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천, 지역과 청년 탐색(2) 청년ㆍ세대담론 쟁점들
김선기ㆍ채태준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 강의

<편집자 주> 청년들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일을 하고 지역사회에 참여하며 즐길 수 있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당사자인 청년만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사회의 고민거리다. 지자체별로 청년정책을 모색하고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성과는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인천시 청년정책은 정부의 청년일자리 대책을 수행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이에 <인천투데이>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지역사회에 관심을 보이며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한편, 지역과 연계한 청년활동을 탐색하고자 한다. 방식은 관련 주제 초청 강의와 청년그룹 탐방이다.

두 번째 강의를 7월 2일 오후 노동자교육기관 교육실에서 사단법인 자치와공동체와 함께 진행했다. 강사로 초청된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 김선기ㆍ채태준 씨는 지난해 서울시 청년허브 의뢰로 연구 분석한 ‘가치관과 문화적 감수성의 세대화 현상’을 들려줬다.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채태준(왼쪽) 연구원과 김선기 연구원.

세대 간 차이가 심해지고 있다?

이 연구 배경은 두 가지다. 2018년도는 세대 이슈가 많았던 해다. 비트코인으로 청년들이 ‘우리도 한번 돈 벌어 보겠다는데 기성세대가 막아서 망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구성하면서 일부 남한 선수가 출전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자 공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서울시 청년허브의 고민이었다.

다른 한 가지 배경은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활동을 보면서 생긴 고민이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는 2013년부터 운영되고 있는데, 올해는 청년 1000명이 모인다. 청년의 관점에서 서울 시정을 비판하거나 정책을 제안한다. 청년기본조례 제정에서 비롯했다. 참가자들이 주로 청년 일자리와 주거 관련 의제를 제안하는데, 최근에는 성평등ㆍ환경ㆍ퀴어(성소수자)ㆍ가족구성권(혈연 이외) 등 새로운 의제들도 제안한다. 기존 청년정책이 아니다보니 행정에선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할 것인지 고민한다.

연구는 문헌 조사를 바탕으로 신문기사(2015.9.~2018.8.)를 분석하는 것으로 본격화했다. 김선기 연구원은 “연구 결과를 살펴보기 전에 먼저 ‘세대화’의 개념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며 “특정 연령대가 보이는 현상 중 일부를 반영해 ‘그 세대의 가치관이나 감정은 이런 것 같다’고 담론으로 만들어 그걸 구조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게 세대화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는 나이에 따라, 세대에 따라 가치관이 다르고 감수성이 다를 것이라는 예상을 전제로 한다. 언론에서 떠드니 왠지 그런 것 같고 결국 그런 인식을 스스로 강화한다. 세대 간 차이가 심해지고 있다는 담론이 실제 그런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태준 연구원.

탈물질주의, 개인주의, 탈이데올로기?

이어서 채태준 연구원이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 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주제는 ‘미디어가 담론으로 재현한 청년세대의 문화적 특질’이다. 언론이 청년세대의 가치관과 감정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그렸는지 분석했다.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의 연구를 정리하면, ‘2010~2014년’과 ‘2015~2018년’을 비교해볼 때 앞선 시기에서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은 청년세대를 서로 다르게 해석했다. 보수언론이 주로 ‘실크세대(대중문화에 익숙한 세대)-G세대(글로벌한 세대)-달관세대(기존 가치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활하는 세대)’로 그린 것에 비해, 진보언론은 주로 ‘88만원 세대-삼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세대-N포세대’로 표현했다.

언론의 이러한 청년세대 담론화는 2015년 이후 어느 정도 합의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N포세대로 그리는 게 지배적이었다. 동시에 ‘밀레니얼’이라는 용어가 새롭게 등장했다. ‘문화적 세대’를 말하는데, 1990년대 ‘신세대’와 비슷하다.

언론은 최근 청년세대의 가치관을 ‘탈(脫)물질주의, 개인주의, 탈(脫)이데올로기’로 표현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복지, 나이 든 세대일수록 성장을 (각각) 중시함을 보여준다.’(매일경제, 2016.2.12.) ‘전쟁의 참상을 겪은 이들은 생존을 최우선에 두고 인권과 복지를 뒤로 미뤄든 성장 우선주의 사회를 평생 살아왔다. 하지만 젊은 세대의 현대 사회는 성장에 집착하지 않는다.’(한국일보, 2018.6.4.) ‘취업난 등에 시달려 성장보다는 복지 우선 정책을 지지하는 청년 진보 유권자의 출현이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다.’(한겨레, 2018.8.15.)

언론은 공통적으로 청년세대가 성장보다는 복지와 다양한 가치를 추구한다고 그렸다. 그러나 탈물질주의를 추구하는 원인을 설명할 땐 ‘경제 성장 때문’과 ‘신자유주의 때문’으로 서로 달랐다.

또한 언론은 청년세대가 공동체 발전보다 자아실현을 앞세우는 개인주의 양상을 보인다는 데 합의하면서도, 그 평가는 긍정(예, 비슷한 가치를 지닌 이들 간 느슨한 연대 가능)과 부정(예, 경쟁력을 갖춰 살아남는 게 시급)으로 나뉘었다.

아울러 언론은 ‘청년세대는 이념보다는 생활적인 것에 비중을 둔다’며 탈이데올로기 양상을 보인다고 했다. 지역이나 이념갈등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세대갈등이 들어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선기 연구원.

만, 비활력, 냉소?

언론은 청년세대의 감정 상태를 어떻게 그렸을까?

언론이 표현한 청년세대의 대표적 감정은 ‘불만, 비(非)활력, 냉소’다. 우선 양극화에 불만, 권위주의에 거부감, 제도권 불신 속에서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데, 그 분노는 사회 진보를 위한 동력이자, 기존 질서에 위협이라고 봤다.

비활력은 좌절 혹은 순응하는 감정 상태를 말한다. ‘이전 시대에서 보기 어려웠던 화려한 스펙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기가 남루해진 모습이 안쓰럽다.(동아일보, 2017.4.26.)’느니, ‘지금 사회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20대 청년 상당수가 활력과 의지를 읽는 과정을 밟을 우려가 적지 않다.’(한국일보, 2018, 6.24.)고 했다.

냉소는 변화 가능성을 부정한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에 대한 30대의 불만은 아무리 노력해도 경제적 격차를 극복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매일경제, 2016, 6.13.) ‘헬조선에는 웬만한 노력으로는 수저 색깔을 바꾸기 힘들다는 자조가 담겼다. (중략) 최저시급도 안 되는 적은 보수로 젊은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뜻의 열정페이, 요새 젊은이들은 노력이 부족하다는 기성세대의 평가를 비꼰 노오력도 인기를 끌었다.’(조선일보, 3.8.)

채태준 연구원은 “나는 냉소적이지 않은데, 주변에서 요즘 청년들은 냉소적이라고 하니 나도 그래야할 것 같기도 하고, 이게 뭐지 하며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고 한 뒤, “언론은 청년세대를 굉장히 자의적으로 해석한다. 심지어 한쪽에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서 즉, 배불러서 그렇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그렇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둘의 공통점은 자의적 해석이 강하고 청년세대를 수동적 존재로 그린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세대 간 차이에 가려진 세대 내 차이

다른 한 가지 연구주제는 언론이 담론으로 재현하는 세대화 현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를 정리하면, 우선 너무 쉽게 ‘세대화’하는 것은 특정 인구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생산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모든 것을 청년문제로 규정하는 것은 진짜 청년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만드는 것을 방해한다.

또한 세대 간 갈등을 부각하면서 세대 내 갈등은 가시화하지 않음으로써, 청년세대는 모두 냉소적이고 가난하다는 식으로 동질성을 강조하고 청년세대 내 빈부격차와 불평등 등, 이질성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한다. 아울러 N포세대론은 불평등 문제를 가시화하고 부각하는 장점이 있으나, 피해자 처지를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사회운동)은 가린다.

채태준 연구원은 “미디어는 청년들의 가치관과 감정 상태를 이야기하며 요즘 청년들을 앞선 세대와는 ‘다른 사람’으로 그리는데, 거기엔 다양한 의도가 개입된다. 밀레니얼의 탈권위적인 모습을 가지고 ‘사회 위협적’이라고 하기도 하고 ‘대안적’이라고 하기도 한다.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청년들의 자기규정보다 외부규정이 대부분이다”라고 정리했다.

김선기, 채태준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이 청중들과 토론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청년팔이’

끝으로 김선기 연구원은 ‘정치가, 언론인, 대중적 지식인들이 사회적ㆍ정치적 문제들을 세대 개념으로 풀어 이야기하는 현상’을 세대주의라고 한 영국 화이트 조나단의 분석(2013. Thinking Generations. The British of Sociology)을 거론하며 “이는 세대(담론)화와 비슷한 개념인데, 한국에서 세대주의는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간 갈등 문제를 부각해 ‘청년팔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문재인 정부의 청년정책은 청년일자리 대책과 같다. 지역 청년활동가나 청년문화예술인이 설 자리는 없다. 선택과 배제가 계속 일어난다”며 ”총선 국면에서 정책이 변할지 좀 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청년을 연령만으로 정의하면 안 된다. 기성 정치인에 비해 새로운 내용이 있어야 청년 정치인으로 부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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