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입주민들이 사각지대 이웃 돌보는 아파트공동체
[연중기획] 입주민들이 사각지대 이웃 돌보는 아파트공동체
  • 장호영 기자
  • 승인 2019.08.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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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川,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산다 (24)
남동구 논현 주공 14단지 ‘등대마을 새암봉사회’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편집자 주>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각종 지역 문제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함께하는 삶의 시작점인 ‘마을’을 나와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마을공동체운동과 사업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300만 명의 대도시 인천은 8개 구와 2개 군으로 이뤄져 있고, 구ㆍ군마다 수십 개의 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많은 마을들이 있다. ‘마을’이란 동 단위 보다는 작은 규모의 공간이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소통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주민들이 모여 자신들이 속한 마을에 관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결하는 마을공동체를 이룰 때 진정한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마을은 도시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세포와 같고, 그래서 마을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마을공동체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참여를 넓히기 위해 <인천투데이>는 올해 인천의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나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지난 5월 등대마을 새암봉사회 회원들이 독거노인들에게 배달할 반찬을 만들고 기념촬영을 했다.(사진제공·등대마을 새암봉사회)
지난 5월 등대마을 새암봉사회 회원들이 독거노인들에게 배달할 반찬을 만들고 기념촬영을 했다.(사진제공·등대마을 새암봉사회)

서창원 관리소장 부임 후 마을공동체 시작

입주민들이 봉사회를 결성하고 취약계층 이웃들을 위해 활동하며 함께 더불어 사는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아파트가 있다. 바로 2006년 9월 입주한 논현 주공 14단지 아파트(남동구 논현동)다. 이 임대아파트에는 총1800가구가 있는데, 65세 이상 노인이 671명이나 거주하고 있고, 북한이탈주민, 사할린 영주 귀국인들도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 함께 살고 있다.

임차인대표회의와 봉사회, 관리사무소는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힘을 합쳐 이웃 간 정이 넘치는 아파트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이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 것은 서창원 관리소장이 부임한 2015년 2월부터다.

서 소장은 부임 이후 임대아파트 취약계층 주거복지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주민 실태조사를 진행하며 여론을 수렴해 취약계층 유형별로 필요한 복리증진 사업을 추진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사업은 장애인 이동 보조기구 소독ㆍ세척ㆍ수리 서비스 사업으로 관리사무소와 협약을 맺은 (주)한빛케어ㆍ인천시보조기구센터가 매년 4월에 아파트를 찾아와 현재까지 5년 동안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6년 4월, 등대마을 새암봉사회 발족

2016년 4월 15일, ‘등대마을 새암봉사회(이하 봉사회)’가 발족했다. 관리사무소의 활동만으로는 마을공동체 만들기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주민들 스스로 참여주체가 돼 더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활동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다. 지명을 딴 ‘등대마을’과 마르지 않는 샘처럼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을 주겠다는 의미로 샘의 옛말인 ‘새암’을 붙여 모임 이름을 만들었다.

봉사회가 발족한 날은, 그동안 아파트 단지 안에서 경로당을 함께 이용하지 못하고 천막생활을 하던 사할린 영주귀국 노인들을 위한 구립 사할린 경로당을 개소한 날이기도 하다.

봉사회는 사할린 귀국인과 북한이탈주민을 비롯해 장애인과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의 복리 증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을 기획하고 주민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현재 활동하는 회원 수는 30명으로 활동 사업에 필요한 돈은 아파트 잡수입에서 지원받아 운영한다.

2018년 11월 공동텃밭에서 배추를 수확한 주민들.
2018년 11월 공동텃밭에서 배추를 수확한 주민들.

봉사회, 매해 주요행사 세 가지 개최

봉사회가 매해마다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주요 행사는 세가지가 있는데, ▲5월 5일 ‘어린이날 한마당 축제’▲ 7월 초복 ‘삼계탕 나눔’ ▲10월 ‘이웃사랑 나눔장터’다.

어린이날 한마당 축제는 2008년부터 시작했다. 입주 이후 임대아파트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해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고자 어린이날 축제를 열었고 올해로 12년 째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매해 어린이날에는 아이들 나이에 맞는 선물을 나눠주고 다양한 체험과 놀이,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마당을 열어준다. 주변 아파트 단지 어린이들도 친구 따라 많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가 많다.

매년 초복 즈음에 실시하는 등대마을의 삼계탕 나눔행사는 조금 특별하다. 보통 아파트에서 실시하는 삼계탕 나눔 행사는 경로당 노인들만 대접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아파트는 봉사회에서 220인분의 삼계탕을 끓여 경로당 두 곳의 노인들 뿐 아니라 관리사무소 직원, 거동이 불편해 경로당에 오지 못하는 주민들도 직접 배달로 챙긴다. 올해에는 마을공동체 만들기와 봉사활동에 도움을 주는 기관들도 초청해 함께 했다.

매년 10월에는 ‘이웃사랑 나눔장터’가 단지 중앙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다. 사할린 귀국인ㆍ북한이탈주민과 봉사회가 준비한 먹거리 장터와 주민들이 의류ㆍ신발ㆍ도서ㆍ장난감 등을 사고파는 아나바다장터도 함께 열린다. 먹거리 장터에선 러시아식 꼬치구이와 인조고기ㆍ잡채와 같은 북한 음식도 선보인다. 먹거리 장터 수익금 전액과 주민이 참여하는 아나바다장터 수익금의 일부(20%)는 이웃돕기에 기부한다.

이렇게 모은 기부금으로 봉사회는 연말에 단지 내 공동텃밭에서 수확한 배추로 만든 김장김치와 함께 쌀과 라면 등 생필품을 사서 독거노인, 한부모 가정 등 어려운 이웃 60여 세대에 전달한다.

지난 5월 진행한 어린이날 한마당 축제의 모습.
지난 5월 진행한 어린이날 한마당 축제의 모습.

취약계층 돌보고 주민 일자리 찾기 지원

봉사회는 이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인천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공모사업’으로 자식들의 보살핌을 받기 어려운 독거노인 25세대를 대상으로 매월 2회씩 반찬을 만들어 배달해주는 사업도 하고 있다. 또한, 등대마을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해 남동구 자원봉사센터, ㈜다사랑 보육서비스ㆍ아름다운 손ㆍ아름다운 꿈의 교회 등 유관기관들과 연계해 취약계층 복리증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논현1동 주민센터에 요청해 단지 관리사무소에서 ‘찾아가는 일자리 상담실’을 운영했다. 이를 통해 2017년에는 주민 49명이 상담해 28명이, 작년에는 61명 상담해 31명이 취업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단지 안의 작은도서관에선 매월 독서 특강을 비롯해 꽃꽂이 원예교실, 실버 미디어 교육 등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독서지도사 2급 자격과정을 개설해 입주민 11명이 수료했다. 인천시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가 주관한 ‘2019 마을공동체대학’에도 봉사회 회원 13명이 참여해 마을 공동체의 활동역량을 높이기도 했다.

지난 7월 초복날 삼계탕을 손질하고 있는 등대마을 새암봉사회 회원들.
지난 7월 초복날 삼계탕을 손질하고 있는 등대마을 새암봉사회 회원들.

임차인대표회의ㆍ봉사회ㆍ관리사무소 ‘3박자 척척’

서창원 관리소장은 “관리소장의 직업적 업무를 수행하면서 입주민들의 주거복지 문제에 작은 보탬이라도 될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주민들에게도 행복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주어진 직업에 충실하면서 주민들하고 정을 나누고 교감할 수 있다는 게 큰 행복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함기진 임차인대표회의 회장은 “서창원 소장이 오고난 후 아파트에 많은 변화가 있다”라며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주민들의 도움 요청을 마다하지 않고 처리해주며 가족처럼 대해준다. 이런 아파트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문수 봉사회 회장은 “임차인대표회의, 봉사회, 관리사무소의 3박자가 잘 맞아 마을공동체 사업이 잘 되는 것 같다”며 “더 많은 주민들이 봉사회에 함께 참여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지내길 바란다. 봉사회가 우리 아파트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봉사할 수 있게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논현 주공14단지 아파트는 내년 사업으로 ‘건강 5000보 마을둘레길 만들기’를 준비하고 있다. 아파트 근처에 오봉산과 생태공원이 있지만 거동이 불편하거나 시간이 없어 단지를 걷는 것으로 운동하는 주민이 많다. 그래서 아예 단지 안에서 5000보를 걸을 수 있는 건강 둘레길 만들기를 구상했다. 둘레길 산책로에는 주민들이 직접 만든 창작품을 설치하고, 계절마다 느낌이 다른 꽃길을 조성해 주민들의 사랑과 자부심이 가득한 마을의 명소 조성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