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편견과 공포 벗어나기 4.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인천투데이] 뇌전증은 뇌 이상에서 발생하기는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매우 안정적이며 정신기능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므로 뇌전증은 정신질환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현대 의학적으로 뇌전증은 정신병이 아니라고 밝혀졌지만 일반 사람에게 아직도 무섭고 낯설게 느껴지는 질병이다. 뇌전증 관련 한 사이트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자 3분의 1이 뇌전증을 정신질환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뇌전증을 정신질환으로 오인해 기피하는 현상은 매우 뿌리 깊다. 뇌전증 환자와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없다고 한 응답자가 73%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발작이 잘 조절되더라도 뇌전증 환자와 결혼하는 것에 동의하겠다는 부모는 2%에 불과했다. 만일 응답자가 고용주라면, 일에 적합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 뇌전증이 있다면 고용하지 않겠다고 한 사람이 34%였으며, 50%가량은 특별한 조건에서만 고용하겠다고 했다. 다른 여러 조사에서도 뇌전증에 대한 사회 인식과 태도가 매우 부정적임을 알 수 있다.

뇌전증을 정신병으로 인식해 범죄에 이용한 사건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 몇 년 전 자신의 측두엽 뇌전증 증세로 부모를 살인했다고 주장하는 범죄자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거짓일 뿐이다. 측두엽 뇌전증으로 일시적 의식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타인에게 위협이 될 만한 행동을 발작으로 할 수는 없다. 이런 현상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적지 않게 발생하는 듯하다.

뇌전증은 정신이상을 동반하는 정신질환이 아니다. 단지 아주 짧게 일시적으로 뇌에 방전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경련이 지나간 뒤 아주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구태여 비유한다면 딸꾹질과 유사하다. 딸꾹질 원인은 횡경막 경련이다. 횡경막이 경련하면 그 증세가 외견상 딸꾹질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딸꾹질을 한다고 횡경막이 고장 난 것이 아니다. 단지 잠시 경련 증세를 보인 후 안정되고 정상생활을 유지한다.

그러므로 뇌전증이 있어도 사회적 능력을 발휘하는 데 아무런 이상이 없다. 뇌전증을 앓고 있지만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은 셀 수 없이 많다. 알렉산더와 수학자 피타고라스, 화가 고흐, 과학자 노벨과 뉴턴, 그리고 톨스토이와 나폴레옹, 시저까지 모두 뇌전증을 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히려 일반인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많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많은 황제가 앓았다고 해서 유럽에서는 황제병이라 불리기도 했단다.

나 역시 뛰어난 능력을 지닌 뇌전증 환자를 많이 경험했다. 특히 소아뇌전증 환아 중에는 뇌 반응 체계가 민감해져 경련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대부분 성격이 예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뇌 활동이 아주 우수한 경향을 보인다. 아직 과학적 규명이 안 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뿐 소아뇌전증 가운데 상당수는 경련이 병이 아니라 오히려 뇌 성장 발달 과정에 동반되는 성장통 같은 현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뇌전증을 정신병이라 여기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다. 뇌전증이라는 진단을 내리면 무조건 항경련제를 주고 경련을 강제로 억제해야한다는 현행 의료체계는 잘못된 편견을 부채질한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에게 뇌전증이 나타났을 때 ‘뇌전증’이라는 병명딱지를 붙이기 전에 아이가 가진 잠재능력을 귀중히 여겨 독한 약을 사용하기보다는 한 번 더 기다려주는 보듬기가 필요하다.

※ 김문주 원장은 소아 뇌신경질환 치료의 선구자로서 국제학술지 E-CAM에 난치성 소아 신경질환 치료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뇌성마비 한방치료 연구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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