학생은 부모 동의를 받아 신청서를 제출한다. 담당교사와 기존 대의원들이 신청한 학생이 열심히 할 수 있을지 면접으로 확인한 뒤 선발한다.

대의원회는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공식 행사를 보통 한 달에 두 번 이상 연다. 올해 1학기에는 꽃 심기, 손 편지 쓰기, 스승의 날과 개교기념일 행사 등을 진행했다. 7월에는 물총놀이를 했고, 가장 최근인 지난 6일에는 추석을 맞아 송편 만들기를 했다. 선생님들은 대의원회가 요청하는 물품 준비 정도만 도와준다. 행사홍보부터 실무 처리까지 대의원회가 직접 담당한다.

학교생활과 관련한 모든 것은 학생들이 주도해 민주적으로 이뤄진다. 지난 4월에는 학부모ㆍ교사ㆍ학생이 서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교규칙을 취합해 공청회를 진행했다.

색조화장을 금지하는 규칙이 상정됐는데, 한 학생이 공청회 개최 며칠 전부터 색조화장 금지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해 45명의 서명을 받았다. 결국 해당 규칙은 공청회에서 논의 후 사라졌다.

이밖에도 함께하는 자치활동은 다양하다. 학부모 동아리가 활성화돼있는데, 학부모 동아리에서 학교 행사나 수업에 참여해 학교 교육에 힘을 보탠다.

1~2학년 학생들은 점심시간 이후에 주로 놀이교육을 한다. 말 그대로 아이들이 노는 시간인데, <인천투데이>가 찾아갔을 때는 비가 내려 실내에서 진행했다. 놀이를 연구하는 학부모 동아리에서 강사로 와서 다양한 ‘손 놀이’를 진행했다. 가위바위보를 응용한 놀이부터 쎄쎄쎄, 실뜨기 등 다양했다. 놀이수업인 만큼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4~6학년 학생과 교사ㆍ학부모 동아리는 10월마다 ‘도담도담 동아리 축제’를 개최해 전시ㆍ공연ㆍ체험 활동을 선보인다.

도림초교 1학년 학생들의 놀이교육 수업이 한창이다.

스스로 배우는 즐거움을 알아가기

도림초교에서는 스스로 느끼고 알아가는 즐거움을 배운다는 취지로 ‘온책읽기’를 진행한다. ‘책 한 작품을 온전하게 만나 삶과 함께하는 독서를 하자’라는 모토로 진행하는 교육이다. 학년이 전체가 읽을 책을 정한 뒤 다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작품과 관련한 활동을 한다. 토론, 시대 배경 낱말 찾기, 작가와 만남 등을 진행한다.

올해 1학기에 3학년 학생들은 ‘잘한다 오광명’이라는 책을 읽고 뮤지컬을 창작ㆍ공연했다. 책이 다섯 장으로 나뉘어 있어, 3학년 다섯 반이 한 장씩 맡아 뮤지컬을 만들었다. 뮤지컬 강사를 초청해 프로듀싱을 했으며, 학생들은 기존에 있는 동요 등을 개사해 음악을 만들었다.

도림초교는 학생들을 위한 진로교육도 다양하게 한다. 4~5학년 학생들은 ‘마을이 학교다’라는 제목의 진로 탐색활동을 한다. 학교 주변 다양한 장소를 방문해 그곳에서 일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체험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마을을 이해하고 지역주민들과 소통한다. 이를 위해 학교는 공방ㆍ요양원ㆍ카페ㆍ옷가게ㆍ도서관ㆍ사진관 등과 교육기부 업무협약을 맺었다.

6학년은 1박 2일로 진로캠프를 다녀온다. 진로를 계속 고민할 수 있게 교장이 직접 진로 지도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김광석 교장은 “수업에 들어가 진로 지도를 한다고 아이들 꿈이 바로 구체적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꿈을 생각해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학교 바로 옆 오봉산을 활용한 생태체험교육도 활발하다. 학교 숲 강사를 초청해 모든 학년이 한 달에 한 번씩 숲 교육을 한다. 숲속에서 계절별 자연 변화를 관찰하고 새 먹이주기 활동 등을 한다. 아울러 텃밭 가꾸기 활동도 하는데, 수확물을 나눠 먹거나 경로당에 기부한다.

도림초교 학생들이 현장체험 활동으로 컬링 수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ㆍ도림초교)

자발성에 기초한 민주주의 실현

교육 활동이 다양한 만큼 교사들 업무도 많다. 이 때문에 행복배움학교 초창기에는 많은 교사가 도림초교로 발령 나는 것을 피했다. 그래서 불필요한 업무를 계속 줄였고, 행정업무 전담팀을 만들어 담임선생들이 수업과 관련 없는 업무를 맡는 것을 최소화했다. 그만큼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교사들에게 가장 큰 부담 중 하나가 각종 행사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학생과 교사가 함께 자발적으로 준비한다.

박태규 교무부장 교사는 “예를 들어 과거에는 과학의 달 행사를 관료적으로 진행해 준비 과정이 잡무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학년별로 자율권을 줘 교사와 학생이 함께 준비한다”며 “도림초교는 자발성에 기초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의형제를 맺은 1학년과 6학년 학생들이 함께 식사하고 있다.(사진제공ㆍ도림초교)

새로운 형제자매가 생기다

도림초교에서는 갓 입학한 신입생들이 6학년 학생들과 의형제를 맺는다. 초등학교 안에서만 보자면 6학년과 1학년은 상당한 거리를 느낀다. 그걸 줄이기 위해 6학년 학생들은 입학 환영 선물을 주고 책을 읽어주며 새내기들을 알뜰살뜰 챙긴다.

단순히 6학년에게 1학년을 챙기라고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함께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게 돕는다. 봄에는 근처 오봉산을 산책하고, 여름에는 물놀이를, 가을에는 단풍구경을, 겨울에는 연날리기 등을 한다. 이 의형제 맺기는 좋은 평가를 받아 4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학교 전통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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