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현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

▲ 송승현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
2009년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 선수가 207.17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꿈의 점수라고 하는 200점을 넘겨 세계가 놀랐다. 이번 우승이 더 값진 이유는 2007년, 2008년 두 번이나 예상치 못한 실수와 부상을 이겨내고 이룬 우승이기 때문이다. 수상식에서 보여준 그의 눈물은 부상과 고된 훈련을 이겨낸 ‘아름다운 눈물’이었다.

오는 4월 29일에 상반기 국회의원 재선거가 있다. 과연 우리 유권자들은 선거가 끝나고 김연아 선수처럼 ‘아름다운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부평구<을>선거구에서 국회의원 재선거가 실시된다. 제18대 국회의원 당선자가 금품 제공 행위로 대법원에서 당선무효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1년여 만에 다시 치러지는 재선거를 두고 선거법을 위반한 정치인에게 그 원인이 있으니 모든 선거비용을 책임지도록 하자는 주장도 있다. 헌데, 그렇다면 재선거가 실시되는 것이 그 정치인만의 잘못이고 유권자에게는 잘못이 없는 것일까? 선거는 자신을 대신해 나라를 이끌어갈 대표자를 선택하는 민주적인 절차다. 선거의 결과는 바로 유권자의 선택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이번 재선거의 책임도 정치인을 포함한 유권자 모두에게 있다.

로버트 에이 다흘(Robert A. Dahl)은 다원민주주의 정치체제가 가장 뛰어난 이유는 민주선거를 통해 정치인이 약속을 책임지고 유권자를 무서워할 줄 알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메니페스토 운동은 아주 당연한 일이 지켜지지 않아 하지 않아도 되는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메니페스토 운동의 가장 핵심은 유권자의 참여다. 정치인들에게 공약을 책임지게 하기 위한 가장 큰 전제는 유권자의 참여에 있다.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요구할 수 있겠는가.

18대 국회의원선거의 투표율이 46.1%를 기록하면서 2002년 제3회 지방선거 때의 48.9%보다 2.9% 포인트 더 떨어졌다.

재·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더 낮다. 2008년도 상반기 재·보궐선거(4월 25일)는 27.9%, 하반기 재·보궐선거(6월 4일)는 23.2%를 기록했다. 재·보궐선거는 유권자가 반성하는 의미에서 더 강한 책임감을 느껴야 함에도 더 낮은 것이다.

‘정치인이 선거법을 어기고 금품을 제공해서 그런 것인데 유권자가 반성하라니 무슨 말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선거에서 투표만 하면 유권자의 역할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선거질서를 무시하고 선거법을 어기고서라도 당선하겠다는 잘못된 정치인을 뽑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거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불법을 감시하고 바로잡는 파수꾼의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일부에서는 선거법에 제한 규정이 많아 사회풍속에 맞지 않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다. 공직선거법에 금품제공을 상시 금지하는 규정이 만들어진 것은 대한민국 선거의 잘못된 과거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울러 아직도 선거에서 민주적 절차와 정신을 외면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정치인들이 선거운동을 하면서 ‘돈’선거를 하지 않고 공정한 선거를 하기를, 당선 후 공약을 지키기를 애타게 바라야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김연아 선수를 세계 전문가들이 극찬하는 이유 중 하나는 까다로운 규정 속에서 정확한 기술을 구사하고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어느 선진국보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 국민들이 즐겁게 참여하는 선거를 만들어가야 한다. 4월 29일에 우리의 책임을 다하는 투표를 반드시 해 우리의 선택이 부끄럽지 않은, 유권자로서 ‘아름다운 눈물’을 흘릴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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