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며칠 사이 폭풍이 몰아친 후 더위는 아직 가지 않았다. 입추가 지나고 말복도 지났건만 한여름 더위가 여태 기승을 부리고 있어 인천 시민들은 거리로 나서기 쉽지 않다.

인천 강화도 강화대교를 건너 북쪽으로 이어진 해안도로가 나온다. 철책으로 둘러친 해안도로는 인적이 드물고 차량 이동이 많지 않아 자전거를 타기에도 좋은 장소다.

그 길을 가다보면 연미정이 그림같이 나타난다. 연미정은 이미 가을의 길목에 와 있다. 녹음이 더욱 짙어지고 매미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연미정 앞은 노란 코스모스가 이미 얼굴을 내밀었다.

연미정(燕尾亭)은 지리적으로 한강과 임진강이 합수하는 월곶리 앞 물길이 제비꼬리처럼 나뉘어 흐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려시대에 지어졌고 현재 인천 유형문화재 제24호다.

연미정은 강화십경의 하나이며, 이곳에서 강가를 내려다보면 북으로는 북한 개풍군과 경기 파주시, 동으로 김포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예부터 서해에서 배가 들어오면 조류에 따라 월곶진(항구)에서 기다렸다가 한강으로 들어갔다고 전해진다.

연미정으로 들어가면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탁 트인 시야가 가장 좋은 점이고, 수백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두 그루 ‘좌청룡우백호’의 형상으로 우뚝 서 있다. 여름철에는 양옆의 큰 나무가 그늘을 제공하고, 연미정에 앉으면 시원함이 절로 감탄이 나올 지경이다.

가을의 길목에서 연미정은 마음의 여유를 주고 긴장을 풀어준다. 강화를 들린다면 연미정에 올라 강화와 한강·임진강 하류를 꼭 찾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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