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인천투데이] 우리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해 한일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언론마다 협정 종료에 따른 한국과 주변국 간 이해관계나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상하는 기사가 봇물을 이룬다. 정치권 또한 나름의 주장을 내세우는데, 일본보다 한 술 더 뜨는 수구세력의 소란은 참으로 볼썽사납기 짝이 없다.

최근 한일 두 나라의 갈등은 일제강점기 징용 등 일본제국주의가 저지른 강제 동원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일본정부가 거부하면서 비롯했다. 일본이 안보상 이유로 수출우대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를 취하며 강제 동원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오히려 경제 분야 보복카드로 한국을 압박하자, 우리 정부는 군사정보를 주고받는 안보상 협정을 연장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 종료를 통보했다.

현 외교문제를 불러온 강제동원은 일제강점기 일본이 우리 국민에게 가한 무자비한 폭력인데, 그 강제동원 현장 중에 인천과 부평이 있다. 일제가 1941년 가동한 일본육군조병창이 바로 부평에 세워졌다. 지금의 부평공원과 캠프마켓을 포함해 부평 일대 넓은 지역에 세워진 조병창은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제가 무기를 제조한 시설이다. 연속으로 진행되는 인천역사포럼 ‘일제 말기 강제동원과 부평의 조병창 사람들’ 토론회에서 이상의 인천대학교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징용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모든 인력을 동원한 것이 강제동원이며, 군대 징용을 포함해 국내와 국외 등 당시 연인원 782만 명이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됐다. 부평의 조병창은 1ㆍ2ㆍ3공장으로 구분돼 무기를 제작하는 일에 조선 사람들을 착취한 곳이었고 동원된 사람들은 모두 강제동원 피해자였다.

캠프마켓 반환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부평의 조병창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때를 같이 해 인천의 극단에서 조병창을 배경으로 삼은 뮤지컬 제작에 나섰다. 극단 아토(대표 이화정)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뮤지컬 ‘언노운’을 오는 11월 부평아트센터 무대에 선보인다. 부평의 조병창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린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2017년에 인천시가 인천의 가치와 문화가 담긴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시놉시스 공모에 당선돼 쇼케이스 형태의 공연을 펼친 데 이어 지난해에 완성작을 선보였다. 올해는 작품을 대폭 수정ㆍ보완해 대극장용 뮤지컬로 바꾸고 내용면에서도 부평의 조병창에서 고된 삶을 이어갔던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부평의 조병창 부지는 지금까지도 마음대로 발길하지 못하는 곳이다. 일제강점기에는 강제동원에 따른 착취의 장소였고, 해방 이후에는 미군이 주둔하면서 높은 담으로 가려진 금기의 영역이었다. 뮤지컬 ‘언노운’이 무대공연으로 오늘을 사는 우리와 미래세대에 부평의 조병창이 지닌 아픔의 역사를 위로해주길 소망한다.

아울러 캠프마켓 반환으로 시민의 품에 돌아올 부평의 조병창을 어떻게 기억할지 지혜를 모아야한다. 단순히 ‘시민을 위한 공원’이란 이름으로 역사를 묻어버린 전례가 있으니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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