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4월 혁명 기념사

▲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진달래 피는 4월이 돌아오면, 우리는 그날 스러져간 순결한 넋들을 기억합니다. 독재에 맞서 자유와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민주열사들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빕니다”

누구의 말일까. 고백하거니와 믿어지지 않아 다시 확인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틀림없다. 4월혁명 49돌을 맞아 보훈처장이 대독한 대통령 기념사에 나온다.

그는 이어 “비리와 부패를 청산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며 “선진화는 절대로 부정부패와 함께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절대로 부정부패와 함께 갈 수 없다는 ‘혁명 기념사’

그렇다. 누가 보더라도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발언이다. 실제로 <동아일보>는 4월 20일자 기사에서 “이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성역 없는 수사’ 원칙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절대로 부정부패와 함께 갈 수 없다는 서슬, 더구나 4월혁명 49돌을 기념하며 부르댄 대통령의 다짐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미리 명토박아두거니와, 부정부패는 언제나 말끔히 청산할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를 두남둘 생각도 없다. 그가 ‘살아있는 권력’이었을 때 이미 숱한 비판의 글을 썼다.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문제가 드러났다고 해서, 이명박 대통령의 문제점이 해소되는 게 전혀 아니라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에 있다. 가령 자신의 치부를 다른 사람의 치부로 가릴 수 없는 일이다.

노무현 정권의 치부로 현 정권의 치부 가릴 수 있을까?

이 대통령의 대선자금을 둘러싼 ‘박연차 리스트’의 의혹은 여전히 짙게 남아 있다. 검찰이 그 의혹을 남김없이 밝히리라고 믿는 무지렁이 국민은 없다.

그래서다. ‘노무현 수사’의 ‘언론 플레이’로 곧 있을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반사 이익’을 누리겠다면 그렇게 할 일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갑작스런 4월혁명 찬가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더구나 그는 “우리는 지금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취를 넘어 선진화를 향한 위대한 도전을 하고 있다”고 부르댔다.

과연 그러한가. 우리는 지금 민주화의 성취를 넘어 선진화를 향하고 있는가. 아니다. 애면글면 성취해온 민주주의 성과마저 파괴되고 있지 않은가.

이념과 지역과 계층을 넘어 실용의 가치관, 긍정의 역사관이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혁명 기념사’는 차라리 어이가 없다. 대체 어떤 ‘긍정의 역사관’이 뿌리 내리고 있는가. 윤똑똑이들의 ‘식민지근대화론’이 그러한가. 식민지도 긍정하는 역사관을 이름인가.

사월혁명을 폄훼하던 ‘뉴라이트’와는 손 끊었나

저 ‘뉴라이트’의 활개로 사월혁명을 ‘데모’로 깎아내리고 나선 일은 어떻게 보아야 옳은가. 사월혁명을 데모로 폄훼하던 자들과 이명박 대통령은 손 끊었나.

그래서다. 분명히 짚고 갈 필요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 4월 혁명정신을 스스로 이어가고 있다고 확신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심각한 판단력 문제다.

만일 4월혁명을 내심 ‘데모’ 로 인식하면서도 민주주의는 ‘성취된 과거’로 돌린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4월혁명에 대한 희롱이다. 진실은 무엇일까? 뒤늦은 ‘개과천선’일까. 4월 혁명 희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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