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동훈 인주상사(주) 대표이사
장애인 등 편의시설 의무 설치 기한 6개월 앞으로
고령화 사회, 모든 국민 일상생활에 불편 없어야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인천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편의설비를 생산하는 인주상사(주)가 있다. 인주상사는 주로 휠체어 리프트와 경사로를 생산ㆍ시공한다.

인주상사를 이끌고 있는 조동훈 대표이사는 최근 인천은 물론 다른 지역 출장으로 몸살이 날 정도다. 밀려드는 주문량이 공장에 불이 꺼지지 않을 정도로 많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천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한층 도약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조동훈 대표를 미추홀구 주안동에 있는 인주상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조동훈 인주상사(주) 대표이사.

“장애인 시설물 대부분 수입, 기술력 높여 국산화하겠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생산하는 휠체어 리프트와 경사로는 엄밀히 말하면 수입품이다. 우리 회사는 현재 리프트를 자체 기술로 생산하고 있다. 경사로는 최고의 기술을 갖춘 터키와 기술제휴를 하고 있다. 기술 이전을 요청했으며, 이전되면 그 기술을 현재 생산품목에 집중하는 한편, 개선해서 보다 안전하고 실용적인 제품을 만들고 싶다.”

국내에서 사회적 약자 편의설비를 생산하는 업체는 5개 미만이다. 조 대표는 이 시장에 늦게 뛰어든 편이다. 자체 기술 확보와 적정 가격으로 승부를 걸고 싶다고 했다.

“장애인 등을 위한 편의설비는 비교적 비싼 편이다. 수요가 많지 않고 특수한 품목이기 때문에 원가와 생산 유지를 위해 유통가격이 비싸다. 비싸고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시설이 아니다보니 구색만 갖추려하기 때문에, 가격이 싼 제품을 찾고 이에 따라 기술을 개발해서 좋은 제품을 내놔도 수요가 적어 유지할 수 없는 구조가 된다. 사실상 국내는 악순환하고 있다.”

인주상사에서 생산하는 휠체어 리프트는 보통 3000만 원대이고, 경사로는 길이 등 규모에 따라 300만~700만 원에 납품ㆍ시공된다. 리프트는 턱이 높은 곳을 해결할 수 있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해 대부분 경사로를 구매한다.

“경사로의 경우 적정 기울이가 있다. 휠체어를 타고 오를 수 있을 정도의 완만한 경사를 구현해야한다. 턱이 높아도 경사로를 설치할 경우에는 경사로 구간을 10미터 이상 만들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리프트를 설치하는 게 낫지만, 리프트를 설치해야한다는 기준이 없다. 좁은 강당의 무대 단상 옆에 경사로를 10미터 이상 설치했다고 생각해보면 알 것이다.”

조 대표는 적정한 가격에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천을 대표하는 최고의 기업으로 회사를 성장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휠체어 리프트.(사진제공ㆍ인주상사)
경사로.(사진제공ㆍ인주상사)

법령 제정했는데 홍보ㆍ인식 부족으로 설치 늦어져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는 것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특히 국내 건축물은 계단이 많고, 엘리베이터 등 이동 편의설비가 잘 갖춰진 곳이 많지 않다.

대중교통 이용과 주거, 쇼핑 등에서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함은 겪어보지 않은 비장애인들은 잘 알 수 없다. 이러한 불편을 최소화하고 안전하게 시설과 설비를 이용할 수 있게 한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ㆍ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이 있다. 장애인등편의법은 3년 전 제정됐고 지난해 1월 대통령령이 제정돼 현재 시행 중이다.

“관련 법령에 의하면, 장애인 등의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공건축물ㆍ교육시설ㆍ체육시설ㆍ관광숙박시설ㆍ공연장 등 공공이 이용하는 시설물에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편의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한다. 지난해 1월 기준으로 2년 내로 이러한 시설물에 휠체어 리프트와 경사로를 갖춰야한다.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답답할 노릇이다.”

시설ㆍ설비와 관련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업체는 물량을 공급하느라 정신이 없고, 홍보 부족으로 의무사항인줄 모르는 공공기관도 많아 설치가 지체되고 있다.

“인천시와 시교육청은 올해 6월 추경에서 가용예산을 어렵사리 확보한 후 강당 단상에 오를 수 있는 경사로와 리프트를 부랴부랴 설치하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표현이 맞다. 이제 기한이 6개월 남았는데, 서울과 경기의 경우 기한을 늘려달라고 하는 실정이다.”

왜 이러한 문제가 생겼을까. 조 대표는 정책 홍보와 인식 부족으로 인해 재촉하듯이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또, 국내 자체 기술 확보가 미흡하고 설비 양산이 안 돼 가격은 비싸고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설치해도 가격이 저렴한 경사로를 설치하다보니, 실용성과 효용성을 따지지 않은 구색 갖추기라고 지적했다.

“초ㆍ중ㆍ고등학교는 올해 초에야 실태를 조사했고, 교육청은 급하게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 설치해야한다고 알렸단다. 인천은 올해 6월에야 추경으로 예산 68억 원을 확보했다.”

인천지역 초ㆍ중ㆍ고교 500여 개 가운데 설치를 완료한 곳은 10%도 안 된다. 학교 이외에 공연장ㆍ전시장 등 공공 이용 장소에도 휠체어 리프트나 경사로를 설치해야한다. 말 그대로 넋 놓고 있다가 서두르는 상황이다.

“모르는 곳이 많다. 법령이 정한 기한이 지나면 시정 명령이 들어가고 그래도 안 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현재 가장 활성화된 곳은 대구인데, 초ㆍ중ㆍ고교에 4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했다. 인천과 대구가 비슷한 인구와 학교 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예산에서 10배 가까이 차이 난다.”

조동훈 대표는 장애인 설비 생산과 관련해 기술 국산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든 국민이 일상생활에 불편 없어야”

조 대표는 장애인 정책에 근본 변화가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2층에 강당이 있는데 강당에만 리프트나 경사로를 설치하면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것은 어떻게 할까. 법령 기준에 맞게 강당에만 설치하면 그건 예산 낭비다. 조 대표는 사회인식 개선과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관련 법령 제정 과정에도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장애인등편의법은 어느 한 공무원에 의해 시작됐다. 수년 전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 위해 한 공무원이 행사장에 갔는데, 단상이 높아 올라가지 못했다. 그 공무원은 휠체어 장애인이었다. 그래서 실내 강당이나 공연장에 설치를 의무화했다고 하는데, 실내에만 편의설비가 있으면 뭐하나.”

조 대표의 지적은 따끔했다. 조 대표는 장애인운동을 오랫동안 한 경력이 있다. 인천에서 자란 조 대표는 1990년대 중반 컴퓨터 전공을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10년 가까운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장애인운동에 투신했다. 장애인정보화협회에서 일했고 장애인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장애인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 애썼다.

“유학을 갔는데, 어머니께서 오신 적이 있다. 벌써 20년이 훨씬 지난 이야기다. 어머니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것을 보시고 놀라셨다. 그래서 귀국 후 컴퓨터 전공을 살려 장애인 정보화 증진 등에 매진했다.”

조 대표의 어머니는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인이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도 장애인정책이 발전해야한다는 생각에 장애인운동을 시작했다.

“주요 선진국은 버스를 타도 우리와 다르다. 버스에 리프트가 설치돼있는데, 휠체어 장애인이 타려고 기다리면 운전기사가 내려 태우고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량을 이동시킨다. 국내와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상상되지 않나? 그때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다른 승객들이 아무렇지 않게 평온했다는 것이다. 당연하다는 듯 말이다. 그들은 장애인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배려가 아니고 너무도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적 충격이었다.”

조 대표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인식이 개선되길 바라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크고, 어릴 때부터 인권과 차별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봤다.

“장애인정책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지만, 모든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이 없어야한다. 우리 사회는 고령화 사회다. 장애인은 선천적인 경우도 있지만 후천적인 경우도 많다. 고령사회로 갈수록 생활에 불편함이 없게 모두 노력해야한다. 보다 안전한 설비를 개발하고 적정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 불편함이 없는 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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