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배다리마을 주민, 생태공원 파괴 관련 동구청 규탄 기자회견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 동구청이 주민들이 직접 가꾸는 배다리 공유지 생태공원을 두 차례에 걸쳐 파헤쳐, 주민들이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천 동구청이 주민들이 직접 가꾸는 배다리 공유지 생태공원을 두 차례에 걸쳐 파헤쳐, 주민들이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천 동구 배다리마을 주민들과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만들기 위원회’(이하 배다리위원회)를 비롯한 지역지지단체 20여 개는 13일 오전 배다리 헌책방거리 옆 생태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주민들이 가꾼 생태공원을 일방적으로 파괴한 것과 관련해 허인환 동구청장의 공식적인 사과와 담당직원 문책, 재발 방지 약속과 원상 복구를 위한 행정지원 등을 요구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8월 8일 새벽, 대형 포크레인 두 대가 배다리 공유지 생태공원에 들어와 주민들 몰래 공원을 무자비하게 파헤쳤다. 또한 “앞선 7월 23일 오전에도 동구청은 작업 인력 10여 명과 예초기 다섯 대를 공유지에 투입해 배다리위원회 회원들이 가꾸던 꽃과 풀들을 초토화했다”고 밝혔다.

배다리 공유지 생태공원은 인천 중구 삼익아파트~동국제강 구간 도로 개설 예정 구간을 꽃밭으로 조성한 곳이다. 마을을 가로지르며 지나갈 때 주민들이 겪게 될 피해가 자명해 주민들이 13년째 공사를 막아오고 있었으며 그동안 임시 공유지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공유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 동구청과 배다리위원회는 또 다른 갈등을 빚어왔다. 주민들은 “동구청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꽃밭을 위해 인위적으로 공원을 조성해 주민들이 구경꾼으로만 전락시키려 했고, 배다리위원회는 생태계 복원을 꾀하며 주민과 방문객들의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한 공간으로 활용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 2017년 말, 동구청과 배다리위원회는 공유지 가운데에 위치한 배수로를 사이에 두고 한쪽씩 맡아 관리하기로 합의했으나, 동구청은 다수 주민이 모기 발생과 개똥 투기 등의 민원을 지속해서 냈다는 이유로 배다리위원회가 가꾸던 생태공원을 파헤쳤다.

배다리위원회는 “동구청이 최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조성사업’ 방식이 탐탁지 않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민·관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동구청이 이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민·관 협치를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동구청이 볼 때) 아무리 문제가 있더라도 엄연히 관리 주체가 있는 마당에 해결책을 서로 모색하지 않고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다른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구청이 많은 민원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모기 발생과 서식 근거는 찾을 수 없으며, 공원 파괴 이후, 주택가 모기 출현 소식을 줄지 않았다. 오히려 골목길 하수구나 쓰레기 투기 장소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구청장은 2차 파괴 당일 오후 5시가 넘어 현장에 나타나 주민들에게 사과하기는커녕 ‘이곳의 관리는 인천종합건설본부가 한다’는 등의 엉뚱한 변명만 늘어놨다”며 “이 같은 동구청의 행위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위해행위”라고 비판했다.

인천 동구청이 주민들이 직접 가꾸는 배다리 공유지 생태공원을 두 차례에 걸쳐 파헤쳐, 주민들이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배다리 주민들은 ▲구청장의 공식 사과 ▲담당직원 사과·문책 ▲재발방지 약속 ▲원상회복 지원 ▲배다리 발전을 위한 대화자리 마련 등을 요구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동구가 추진하는 배다리 관련 행정에 협조하지 않으며, 허인환 구청장 사퇴 운동을 전개할 것임을 밝혔다. 주민들은 생태공원이 파헤쳐진 자리에 주민들이 직접 가꿨던 풀과 꽃 사진을 세우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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