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인천투데이] 뇌전증 경련에서 뇌손상을 방지할 방법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어떤 경련이 뇌손상을 일으키는가?’라는 질문에 먼저 답해야한다. 이어서 두 번째 질문으로 ‘항경련제를 사용하면 뇌손상이 방지되는가?’라는 질문에도 답해야한다. 오늘은 첫 번째 질문에 답해보자.

대부분의 환자나 보호자는 뇌전증으로 경련이 발생할 때마다 뇌가 손상될 것이란 공포에 떨게 된다. 진료하는 의사가 복약 순응도를 높일 목적으로 약을 먹지 않으면 큰 일이 난다며 뇌손상이 될 듯한 공포감을 주입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내가 만난 대부분의 뇌전증 환자에게는 경련 그 자체의 공포보다도 뇌 손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공포감이 더욱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명백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뇌전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발성 뇌전증의 경우 대부분 뇌손상을 만들지 않으며 인지 저하도 동반하지 않는다. 증후성 뇌전증의 경우에도 영아연축이나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같은 극한 난치성 뇌전증 일부에서만 뇌손상이 진행될 뿐이다.

그 외에 증후군적 분류로 보면, 흔하게 접하는 롤란딕 뇌전증, 소발작으로 불리는 결신발작, 청소년기 근간대성경련 등은 뇌손상을 전혀 일으키지 않는다고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그중 해마경화증을 동반하는 측두엽 내측 뇌전증 등 일부에서만 뇌손상과 인지 저하가 확인된다.

결국 현대 의학은 뇌손상이 진행될 수 있는 난치성 뇌전증의 분류 자체에는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 그러므로 뇌전증을 진단하는 의사라면 그 순간 뇌손상이 진행되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뇌전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이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뇌손상이 되는 뇌전증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질문해 확인해야한다.

환자의 질문에 대부분의 의사는 확답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의사는 “경련이 심해지면 뇌손상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답한다. 이런 대답은 환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불성실한 대답이다. 어떤 뇌전증이건 경련이 20분을 넘어 30분 정도 지속된다면 ‘경련지속증’ 내지는 ‘경련중첩증’이라 해서 뇌손상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련은 일종의 습관성 질환이기 때문에 1~2분 동안 경련하던 환자가 갑자기 20분 넘게 경련하는 중첩증이 나타나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런 상황에 놓인 환자에게 간단히 설명해줄 때 나는 이런 표현을 쓴다. “오늘 집에 가는 길에 로또 복권을 사십시오. 그러면 1등 당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쓸데없는 말이다. 가능성이 있지만 거의 희박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뇌전증 진단을 받은 이후에 먼저 확인해야할 것은 자신의 병명이 뇌손상이 되는 뇌전증인지 아닌 지이다. 이어서 두 번째로 확인해야할 것은 뇌손상 가능성 확률이다. 대부분은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하는 게 합리적인 대답이 될 것이다.

나는 한방치료를 이용해 난치성 소아 뇌전증의 치료가능성을 논문으로 입증,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뇌손상 가능성이 있는 유형의 뇌전증이라면 항경련제를 같이 사용할 것을 무조건 권한다. 그렇지 않은 안전한 뇌전증이라면 항경련제 사용으로부터 조금 더 여유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김문주 원장은 소아 뇌신경질환 치료의 선구자로서 국제학술지 E-CAM에 난치성 소아 신경질환 치료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뇌성마비 한방치료 연구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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