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석 사회연구소 가능한 미래 연구위원

[인천투데이]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건설된 나라다. 전쟁까지 치렀다. 그래서 미국의 대외정책은 기본적으로 고립주의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그 후 미국의 대외정책은 자유무역체계와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개입주의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가속화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는 난관으로 등장했다.

소련 해체로 전 세계에서 미국 위상은 더욱 확고해졌다. 하지만 달러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미국 제조업의 약세, 중국 부상 등이 겹치면서 미국 경제는 어려워져만 갔다. 이로 인해 세계 초강대국 구성원으로 혜택을 누려온 백인 중심 중산층의 불만은 폭발 직전까지 갔다. 이런 흐름을 타고 당선된 대통령이 바로 트럼프다.

트럼프는 실업률 증가 원인을 이민자들에게 돌리고 군사적 위협의 원인을 테러리스트에게서 찾았다. 그리고 경제에서 보호주의와 외교군사에서 고립주의로 전환했다. 자유무역이니 동맹이니 하는 이념과 명분보다 국익을 최우선에 놓은 것이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미ㆍ중무역 갈등을 비롯해 동맹국들과 마찰,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병력 축소와 철군 계획은 모두 이 맥락이다. 최근엔 미ㆍ일 동맹 재검토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데 모든 사안이 그리 호락호락할 수는 없다. 트럼프는 출범 후 오랜 장고 끝에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정책을 내놓았다. 이는 오바마의 대북정책이었던 ‘전략적 인내’에, ‘필요에 따라 관여하겠다’는 당위적 언급을 덧붙인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 북한은 6차 핵실험과 더불어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결국 트럼프는 관여 즉, 개입을 선택했다.

그런데 트럼프에게 골치 아픈 문제가 또 불거졌다. 미국에 의해 북한과 함께 테러지원국으로 분류된 중동아시아의 이란이다. 트럼프는 이란과 맺은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이 이란 핵개발을 저지하는 데 한계가 분명한 조약이라며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그러자 이란도 우라늄 보유 한도(300㎏)를 넘기고 다음 달부터는 우라늄 농축 비율 한도인 3.67%를 넘겨 우라늄을 농축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러한 긴장으로 호르무즈 해협에는 미국의 전략무기가 배치됐으며, 미국은 병력 증강을 발표했다. 이란도 이에 맞서 결사항전을 부르짖고 있다. 실제 이란은 미군 무인정찰기를 격추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란 전쟁은 중동 전역으로 확산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된다. 병력 축소 계획 수정은 물론, 유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도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무인정찰기까지 격추된 마당에 일방적으로 발을 뺄 수도 없다. 공격 개시 명령을 내렸다가 이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트럼프의 딜레마이다.

올해가 지나면 미국 대선이 1년밖에 남지 않는다. 이미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를 빼앗긴 트럼프로서는 미국 경제에 긍정적 신호를 주고 북핵 문제 등 외교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런데 북미 대화는 중단됐고 비핵화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이란 문제라는 늪에 빠진다면, 트럼프의 재선 꿈은 요원하게 된다. 트럼프로서는 골치 아픈 일이 첩첩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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