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가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2008년 손익계산서를 보면, 지난해 2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870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환율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환헤지’ 등 파생상품 손실에 따른 것이다.

GM대우의 파생상품손실 2조 3300억원 중 앞으로 처리해야하는 ‘평가손실’ 1조 3227억원을 빼더라도 이미 처분된 손실만 1조원을 넘는다.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서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9645억원 초과하고 있는데다 세계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이는 기업의 존속능력에 의문을 불러일으켜 자산과 부채를 정상적인 사업수행과정을 통해 회수하거나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GM대우는 산업은행 등에 유동성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동시에 사무직노동자 임금 10% 삭감에 이어 정비사업소 2곳 매각 추진, 비정규직 무급순환휴직, 생산직노동자 임금 10% 삭감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순손실의 배경과 원인, 경영진의 책임 규명은 아직 없다. 증권가에서는 파생상품손실액이 외국 금융사를 통해 GM대우 모기업인 GM으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GM대우가 GM을 통해 판매한 수출판매대금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고 있다. 수출대금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GM대우는 앞으로도 파생상품 관련 결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한다. 작년 말 현재 GM대우가 회수하지 못한 수출대금 등 미회수채권은 2조 3892억원에 이른다. 모두 회수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떼일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대손충당금이 2007년 말 2443억원에서 작년 말 5147억원으로 2700억원 이상 늘었다. 지난해 3~4분기 수출대금 결제가 늦춰지면서 유동성이 부족한 탓에 GM대우의 환헤지 선물환으로 인한 피해는 불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말디 사장이 최근 ‘산업은행의 지원금은 절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파생상품 관련자금 흐름을 보인데다, 수출대금을 둘러싼 의혹은 풀리지 않고, GM파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상태에서 공적 자금 지원과 일방적인 노동자의 고통분담은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이를 명확히 밝히는 동시에 정부가 나서서 시급히 자동차산업 발전계획을 수립한 뒤에, 유동성 자금 지원이나 노동자 고통분담을 논하는 것이 순리다.

GM대우 비정규직노조가 경영진의 부실경영 책임을 묻고 고용안정을 위한 공동투쟁을 전개할 때라고 반발하고 있고, 정규직노조가 진보진영 등 지역 시민사회와 함께 공동대응을 모색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